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연어
양식 대서양연어는 이제 자연산 연어보다 85배 정도 더 많다. 자연산 연어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대량 공급되는 양식 연어 덕분에 값비싼 한철 별미였던 연어는 이제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판사 마노크 경은 데버론 강변의 풀이 우거진 둑에 서서 4m짜리 플라이 낚싯대와 낚싯줄, 갈고리로 대서양연어 한 마리를 잡고 있다. 마노크 경의 플라이 미끼를 턱에서 빼내려고 버둥대는 이 물고기는 데버런 강에서 부화해 이 강에서 몇 년을 살다가 지난 1년간 북대서양(아마도 파로에 제도나 아이슬란드 근처)에서 성장한 다음 번식을 하러 먼 거리를 이동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녀석은 무게가 2kg가량 되는 힘센 자연산 수컷 연어로 데버런 강에 들어와 마노크 경이 던진 정교한 오렌지빛 플라이 미끼의 유혹에 넘어가기 전까지는 잘 지내고 있었다. 마노크 경은 전형적인 옛날 대서양연어 낚시꾼의 모습이다. 외모가 출중한 이 62세 신사는 7월의 시원한 날에 황록색 니커보커(반바지의 일종)와 베이지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갈색 넥타이를 맸다. 니커보커 위에는 연두색 방수장화를 신었다. 그는 나무 지팡이와 트위드 천으로 만든 올리브색 사슴 사냥꾼 모자를 갖고 다닌다. 본명이 마이클 브루스인 그는 스코틀랜드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면서 마노크 경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렇다고 그에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최고의 낚싯감인 연어를 잡으려고 스코틀랜드 북동부의 데버런 강에 왔다. 연어 낚시는 낚시도 즐기고 데버런 강변의 초록색 오두막에서 파테 샌드위치를 먹고 싱글몰트위스키를 마시며 몇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아주 고상한 취미다. 미끼를 문 물고기는 홍차빛 강물 깊은 곳에서 완강히 버티고 있고 녀석의 저항하는 힘에 마노크 경의 낚싯대와 낚싯줄이 요동을 친다. 격자무늬 트위드 양복을 입은 낚시 안내인 하비 그랜트가 옆에 서서 마노크 경에게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부드럽게 조언해준다. "녀석을 데리고 상류로 올라가세요, 판사님. 개를 산책시키는 것처럼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마노크 경이 릴을 감아 은빛 물고기를 강둑으로 끌어올리자 그랜트가 물고기를 어망에 집어넣는다. "잔챙이는 아니군." 마노크 경이 말한다. "죽일까요?" 그랜트가 묻는다. "당연하지." 마노크 경의 대답을 듣자마자 그랜트는 돌멩이를 집어 연어의 머리를 세차게 한 대 내리쳐 녀석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 멋진 녀석들은 너무 훌륭해서 갖고 놀다가 도로 놓아주기는 아깝단 말이야. 잡았다가 놓아주는 낚시는 엄지손가락으로 사람의 생사를 결정했던 로마시대의 검투사 시합과 마찬가지야. 멋진 물고기가 내게 굴복했다면 녀석의 머리를 쳐야 마땅하다고 생각해." 마노크 경이 말한다. 그는 연어 보호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식용으로 몇 마리쯤 잡는 것은 괜찮다고 믿는다. 이런 장면은 시간을 초월하며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노크 경에게 잡힌 1년생 연어는 대서양연어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다. 라틴어로 '뛰어오르는 것'이라는 의미의 학명(Salmo salar)을 가진 이 연어는 늘씬한 은백색 물고기로 산란을 하러 급류와 폭포를 뛰어넘어 북쪽 강들을 거슬러 올라온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산 대서양연어의 수는 급감했으며 현재는 새로운 종류의 연어가 북대서양을 지배하고 있다. 이 연어는 마노크 경이 낚시 중인 데버런 강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 서부의 호수들에 설치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 가득 모여 있는 것이다. 약 5000만 마리의 양식 대서양연어가 이곳의 가두리들 안에서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이 연어들에게는 둥글게 뭉친 성장촉진제, 자연산 연어의 분홍빛 살색을 흉내내기 위한 색소와 기업형 양식장에 있기 마련인 이를 죽이기 위한 구충제가 투여된다. 우리는 바로 이런 연어들을 시장에서 사먹는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는 북대서양 연안의 다른 나라들의 경우처럼 양식 연어가 자연산 연어보다 300~400배 더 많다. 실제로 긴 해안선을 따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연산 대서양연어가 몰려드는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장 한 곳에서 매년 자국의 650개 강으로 번식하러 올라오는 자연산 연어의 수와 동일한 약 60만 마리의 연어를 생산해낸다. 이제 양식 대서양연어가 자연산 대서양연어를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양식업은 북대서양 양안의 강들에 마술처럼 출현해온 수많은 자연산 연어를 감소시킨 여러 위해 요소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타난 요소가 될 것이다.