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의 숨겨진 천재성
글 : 해나 노드하우스 사진 : 카린 아이그너
누구나 알고 있듯 벌은 지구를 먹여 살리는 수분 매개 곤충이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는 벌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훨씬 영특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이런 과학적 발견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에 속하는 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미국 뉴멕시코주 북부 산골짜기에서는 인간과 벌 모두가 월동 준비에 한창이다.미국 원주민 공동체 타오스 푸에블로에 있는 아델리나 루세로의 흙벽돌 집 주변으로 땔감이 잔뜩 쌓여 있다. 그 옆에는 불그스름한 봉랍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직사각형 벌통 두 무더기가 놓여 있다. 봉랍은 벌이 춥고 배고픈 계절을 앞두고 벌집을 꼼꼼히 메울 때 사용하는 끈적끈적한 수지 혼합물이다.
원주민 양봉가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멜라니 커비가 벌망을 쓰고 루세로의 벌통 하나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안에 매달려 있는 틀을 꺼내 살펴보며 일벌보다 두 배나 큰 여왕벌을 찾아냈다. “이 여왕벌이 바로 새끼를 낳는 어미 벌이에요. 무사히 여러 해를 살아남았죠.” 커비는 옆에서 지켜보는 루세로에게 말했다.
2025년 4월, 미국 양봉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벌통에서 벌 55%가 폐사했다. 역대 최악의 손실이었다. 그런데 커비가 기르는 꿀벌들은 번성하고 있다. 커비는 농부 마크 스피치그와 함께 지난 20년 동안 꿀벌을 번식시키고 벌통을 돌봐왔다. ‘장수하는 벌’로 불리는 이 벌들은 뉴멕시코주의 고지대 사막과 로키산맥 일대에 잘 적응했다. 커비와 스피치그는 대부분의 상업 양봉가들이 바로아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합성 화학 약품으로 벌통을 처리하지 않는다. 진드기의 일종으로 침입성 기생충인 바로아응애는 벌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데다 바이러스를 옮겨 군집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최근 발생한 대량 폐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대신에 두 사람은 여왕벌이 최소 2년 이상 살아남은 후에야 번식을 시킨다. 이는 벌들이 스스로 생존할 만큼 강하고 영리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연구를 이어오며 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됐다. 과학자들은 일벌이 성충으로 살아가는 6주 동안 햇빛과 기억에 의지해 낯선 땅을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이동하며 수천 송이의 꽃을 헤집어 꿀을 모으는 과정을 연구해왔다. 또한 벌들이 보금자리로 돌아온 후 춤을 추며 좋은 꽃이 있는 위치를 다른 벌들에게 알려주는 모습과 떼를 지어 이동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정하는 과정도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