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기 어려운 호주의 낙타 문제
글 : 숀 윌리엄스 사진 : 매슈 애보트
19세기에 중동과 아시아에서 들여온 낙타는 현재 호주의 건조한 내륙 황무지에서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가뭄과 기후변화로 녀석들이 이 지역에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잭 카모디는 호주의 내륙 황무지에서 소 목장을 운영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꽤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여물통을 수리하고 울타리를 보수하며 무단 침입자에게 총을 쏘는 것이 그러한 자질에 해당한다. 무단 침입자라고 하면 야생마와 당나귀도 있지만 특히 해를 끼치는 침입종은 낙타다. 19세기에 식민지 개척자들이 호주의 광활한 내륙 지역을 조사하는 데 유용하게 쓰고자 들여온 낙타는 오늘날 이 오지를 훼손하고 있으며 카모디 가족 소유의 목장 ‘프렌티다운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프렌티다운스는 면적이 4000km²를 넘다보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으며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그와 관련해 만들어낼 영상도 무궁무진하다.
카모디의 채널 ‘잭 아웃 더 백’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들은 카모디가 낙타를 사살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카모디는 해마다 소총으로 약 800마리의 낙타를 사살한다. 그와 다른 소 목장주들에게는 이 방법이 매우 심각한 문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카모디는 이를 “텃밭에서 잡초 뽑기”에 비유한다. 그리고 낙타는 끈질긴 잡초처럼 계속 돌아온다.
호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낙타가 살고 있는 곳으로 그 수는 수십만에서 최대 1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암컷 낙타는 2년에 한 번씩 새끼를 낳고 야생 지대에서 40년까지 살 수 있다. 이는 곧 낙타의 개체수가 9년마다 두 배로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평균 몸무게가 450kg에 달하는 녀석들은 적게는 10마리 미만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무리 지어 다니면서 땅 밑 생태계를 밟아 뭉개고 기반 시설을 파괴한다. 낙타는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기 때문에 다른 야생동물 및 가축들과 먹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주민 공동체의 식량원 또한 고갈되고 있다. 녀석들은 모래 언덕도 무너뜨려 침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낙타는 배설물로 물웅덩이를 더럽히거나 물웅덩이에 몰려가 고인 물을 거덜 낸다. 그럼에도 결국 탈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으면서 녀석들의 사체가 얼마 남지 않은 물마저 오염시키고 있다.
물은 사실 가장 큰 문제의 근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낙타는 주변에 수분이 풍부한 식물만 충분히 있으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몇 주를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녀석들은 갈증을 느끼는 순간 매우 탐욕스러워진다. 다 자란 낙타 한 마리는 하루에 200L의 물을 섭취할 수 있다. 천연 수원이 모두 말라버리면 낙타들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물을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녀석들은 종종 수도관을 터트리고 수세식 변기를 부수며 창문에 붙은 에어컨을 뜯어낸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점은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낙타들이 점점 더 인간과 가까워지고 접촉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에 호주 노던준주에 있는 소 목장 ‘커틴스프링스’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러한 충돌 사례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건에 속한다. 그보다 6년 앞서 물을 간절히 찾아 헤매던 야생 낙타 무리가 160km에 달하는 이 목장의 울타리를 파손했다. “완전히 부숴버렸다니까요. 흔적도 없이 말이죠.” 가족과 함께 이 소 목장을 운영하는 린디 세버린은 말한다. 울타리를 교체하는 데는 약 50만 달러가 들었다. 목장주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유지에 들어온 야생동물을 내보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세버린은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낙타를 보고 ‘호주야생낙타관리프로젝트(AFCMP)’에 전화를 걸었다. AFCMP는 2012년에 해당 지역에서 2만 7000마리의 낙타를 도살했다. 전화를 건 지 48시간이 채 되지 않아 저격수들이 세버린의 소 목장에 도착했고 나흘 동안 헬기에서 총을 쏴 낙타 1700마리를 사살했다.
하지만 4년 치 예산이 배정됐던 호주 연방 정부의 낙타 도살 정책은 2013년에 종료됐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시행되는 정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생 낙타의 개체수는 다시 불어났다. 민간 비영리 단체 ‘호주침입종위원회’의 공동 설립자인 생물학자 팀 로우에 따르면 현재 야생 낙타가 축산 농가와 농촌에 거주하는 호주 원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피해 복구 및 방제에 드는 비용은 2013년에 마지막으로 추산했을 때 1200만 달러로 확인된 이후 지금은 알려져 있지 않다. 로우와 다른 전문가들은 야생 낙타의 개체수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호주에 다음 가뭄이 찾아왔을 때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다루기 힘든 동물을 활용하는 한 가지 전통적인 방법은 낙타 여행 산업에 이용하는 것이다. 낙타를 이용하면 여행자들이 호주 내륙 황무지에서도 가장 외딴 편에 속하는 지역들을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다. 낙타 여행은 로빈 데이비슨이라는 여성이 낙타를 타고 혼자서 호주 서부의 사막을 2700km 횡단한 후 1980년에 회고록 <트랙〉을 출간하면서 유명해졌다. 현재 10여 개의 업체가 낙타를 이용하는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아웃백 캐멀 컴퍼니’는 가장 오래된 업체에 속한다. 2000년부터 이 여행사를 운영해왔으며 21마리의 낙타를 보유하고 있는 앤드루 하퍼는 호주 전역에서 사막 여행에 이용되는 낙타의 수가 100마리 미만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 여행 상품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하퍼는 말한다. 게다가 사막 여행을 원하는 사람의 수는 한정돼 있다.
