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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 해저가 타임머신인 이유

글 : 데이비드 몽고메리 사진 : 크리스티안 라거 외 1명

크리스티안 라거는 고대 해양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깊은 편에 속하는 곳을 탐사하고 있다.


※ 이번 호 기사는 본 협회와 롤렉스가 함께 진행하는 롤렉스 퍼페츄얼 플래닛 해양 탐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다.

남극 대륙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로 앞에 펼쳐진 남극해 아래로 깊숙이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수면으로부터 수백 미터 아래에서 반투명한 열빙어가 알을 지키고 있고 문어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해류를 따라 떠다니고 있으며 등각목 갑각류들이 해면과 불가사리 사이로 기어다니고 있다.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남극은 해저에 다채로운 생물과 색깔, 질감, 형태로 가득한 대륙입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본 협회 소속 탐험가인 크리스티안 라거는 말한다.

최근 진행된 탐사에서 라거는 슈미트 해양연구소의 연구선 팰코르 투호에 마련된 관제실에서 이 얼음장 같은 심해를 들여다봤다. 원격 무인 잠수정(ROV) ‘서바스티안’이 전송하는 실시간 영상이 모니터에 나오고 있었다. 이제껏 기록된 적 없는 해저 해구의 한 지점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라거의 연구 팀은 서바스티안을 이용해 수심 940m가 넘는 지점부터 약 320m 지점에 이르는 완만한 경사 지대를 탐사했다.

남극해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어떤 대양보다 많이 흡수하고 해류와 계절성 해빙을 통해 기후를 조절하면서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한 연구에서 주목한 것처럼 현재 산출된 이산화탄소 흡수량 추정치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는 “남극의 혹독한 환경 탓에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저 대부분의 지역은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에 소속된 라거와 연구 팀은 남극해 심해를 조사해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탄소 저장량을 새롭게 추산하고자 한다.
 
ROV는 하강 과정과 해저에 머무르는 동안 동영상을 촬영했다. 라거는 슈미트 해양연구소의 연구선에 마련된 관제실에서 ROV의 탐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시료를 수집할 만한 해양생물이 없는지 살폈다.
연구 팀은 롤렉스 퍼페츄얼 플래닛 해양 탐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3주간의 여정 동안 일곱 차례 서바스티안을 심해로 내려 보내 시료를 수집했다. 본 협회와 롤렉스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연구원들을 파견해 지구의 대양을 연구한다. 연구 팀은 서바스티안의 기계 팔을 이용해 새로운 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여과 섭식 동물뿐 아니라 해저의 탄소 흡수량을 분석하는 데 쓸 코어 시료를 수집했다. 또한 해당 지형을 촬영한 동영상도 확보했다.

서바스티안은 여러 차례 수심 600m 이상까지 잠수했으며 한 번은 무려 약 4000m 지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 남극해에서 세운 ROV의 잠수 기록 중 가장 깊은 편에 속한다. 그 덕에 해저 또는 저서 생태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라거에 따르면 수심이 얕은 해역과 육지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동안 깊은 바다는 상대적으로 태곳적 상태를 유지했다. 심해의 온도는 수 세기 동안 일정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해저는 대체로 방해받지 않은 채 보존돼왔다. 라거는 해저에 대해 “마치 수백 년 전 해양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타임머신 같다”고 말한다.

이번 잠수는 심해의 건강에 대한 기준선을 마련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로써 과학자들은 향후에 변화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연구 팀은 수집한 시료들을 처리하고 약 40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분석하며 다양한 깊이의 해저에 형성된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라거는 이번 탐사를 통해 얻은 자료가 남극 대륙 주변으로 더 많은 해양보호구역을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믿고 있다. 이는 “거의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남극해의 건강과 이 대양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도록 보호하는 일”이라고 라거는 말한다. 그의 지적처럼 “극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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