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문센과 스콧
2011년 9월
글 : 캐롤라인 알렉산더____사진 : 노르웨이 국립도서관 소장 사진 등
100년 전, 로버트 스콧이 로알 아문센에게 패배했다. 이는 아문센이 언제 돌아서야 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살짝 공개합니다

"9월 12일 화요일. 시계(視界)에 들어오는 것이 별로 없음. 영하 52℃의 날씨에 남쪽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 개들이 추위에 힘들어하는 게 여실히 보임. 대원들은 옷이 얼어붙어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맹추위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더니 어느 정도 만족한 상태임…. 날씨는 누그러질 것 같지 않음."

 

이 간결한 일기를 작성한 사람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었다. 그는 이미 5년 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북극의 전설적인 북서항로를 최초로 항행하여 명성을 얻었다. 이제 그는 당시 탐험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영예로 남아 있던 남극점 정복을 목표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극대륙에 와 있었다. 이 대담한 모험은 그의 성격대로 치밀하게 계획됐지만 우연의 산물이기도 했다. 2년 전 아문센은 북극해 탐험의 범위를 넓혀 북극점으로 항행하려던 계획에 몰두해 있던 중 로버트 피어리가 먼저 북극점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훗날 아문센은 그 순간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 남극에 가기로 결심했다’라고 회고했다. 만약 자신이 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다면 명성은 물론이고 향후 탐험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북극 탐험을 준비하면서 은밀하게 남극 탐험을 계획했다.

 

그러나 사상 최초의 남극점 정복은 쉽게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영국의 남극 탐험대 역시 로버트 팰컨 스콧 대령의 지휘 아래 요란한 선전과 함께 남극으로 향하고 있었다. 9월 12일 자 일기에서 드러나듯 아문센은 경쟁자를 몹시 의식했다. 스콧에게 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아문센은 남극에 봄이 찾아와 날씨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일찍 출발했다. 그 결과 개들이 목숨을 잃고 대원들은 발에 동상에 걸려 한 달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런 명백한 실수들은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데, 이는 아문센의 흠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한 가지 낭설을 일소하기 위해서다. 바로 아문센의 남극점 정복은 열정도 없이 그저 전문적인 지식과 냉혹한 야심을 활용한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아문센은 개성 없는 탐험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스콧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는 현저히 대조된다. 스콧은 용감한 대원들과 함께 전진하는 매 순간 사투를 벌이며 근성과 용기를 보여주다 빙원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탐험가로 여겨졌다.

 

1911년 9월 아문센의 그릇된 출발이 빚은 사건은 위험천만한 극지 탐험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문센은 성격이 꼼꼼하고 치밀하기도 했지만 엄청난 야심가이기도 했다. 모든 탐험가로 하여금 야생의 세계에서 죽음을 무릅쓰게 만드는 위험한 꿈과 충동에 휘둘리기 쉬운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계속되는 그의 일기에서 드러나듯 아문센의 위대함은 그런 충동적 욕구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능숙하게 제어했다는 데 있다. 아문센은 성급하게 출발하고 나서 나흘 뒤 탐험대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 다음 결정을 내렸다. ‘서둘러 돌아가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출발했으니 탐험을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대원들과 동물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말을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한 치라도 잘못 움직이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꿈같이 짜릿한 무언가를 추구하다 균형 감각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귀한 자산이다. 다른 위대한 탐험가들처럼 아문센도 언제 돌아서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201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