야생 낙타를 타는 좀 더 극적인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주에 있는 인구 500명 미만의 작은 마을 보울리아에는 해마다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편에 속하는 낙타 경주 대회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걸린 총 상금은 약 3만 달러에 달한다. 낙타는 성질이 고약하다. 따라서 결승전에서 기수가 내동댕이쳐지거나 물리지 않고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실력이 뛰어난 기수라면 이를 증명할 상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낙타 여행업자인 패디 맥휴는 1997년에 보울리아 낙타 경주 대회를 창설했다. 이 대회는 호주 전역에서 열리는 낙타 경주 대회가 전부 그렇듯 소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낙타의 수가 약 100마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맥휴는 이 숫자를 10배로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 원(F1)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호주 내에서 열리는 경주 대회를 북아프리카와 페르시아만에서 열리는 대회들과 통합할 수 있다. 이 두 지역에서는 경주용 낙타의 몸값이 100만 달러를 웃돌기도 한다.
하지만 맥휴는 현실주의자답게 호주의 낙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낙타의 다양한 특성에 맞춰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낙타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돼 있어요. 낙타의 인지도를 높여 호주의 또 다른 위대한 산업으로 만들어야 해요.” 맥휴는 말한다. 그는 일부 원주민 공동체와 동물복지단체처럼 도살에 반대한다.
낙타는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시속 65km까지 달릴 수 있는 다른 대부분의 동물과 달리 낙타의 몸에서는 젖을 짜낼 수 있다. 걸쭉하고 살짝 짠맛이 도는 낙타 우유는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지방 및 유당 함량이 낮아 일반 우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낙타 우유 생산량은 연간 18만L로 오늘날 24억L에 이르는 이 나라의 우유 판매량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소규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에 호주 멜버른 북부에 설립된 ‘캐멀 밀크 컴퍼니’는 현재 자사 낙농장에 착유용 낙타를 200마리 넘게 보유하고 있다. 퀸즐랜드주에 위치한 유기농 축산 농장으로 낙타 800마리를 방목하고 있는 ‘서머 랜드 캐멀스’는 비타민 C가 풍부한 낙타 우유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페타 치즈와 젤라토, 피부 보습제, 낙타 우유로 만든 보드카까지 다양한 낙농품을 판매한다.
물론 호주의 야생 낙타 수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사업들의 규모를 키우는 데는 상당한 난관들이 따른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 위치한 낙타 낙농장 ‘험팔리셔스’의 워릭 힐이 설명하는 것처럼 젖을 짜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은 보통 젖꼭지와 젖통의 크기가 균일하다. 힐에 따르면 그동안 낙타를 착유기에 맞춰 번식시키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낙타 12마리의 젖을 짤 시간이면 아마 젖소 낙농장에서는 젖소 500마리의 젖을 짤 수 있을 거예요.” 힐은 덧붙인다.
험팔리셔스의 제품 중 하나인 육포는 낙타고기라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엿보이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낙타고기는 세계적으로 16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가장 큰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다. 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낙타고기 시장은 2030년까지 2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낙타고기는 이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잇 디 인베이더스’라는 호주의 신규 TV 프로그램의 한 회차에서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낙타고기를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이러한 낙타고기에 대한 수요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여기에는 영세 기업뿐 아니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의 육류 수출업체 ‘사멕스’, 낙타고기로 만든 버거 패티를 내수용으로 공급하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식육 가공품 도소매 공급업체 ‘페테일레 푸즈’ 같은 대기업도 포함된다.
낙타고기는 호주에서 틈새시장이다. 낙타고기의 연간 생산량은 몇 백 톤 규모로 약 250만t에 육박하는 소고기 생산량과는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캐멀 익스포트 오스트레일리아’의 최고 경영자인 에디 홉킨스에 따르면 타국에서 호주의 낙타고기에 대한 수요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홉킨스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식료품업체들로부터 주당 25t 이상, 즉 낙타 약 200마리에 해당하는 양의 주문을 받아왔다. 미니애폴리스는 낙타고기와 낙타 우유를 주식으로 삼는 소말리족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다. 홉킨스는 실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주당 낙타 약 1200마리가 필요할 만큼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여기며 이 산업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잭 카모디도 해마다 직접 도살한 낙타로부터 얻은 118t의 낙타고기 중 일부를 팔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막에서 낙타를 도살하고 이를 가공 공장으로 운송하려면 힘뿐만 아니라 돈도 많이 든다. “그냥 총으로 다 쏴버리는 방법이 더 저렴해요.” 카모디는 말한다.
최근에 카모디는 호주 남부 해안에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됐을 쯤 한 소규모 낙타 무리가 농장 지대 쪽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는 내륙 황무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에요. 남부 해안 지대에서도 곧 문제가 될 겁니다.” 카모디는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내륙 황무지에 있는 소 목장들이 위기의 중심에 있다. 세버린은 야생 낙타의 수를 억제하기 위해 한 번에 낙타를 약 50마리씩 모아놓고 도축용으로 팔 수 있을 만큼 성장할 때까지 키운다. “고기로도 못 쓰는 어린 낙타를 총으로 쏘고 싶지는 않아요.” 세버린은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다시 낙타들이 들이닥칠까 봐 두렵다. “녀석들은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그녀는 말한다. 진짜 문제는 내륙 황무지에 사는 주민들이 그에 맞서 어떤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