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노화를 경험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00년 이후 기대 수명이 47살에서 78살로 늘었지만 우리는 장수의 과학을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70대, 80대, 90대, 심지어는 100살이 넘어서까지 더 깊이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면서 인간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본지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축적한 모든 지식을 독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몇몇 인물들을 찾아냈다. 또한 나이와 무관하게 지금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건강 수명’ 연장법과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운동선수 네 명이 전하는 격려의 말도 함께 소개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노라 랭던에게 결정적 순간은 계단에서 찾아왔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64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랭던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두 자녀를 키웠고 좋은 친구들이 있었으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한 지 30년이나 됐다. 노라 랭던(82)_미국 미시간주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다 은퇴한 노라 랭던은 60대에 파워 리프팅에 입문한 후 이내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랭던은 지난 20년 동안 자신의 연령대 부문에서 20개 이상의 세계 및 국내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살이 찌더니 어느새 약 100kg이 됐다. 랭던은 원래 운동선수도 아니었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체육관에 다니는 등 꾸준히 운동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게으른 사람도 아니었다. 제철소 근로자였던 랭던의 아버지는 새벽 5시에 아이들을 깨워 기도와 아침 식사를 하게 했고 밤에는 온 가족이 집안 사업인 소울 푸드 케이터링 일을 도왔다. 랭던이 자란 환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생활 태도가 중요했다. 그랬던 그녀가 집을 보러 온 고객을 데리고 2층까지 올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랭던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은퇴한 후에 늘 앉아서 지내는 사람들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은퇴 후 10년쯤 지나면 대부분 세상을 떠나버리더라고요. 집에 가서 먹고 또 먹고 앉아서 TV 보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까요. 건강을 잃어 죽음에 이르는 지인들을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랭던은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랭던은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 친구의 남편인 아트 리틀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리틀은 디트로이트 북부에 있는 한 파워 리프팅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랭던에게 운동하러 오라고 권했다. 하지만 랭던은 주저했다. 그녀는 역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스스로를 늘 ‘약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틀은 체육관을 찾은 랭던에게 등을 대고 누우라고 지시한 후 두 손에 기다란 빗자루를 쥐여줬다. 무게가 1.3kg도 채 나가지 않는 빗자루였다. 그녀는 빗자루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내내 중력과 씨름해야 했다. 처음에 랭던은 빗자루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그로부터 1년 후에는 65살의 나이로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세계 마스터스 파워 리프팅 대회에 출전해 데드 리프트 종목에서 152kg을 들어 올렸다(사진 속 액자 참조).
그날 밤 랭던은 기진맥진해서 귀가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오랫동안 몸을 방치한 결과였다. 그녀는 다시 체육관에 가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고작 한 번 해보고 포기할 수는 없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랭던은 그 주 후반에 리틀의 체육관을 다시 찾아갔고 그다음 주에도 계속 다녔다. 리틀은 빗자루에서 빈 바벨로, 그 후에는 원판을 끼운 봉으로 차츰 무게를 늘려 나갔다. 그때마다 그녀는 못 하겠다고 했지만 리틀은 한번 해보라고 독려하곤 했다. 랭던은 그 말에 따랐고 자신이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리틀의 격려에 힘입어 파워 리프팅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자신이 속한 연령대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벤치 프레스 종목에서도 몇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첫 번째 훈련 날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제 80대에 접어든 랭던은 대부분의 20-30대 여성보다 훨씬 강하다.
이는 랭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기간, 나이가 들어서도 운동을 즐기고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경쟁하며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