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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으로 떠오르는 이라크 시아파

이라크 시아파들은 수십 년 동안 조직적인 압박에 시달려 왔다. 이제 이라크의 다수파로서 이들은 사담 후세인 이후 혼란에 빠진 이라크에서 강력한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숨막힐 듯이 좁은 방안을 호롱불 하나가 밝히고 있다. 창문들은 얇은 마분지로 가려져 있고 방을 밝히는 것은 석유등잔 하나뿐이었다. 폭격을 막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지만 바그다드의 빈민가인 이곳에는 여전히 공포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내가 실종된 사람들에 관해 조사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이 동네에 퍼지자 오랫동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로 방이 가득 찼다. 사람들은 한 명씩 머뭇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모두 그 동네 사람들로, 거친 진흙과 벽돌로 지은 어두컴컴한 집에서 전기나 수도시설 없이 살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슬픔으로 주름이 깊이 패어 있었다.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의 자국이다. 그들은 모두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난 지금 아들과 아버지, 형제 자매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에 매달려 있다. "이 안에서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밖에는…" 바그위야가 창문을 가리키며 말끝을 흐렸다. 바깥 사원과 병원에서는 약탈자들과 폭도들 속에서 지방 종교 지도자들이 이끄는 민병대와 그 추종자들이 질서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 작은 집은 1980년 6월, 25세의 나이로 실종된 힐루 이사의 가족이 살던 집이었다. 당시 힐루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는 상냥한 학생이었다. 그의 가족은 이슬람교의 한 종파인 시아파에 속했는데, 시아파는 이라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었다. 나는 이사 일가의 이웃과 친척들을 만나 한 사람씩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대로 모두 끔찍한 사연들이었다. 지방 사원에서 사담 후세인 비난 연설을 한 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아저씨, 형제들 모두가 실종된 가족, 그리고 "아이를 만져 보고 느껴 보고 볼 수만 있다면" 원이 없겠다며 어린 아들을 애타게 그리는 어머니. 이것은 이라크의 어느 한 도시, 한 동네, 한 거리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시아파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복수심을 접어 두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지 쉽사리 상상이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은 사담 후세인 시절의 암흑을 헤치고 새 시대를 향해 전진하려 하고 있다. 지금 이라크는 시아파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작년 4월 9일 사담 후세인의 몰락과 12월 13일 그의 생포 이후 시아파는 존경 받는 시아파 지도자들의 이름을 따서 다리와 거리, 광장의 이름을 바꾸는 등 새로이 찾은 자유를 누리며 사담 후세인 시절에 금지되었던 종교의식을 행하고 성상들을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6월 30일 이라크는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새 나라를 통치할 임시 정부를 수립할 계획이다. 임시 정부 수립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다음과 같이 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시아파가 이라크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주도하는 정부 출현이 확실해 보인다. 처음에는 영국이 세운 수니 왕조에게, 그 뒤에는 비종교적인 사담 후세인의 바트 정권에 의해 수십 년간 억압을 받아온 시아파들이 이제 새로운 이라크 건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름만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이라크를 그들이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 국가의 모습을 갖춘 지 80년이 지났지만 이라크는 통일된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라크 인구는 북부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족과 중부지역의 수니파, 그리고 성지 도시 인근과 남부지역에 집중된 시아파 등 인종과 종교가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다양한 집단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 팽팽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이달 말로 이라크에 대한 공식적인 점령을 끝낼 채비에 들어가자, 사원들을 지키고 있는 일부 물라(이슬람 지도자, 예배 인도자, 교사 등을 의미)들은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내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견하면서, 이라크가 이웃 나라 이란의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거의 90%가 시아파인 이란은 현재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의 통치를 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를 비롯해서 인구의 대부분이 수니파로 구성되어 있는 요르단이나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은 이라크 인접 국가들도 이런 점들을 우려하고 있는데 수니파는 지구상의 13억 무슬림 중 8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시아파는 너무 오랫동안 고통과 압제에 시달렸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권력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런던에 망명 중인 시아파 인사인 사드 자브르가 말했다. "우리는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박해받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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