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을 오가는 도요새
"이 도요새들이 한 벌뿐인 '옷'과 몸으로 기후의 양극단을 오간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해요." 북극 지방에서 번식하는 도요새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뜨거운 열대성 기후에도 잘 적응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도요새가 호주에서 1만 2000km나 떨어져 있는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여정을 준비하는 1월부터 5월까지 한껏 먹어둬야 한다. 도요새들은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북극의 서식지에서 시작하는 이들의 긴 여정은 웅장한 한 편의 서사시다. 도요새 무리들은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영국, 서아프리카, 심지어는 티에라델푸에고 같은 먼 곳까지 흩어진다. 대부분의 도요새들은 월동에 적당한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한다. 녀석들은 마라톤 선수처럼 장거리에 강하다. 그래서 먹이가 있는 해안 간석지를 찾아 엄청난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도요새 중에서 한 무리는 북극권 시베리아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의 로벅 만까지 1만 2000km를 날아간다. 네덜란드해양연구소의 진화생물학자인 테이니스 피어스마는 시베리아에서 지구의 반 바퀴만큼 떨어져 있는 남국의 혹서를 도요새가 어떻게 견뎌 내는지 연구한다. 매년 약 17만 마리의 도요새가 로벅 만으로 이동하는데 이 중에서 피어스마와 그의 팀은 붉은가슴도요와 붉은어깨도요를 연구한다. "2월부터 4월까지 로벅 만은 찜통처럼 덥고 습해요." 피어스마가 말했다. "북극에서 자라던 도요새들에게 이런 환경은 정말 견디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요새들이 느끼는 더위는 어느 정도일까? 이들의 체온은 40°C 이상으로 오르기도 한다. 숨을 헐떡거리고, 열을 발산하기 위해 깃털을 세워 피부를 노출시킨다. 몸을 식히러 종종 얕은 물가를 걸어 다니기도 하지만 로벅 만에 시원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밀물 때에 물이 발목까지 찰랑대면 좀 시원해질 거라고 기대하겠죠." 피어스마가 말했다. "하지만 정반대예요. 마치 발에 뜨뜻한 커피를 끼얹는 것 같아요." 물의 온도는 34°C 이상 올라갈 때도 있다. 역설적으로 도요새들은 살을 찌워야 한다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북극 지방을 향해 출발한 다음 며칠 안으로 5500km를 날아 중국 연안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호주에서 연체동물과 무척추동물을 실컷 먹어 최대한 에너지를 축적해 놓아야 한다. 다시 말해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비축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열의 발산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로벅 만에서 피어스마는 도요새들이 북극으로 귀향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지 살펴보았다. 육안으로 추적하기 위해 약 100마리 이상되는 새의 다리에 색깔 띠를 부착하고 나중에 로벅 만에서 다시 잡히는 경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숫자가 적힌 금속 고리도 매달았다. 또 몇 마리는 붙잡아 초음파로 위의 근육과 비상근을 측정해 보았다. 그리고 여름철 번식기가 다가옴에 따라 깃털이 붉은 빛으로 바뀌는 것도 관찰했다. 변색은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붉은어깨도요 25마리와 붉은가슴도요 23마리에게 무선추적기를 부착하고 휴대용 수신기와 14개의 자동무선추적기를 통해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550만 비트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도요새의 생활상을 마치 일기를 쓰듯이 전자기기에 기록할 때도 있었다. 상당히 양호한 상태의 붉은어깨도요 한 마리가 3월 4일에 잡혔는데, 이미 번식기의 불그스레한 털로 90% 정도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다시 놓아주었더니 잡힌 해안 가까이에서 맴돌았다. "3월 29일에 떠났어요. 무선추적기를 달고 이동한 최초의 새들 중 하나였지요." 피어스마가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러나 몸집이 약간 더 작은 붉은가슴도요들은 길 잃은 철새처럼 이동이 늦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오랫동안 여기서 우리와 함께 지냈어요." 피어스마가 그때를 회상했다. 결국 그 새도 5월 7일에 떠났다. "그렇게 늦게 출발하면 짝짓기를 하러 북극에 도착하기까지 4-5주밖에 안 남게 돼요. 붉은어깨도요가 북극에 도착하려면 보통 8주 정도가 걸려요." 도요새들은 로벅 만에서 취할 수 있는 풍부한 먹거리 없이는 장거리 여행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할 수 없다. 그러나 로벅 만의 해양생물들은 만의 가장자리에 있는 관광지인 브룸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해변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이미 바닷가 철새들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됐다. 피어스마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과 새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벅 만의 생태계 관리 규정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건의했다. 말뚝망둥어 근처에서 식사하던 붉은어깨도요가 뒷날개를 펄럭이며 열을 식힌다. 도요새는 우기 때 연체동물을 포식하러 로벅 만에 모여드는데, 이때는 영양이 풍부한 해류가 만을 적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