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인스타그램 보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키즈

매거진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외딴곳에서 진행하는 극한의 탐조 활동

글 : 톰 클라인스 사진 : 모건 하임

미국 알래스카주에 있는 버려진 한 군사 기지는 어쩌다 바닷새 연구 중심지이자 여름철 이곳을 찾는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시험장으로 거듭났을까?


수십 년 동안 미국 알래스카주의 미들턴섬은 잊힌 전초 기지에 지나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알래스카만의 바람과 해수의 영향을 받는 작고 평평한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1950년대 후반에 미국 공군은 이 외딴 섬에 전파 탐지소를 건설해 냉전 시대 동안 하늘에 떠 있는 소련군 폭격기를 탐지했다. 이 시설은 7년 만에 폐쇄됐으며 땅딸막한 건물들과 철탑들은 방치된 채 녹슬어갔다.

외진 위치,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 인간의 방해가 없는 환경 등 미들턴섬을 군사 정찰의 최적지로 만들었던 특징들은 오늘날 이 섬을 새로운 유형의 전초 기지로 만드는 데 이상적인 조건이 됐다. 해마다 여름이면 소규모 과학자 무리가 경비행기를 타고 다 쓰러져가는 공군 구조물들이 있는 이곳에 도착해 이 유령 같은 군사 복합 시설을 바닷새 연구를 위한 1급 연구 기지로 탈바꿈시킨다. 한때 전파 탐지기가 하늘을 살피던 곳에서 지금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새 둥지를 관찰한다. 한때 항공병들이 경계를 섰던 곳에서 연구원들이 관측구를 들여다보면서 새들을 바다의 건강을 살펴보는 창으로 삼아 해양생물과 기후 사이의 섬세한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새들은 하나의 지표입니다. 바닷새, 특히 세가락갈매기는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해양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죠.” 바닷새 연구 및 보전 연구소(ISRC)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야생동물 생물학자 스콧 해치는 말한다.

변화하는 해수 온도와 해류는 어류 개체군을 감소시켜 새들이 먹잇감을 찾고 무사히 새끼를 기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먹잇감이 부족하면 새들의 번식률이 떨어진다. 바닷새는 먹이를 먹고 깃털을 다듬는 과정에서 체내에 플라스틱과 중금속, 석유 같은 오염 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오염 수준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다.

대학원생들과 다른 신진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연구하는 바닷새들처럼 세계 각지에서 조류의 교차로인 이곳에 모여든다. 바닷새의 행동과 생태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탐구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유일무이한 바닷새 관측소로 용도가 변경된 옛 전파 탐지 탑이다. 1993년에 해치와 점점 늘어나던 그의 팀은 이 탑에 세가락갈매기와 쇠가마우지를 위한 인공 둥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관측구를 통해 새들의 성장 과정을 하나하나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설비 덕분에 과학자들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들은 새들의 섭식 행동과 양육 성공률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추적함으로써 환경 변화가 바닷새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
 
여름이면 평균적으로 12명의 연구원이 이 섬에 머문다. 겨울에는 두 명 정도만 남는다. 과학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텐트를 갖고 있지만 간혹 연구 팀의 주방 겸 사무실이자 거실 역할을 하는 옛 군사 건물 안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이 같은 장기적인 연구들은 미들턴섬의 바닷새들이 격변하는 해양의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2014-2016년에 해양 열파가 발생했을 때 바닷새의 식단을 살펴보면 어류 섭취량이 급감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번식 실패와 약 400만 마리의 바다오리, 즉 알래스카주에 서식하던 전체 바다오리 중 약 절반의 죽음을 초래했다. 이는 지금껏 기록된 것 중 단일 종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야생동물 집단 폐사 사건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는 기후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빠르고 잔혹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살벌한 경고이기도 했다.

바닷새 탑에 터를 잡은 새들은 약간의 호사를 누리는 데 반해 연구원들의 섬 생활은 확실히 더 혹독하다. “실외 변소에서 용변을 보고 난로에 연못물을 데워 목욕을 하죠.” 이 섬에서 현장 연구 활동 시기를 일곱 차례나 보낸 미국 버크넬대학교의 생물학과 교수 모건 베노위츠-프레더릭스는 말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 이유로 연구원들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저녁이면 연구원들은 섬의 주방 겸 사무실이자 거실 역할을 하는 옛 군사 건물 “샤토(궁전)”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식사 시간은 공동 의식처럼 긴 식탁에 둘러앉아 활기찬 대화가 오가는 자리다. 긴 현장 작업 사이사이에 연구원들은 원반던지기 놀이, 비치발리볼, 기타 연주 외에도 여름밤 알래스카주의 끝없는 황혼 아래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놀이하는 순간을 즐긴다.

“미들턴섬에서 세 차례 연구 활동 시기를 보낸 나는 그 섬이 신성한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매일 그곳이 생각납니다. 근사한 과학 연구, 육체적으로 고된 나날들, 평생지기가 된 친구들까지… 미들턴섬은 탁월한 방법으로 사람을 겸허하게 만듭니다.” 전직 연구 팀장 시에라 니조니 피트는 말한다.
 

포토갤러리

지도 및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