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화석의 발굴 자격을 둘러싼 논쟁
글 : 스콧 존슨 사진 : 파올로 베르초네
프랑스의 시골 지역은 화석화된 알과 발자국, 뼈로 가득한 보고다. 그러나 누가 이 화석들을 발굴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지난해 9월의 무더운 어느 날, 아니 메쉥은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 근처 외딴 농지에서 붉은 점토판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니는 점토를 긁어내다가 작은 뼛조각처럼 보이는 뭔가를 우연히 발견했다. 화석을 찾을 때마다 늘 그랬듯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끼며 그녀는 근처에서 발굴 작업을 하고 있던 남편 파트리크를 불렀다. 은퇴한 60대의 비전문 고생물학자인 이 부부는 조심스럽게 표면을 정리하고 뼈 주위에 작은 고랑을 판 후 과학 기록용 석고 본을 만들었다.
공룡 화석에 대한 발굴 권한을 놓고 서서히 불거지던 논쟁이 이제 그 자격을 둘러싼 격렬한 싸움으로 번졌다. 한쪽에는 화석이 고가에 거래되는 국제 암시장과 도굴에 진저리가 난 프랑스 공무원과 과학자들이 있다. 반대쪽에는 전문가들과 협력해 프랑스의 지질학적 유산을 보호하고 목록화할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취미 수집가들만이 모을 수 있는 표본들로 박물관을 채우는 비전문 고생물학자들이 있다. 양측은 서로를 반과학적이라고 비난하며 각자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갈등은 프랑스의 고생물학적 자원이 지닌 가치가 드러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후 수많은 과학 논문과 신문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몇 달 만에 사람들은 대략 축구공 크기와 모양의 비늘 덮인 공룡 알 화석을 찾으러 엑상프로방스(곧 ‘에그’상프로방스라는 별명이 붙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암시장도 생겨났다. 화석 한 점이 수천 프랑, 오늘날로 치면 수백 유로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단속에 나섰고 1994년에는 생트빅투아르산을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룡 알은 계속해서 발견됐다. 2000년과 2004년 사이에는 엑상프로방스의 연구원들이 훗날 모노프리 소매점이 들어서게 될 부지에서 약 500개의 공룡 알을 발굴했으며 프로방스 대극장 아래에서도 400개 이상의 공룡 알이 발견됐다.

메쉥 부부를 포함해 많은 비전문 활동가들은 고생물학적 방법을 따라서 발굴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과학계와 공유한다. 지난해 발표된 한 학술 논문에서는 약 4억 70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에 속하는 화석 수백 점이 발견된 사실을 다뤘다. 이 화석들은 스위스 로잔대학교 소속 과학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학술 연구의 주제가 됐다. 그러나 화석 거래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발굴자들은 양심을 저버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