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과학자들은 산업시대 이전에는 매년 적어도 1000만 마리의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의 허드슨 강에서 시작하는 강줄기는 위로 뉴잉글랜드와 캐나다 동부를 지나 아이슬란드와 영국 제도를 가로질러 스칸디나비아와 발트 해를 넘어 러시아 북부까지 올라갔다가 유럽쪽 대서양 연안을 따라 포르투갈까지 호를 그리며 내려간다. 예전에는 엄청난 수의 연어들이 코네티컷 강, 템스 강, 라인 강, 르와르 강처럼 유명한 강들로 올라왔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댐이 생기고 수질이 오염되자 20세기 중반에 템스 강과 라인 강 같은 강들은 연어가 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연어들은 다시 한 번 대수난을 겪었다. 국제 어업선단이 그린란드 근해에서 대규모 연어 어장을 발견해 북대서양에서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자연산 연어를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자연보호단체들은 북대서양연어보호기구와 공조해 연어잡이 어민들의 어업권을 매입하고 이들의 어로활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러한 조치는 성공을 거두어 대서양에서 상업적 연어잡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0년대 말에 상업적 연어잡이가 대부분 사라지자 보호주의자들은 연어의 수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은 실망하고 있다. 현재 대서양연어의 수는 약 350만 마리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약 5억 마리로 추산되는 자연산 태평양연어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다. 지속적인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는 강 환경의 악화, 산성비, 해양 서식지의 축소(지구 온난화와 관련 가능성이 있음), 청어나 고등어잡이용 트롤어선의 새끼 연어 포획, 양식업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많은 자연보호주의자들이 가장 크게 염려하는 감소 원인은 양식업이다. 1960년대에 노르웨이에서 영세사업으로 시작된 대서양연어 양식은 12억kg의 연어를 생산해 연간 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대규모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지금은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대서양연어 양식업은 태평양으로까지 확산되어 칠레가 대표적인 양식 연어 생산국인 노르웨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어 양식 덕분에 한때는 값비싼 한 철 별미였던 연어가 이제는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자연산 연어가 상업적 어업의 위협을 모면하고 침체된 어촌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는 등 연어 양식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대량 생산은 그에 못지않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연어 수억 마리가 주변의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자연산 연어에게 질병과 연어물이를 옮겼으며 수많은 연어들이 탈출했다. 도망쳐 나온 양식 연어가 자연산 연어와 짝짓기를 시작하면서 대서양연어 특유의 산란과 번식을 위한 영웅적인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새로운 잡종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양식업은 대서양연어의 생존에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입니다.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언젠가 대서양연어는 멸종하고 말 것입니다." 대서양연어연맹의 회장 도널 C. 오브라이언 2세는 말한다. 그의 예측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연산 대서양연어와 양식 대서양연어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양식장에 갇힌 연어는 대서양을 자유롭게 건너 고향 강으로 돌아가는 신비롭고 끈질긴 여행을 마치는 대신에 끊임없이 제자리에서 맴돈다. 그러다 보니 지느러미는 다른 연어와 나일론 그물에 쓸려 닳아버린다. 이들이 힘을 발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잠깐 동안 비좁은 양식장 안을 재빨리 가로질러 헤엄치는 것이다. "80만 마리의 연어들이 한 장소에 있는 가두리들 안에 가득 들어차 화학약품을 먹고 얕은 강어귀에 배설을 합니다." 아일랜드 콘네마라에 있는 유명 낚시 호텔인 발리나힌치 캐슬의 총지배인 패트릭 오플레허티가 말했다. 호텔측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낚시터의 자연산 연어와 바다송어가 부근 양식장에서 창궐한 연어물이에 감염돼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게 과연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이렇게 대단한 여행을 하는 고귀한 생물을 인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짓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