맛의 과학
2015년 12월
글 : 데이비드 오웬____사진 : 브라이언 핀크
식량의 미래 이 기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본지가 기획한 5개년 특별 프로젝트 ‘식량의 미래’의 일부분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살짝 공개합니다

영유아의 미각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줄리 메넬라는 자주 자신의 실험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내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모넬화학감각연구소로 메넬라를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한 아기가 유아용 의자에 앉아 엄마가 주는 달콤한 음식을 받아먹는 영상을 보여줬다. 숟가락이 아기 입에 들어가자마자 아기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숟가락을 쪽쪽 빨려는 듯이 입술을 오므린다. 그러고 나서 메넬라는 다른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에는 다른 아기가 처음으로 브로콜리를 맛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브로콜리는 많은 녹색 채소처럼 조금 쓴맛이 난다. 아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헛구역질을 하며 몸을 부르르 떤다. 아기는 유아용 의자에 달린 탁자를 탁 내리친다. ‘그만 달라’는 몸짓이다.


사람의 모유에는 젖당, 즉 당이 들어 있다. “아기들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그들이 선천적으로 단맛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나 유모의 젖을 먹지 못한 영아가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었습니다.” 메넬라는 말했다. 메넬라는 쓴 음식을 싫어하는 것 역시 선천적이며 생존 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식물은 사람을 포함해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진화하면서 독을 갖게 됐다. 태어나면서 쓴맛을 싫어하게 되면 이런 독소를 먹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인가, 독인가? 척추동물은 5억 년도 더 전에 바다에서 진화했고 미각은 주로 음식과 독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진화했다. 모든 척추동물은 위치는 다를 수 있지만 인간과 유사한 미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큰 메기의 수염에는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혀에 있는 미각 수용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각 수용체가 있어요.” 모넬화학감각연구소의 또 다른 과학자 개리 보샴이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 말한다. 몸에서 가장 기초적인 뇌간 외에는 거의 뇌가 발달되지 않은 영아들 역시 메넬라가 촬영한 영상 속 아기들처럼 단 음식에 기뻐하는 표정으로 반응한다. 브로콜리를 먹을 때 찡그리는 표정도 원시적인 반응이다. 사실 우리 혀에 있는 단맛 수용체는 한두 종류밖에 안되지만 쓴맛 수용체는 최소 20개가 넘는다. 독소를 피하는 것이 우리 조상들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