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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학살과 그 증거를 쫓는 과학수사

과학수사관들이 이라크의 사막에서 사담 후세인이 행한 잔혹한 통치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찾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과학수사 시설은 사담 후세인이 거처했던 궁 안에 설치되어 있다. 한때 뱃놀이를 하던 연못과 수영장이 있었던 이 궁에 지금은 CIA, FBI, 미 정보부의 위성접시와 안테나가 들어섰다. 루벤스타인은 군 시설과 어울리지 않는 흰 울타리를 지나 조명과 냉방이 잘 되어 있는 텐트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나는 유골을 조사하고 X선과 사진촬영을 하며, 장신구나 지갑, 신분증 등의 유품과 의복을 검사하는 전문가들을 만났다. 두개골과 옷에는 갖가지 형태로 뚫린 총알 자국이 나 있었고, 옷가지는 쿠르드족 남자들이 즐겨 입는 헐렁한 바지였다. 비닐에 싸여 판지 상자에 가득 담겨 있는 두개골과 철제 들것에 정교하게 배열된 골격들을 바라보면서 묘한 금속 냄새 같은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있자니,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CSI 과학수사대'나 '크로싱 조던' 같은 과학수사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처럼 재미있지 않다. 루벤스타인은 대단히 사무적이었다. 나는 이것이 그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한 기자의 질문으로부터, 그리고 악몽 같은 일상으로부터 말이다. 하지만 그도 이번에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희생자들, 특히 아이들의 옷, 젖병, 작은 신발들은 몇 년 전 우리 딸들에게도 사 준 것들이죠. 그리고 싸늘하게 식은 후에도 만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작은 손들을 보면서 이런 만행을 저지른 괴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감정이 북받쳐 오를 거예요. 촘촘하게 짜여진 아기 모자에 총알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는 것을 보면 '내 아이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범들은 때로 남자와 여자,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었다. "남자들의 몸에는 고문, 결박, 그리고 수갑의 흔적이 있습니다." 루벤스타인이 말했다. "여자들은 아이와 함께 가까운 거리에서 한 번의 총살로 죽는 '은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추정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실입니다." 과학수사의 첫 단계는 전문가들이 유해를 조사하기 앞서 먼저 옷과 개인 소지품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희생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인류학자들이 '여성, 30대 중반, 신장 160~170cm'라는 조사 내용을 기록한 후에 비로소 뼈를 다시 맞추고 소지품을 원래대로 놓는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의 인류학자 팀 앤슨은 들것위에 놓인 두개골 조각을 보여 주었다. 모술에서 남서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알하드르 부근의 무덤에서 발굴한 것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두개골의 뒷부분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얼굴은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앤슨이 말했다. 그는 미라화된 팔뚝 조직을 가리키며, 이는 희생자가 4m 깊이 무덤의 중간층에 묻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후 지표면 가까이에 묻힌 시신은 뼈만 남는 반면, 땅 속 깊숙히 묻힌 시신에는 지방과 연조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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