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물들은 독특한 외모나 비위생적인 습성 혹은 특이한 행동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오히려 녀석들의 막강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독수리는 지구상에서 호감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동물일 것이다. 독수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자체가 욕심 많고 남을 이용해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욕처럼 쓰일 정도이니 말이다. 독수리가 나쁜 평판을 얻게 된 데는 어느 정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독수리는 생김새가 귀엽거나 사랑스럽지 않다. 바로 구부정한 자세와 훌렁 벗겨진 머리, 부리부리한 눈 때문이다.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독수리가 사체의 입이나 코, 항문처럼 부드러운 부위로 파고들어 살점과 내장을 뜯어먹는 모습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민달팽이] 사람들이 척추가 없는 동물에게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민달팽이와 달팽이 같은 끈적거리는 복족류는 놀라울 정도로 유용한 적응력을 갖고 있다. 큰민달팽이는 머리 위에 꿈틀대는 네 개의 촉수가 있어 주변을 감지할 수 있으며 녀석들이 분비하는 끈적한 점액은 짝짓기를 도와준다. 물과 단백질, 효소 및 기타 화합물로 이뤄져 있는 이 점액에 착안해 수술용 접착제가 개발됐다.
“독수리가 호감을 주는 동물은 분명히 아니죠.” 다르시 오가다는 말한다. 오가다는 본 협회의 탐험가이자 비영리 보호 단체 ‘페레그린 기금’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다. 대머리 새가 영양 엉덩이에 부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은 잡지 표지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오가다는 지적한다.
독수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인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독수리의 흥미로운 습성과 생태계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게 된다. 독수리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독수리는 썩어가는 사체를 먹어 치워 질병의 확산을 막아준다.
인도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태를 생각해보자. 인도에서는 30년 전부터 수백만 마리의 독수리가 젖소에게 투여된 약물에 뜻하지 않게 중독돼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약물이 독수리에게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도의 농촌 지역은 세균이 득실대는 죽은 동물의 사체로 뒤덮였고 이로 인해 강과 식수가 오염됐으며 광견병을 옮기는 들개의 개체수도 급증했다.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인도에서 독수리 개체수가 감소한 현상은 약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한 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색목세발가락나무늘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토착종인 나무늘보는 초창기 묘사들만 봐도 애초에 왜 이 느린 동물이 부정적인 평판을 얻게 됐는지 알 수 있다. 19세기의 한 문헌에서는 나무늘보를 “불완전하게 창조된 괴물”이라고 기록하며 “흉측한 외모와 무기력한 행동도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나무늘보의 거칠고 엉킨 털 사이에서는 여러 종의 녹조류가 자라는데 이 때문에 털은 기묘한 초록빛 광택을 띠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적응력은 생존 전략이다. 녹조류는 나무 위에 사는 나무늘보가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라면 급감하는 독수리 개체수를 보전 활동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보전 자금의 대부분은 대개 코뿔소나 코끼리, 고릴라 같은 몇몇 인기 있는 대형동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 외의 동물 보전 활동은 쓰고 남은 소액의 자금으로만 이뤄지죠.” 오가다는 말한다. 그 자투리 자금을 두고 경쟁하는 동물들이 소위 ‘D급 동물’, 즉 소외된 동물들이다. 여기에는 독수리와 벌거숭이두더지쥐, 뭉툭하고 축 늘어진 코를 지닌 코주부원숭이 같은 동물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녀석들은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심지어는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배설물을 먹는 등 혐오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D급 동물들은 보호종과는 거리가 멀다. 사자나 판다, 펭귄, 기린처럼 자연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고 시리얼 상자를 장식하며 만화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 ‘A급 동물’과는 천지 차이인 것이다. 환경 보호 활동가들은 이처럼 인기 있는 동물들을 매력적인 대형동물 혹은 깃대종이라고 부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A급 동물들은 기부금의 대부분을 독차지한다. 한 연구에서는 “동물이 지닌 매력이 멸종위기 등급보다 더 우선시된다”고 표현했다. 일례로 멸종위기에 처한 척추 동물 중 약 25%가 양서류지만 전체 기금에서 양서류 보전에 쓰이는 기금은 2.5%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끈적거리는 개구리를 좋아하지도, 녀석들에게 기부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수컷 코주부원숭이는 얼굴을 다 덮을 만큼 크고 살집 있는 코를 갖고 있다. 길게 늘어진 코는 인간에게는 우스꽝스럽고 쓸모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우거진 밀림에 서식하는 이 연갈색 영장류는 큰 무리를 이뤄 살아간다. 그러나 이 무리는 수컷들로 이뤄진 소규모 떠돌이 무리와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새끼를 거느리는 하렘으로 나뉜다. 암컷의 관심을 얻고 더 큰 하렘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암컷 코주부원숭이는 코가 가장 큰 수컷에게 끌린다.
그렇다면 ‘특별히 귀한 동물’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귀엽고 털이 복슬복슬하거나 몸집이 크다면 유리하다. 표범과 얼룩말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무늬까지 지녔다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