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야생지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서식하는 토종식물과 동물은 세계적으로 소중한 생태학적 보물이다. 그런데 이 희귀한 동식물이 농경지 확장과 도시 개발로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는 과연 이들 생물의 보금자리를 지켜 낼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가이 웨그너는 튼튼한 울타리의 유용성을 잘 알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야자나무가 흔들리고 푸른 잔디밭이 하얀 집들을 둘러싸고 있는 부자 동네 랜초미라지. 그는 요즘 이곳에서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기분이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큰뿔양 어미와 새끼가 잘 손질된 잔디밭에서 풀을 뜯거나 장난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양은 1만 년 넘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살아왔어요."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서 근무하는 생물학자인 웨그너가 말한다. "그래서 녀석은 자기가 이곳 주민이라고 생각을 하죠.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도 이곳에 살고 있어요. 양이 잔디밭에 들어와 장미를 뜯어먹거나 수영장에 빠져 죽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서는 사람과 동물을 떼어 놓기 위해 랜초미라지와 협력하여 양을 막을 수 있는 높은 울타리를 산허리에 쳤다. 멸종위기에 처한 사막큰뿔양은 사막 협곡에서 계곡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곤 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 남아 있는 사막큰뿔양은 700마리가 채 안 된다. 울타리는 성공적이다. 양들은 다시 자연에서 먹이를 구했고 이전 서식지로 돌아갔다. 고지대에 있는 녀석의 서식지는 초목이 울창해지는 경계에서 끝난다. 퓨마 같은 포식동물을 쉽게 식별할 수 없는 곳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캘리포니아 주 야생지대에서 양만큼이나 명성이 높은 진짜 스타는 식물이다. 아메리카삼목과 해안가 붉은아메리카삼목, 초원에서 타오르는 들꽃, 그리고 메마른 토양에서 자라는 작고 연약한 식물. 맨틀 암석은 좀처럼 햇빛을 보지 못한다. 캘리포니아 주처럼 지각판이 충돌한 곳에서만 맨틀 암석은 지표면으로 밀려 올라갔다. 마그네슘과 철, 니켈, 크롬, 코발트가 가득하지만 칼슘은 적은 이 암석은 물의 작용을 받아 사문암(뱀 가죽 같은 녹색 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바뀐다. 사문암은 풍화되어 영양분이 부족하고 금속을 다량 함유한 흙이 된다. 대부분의 식물은 이런 흙에서 살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사문석 토양에서만 자라는 식물이 있다. 바로 스트렙탄투스 브레웨리다. 이 식물은 그저 장미꽃 모양 같은 잿빛 잎사귀에 불과하지만 봄이 되면 줄기가 자라나 자그마한 자줏빛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 보석 같은 꽃 때문에 보석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스트렙탄투스 브레웨리는 다른 재주도 부린다. 나비가 이파리에 알을 낳는 걸 막기 위해(나비 애벌레는 잎사귀를 먹고 자란다) 스트렙탄투스 브레웨리의 잎사귀는 가장자리에 볼록볼록한 주황색 점을 두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나비는 이 가짜 알에 감쪽같이 속아 다른 녀석이 먼저 알을 낳은 것으로 착각한다. "이런 상호작용이 바로 캘리포니아 주 생물다양성의 실체를 보여 줍니다." 생태학자 수잔 해리슨이 말한다. "작은 것들이 다른 작은 것들을 탄생시키죠." 해리슨은 주 당국이나 지역 단체와 손을 잡고 사문석 토양지대를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녀는 강연을 통해 이들 식물은 희귀하고 대부분 새로운 종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천연 생태의 진화 연구소'를 마련해 준다고 강조한다. 한 지역에 어떻게 하여 다양한 생물이 살게 되는지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대부분 지역은 너무나 독특해서 과학자들은 (오리건 주와 멕시코도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곳을 '캘리포니아 식물상 지방'이라고 부른다. 지중해성 기후와 매우 복잡한 지질 구조를 갖고 있고 동쪽에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 지방에는 정말 놀랄 만큼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 토착식물 3488종 가운데 60%는 지구상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비해 토종동물 수는 적다. 파충류 4종, 조류 8종, 민물고기 15종, 포유류 18종, 양서류 25종이다. 그러나 토종곤충은 수천 종에 이른다. 작은 것은 무시받기 쉽다. 큰 것도 두들겨 맞는 마당에 (오래된 붉은아메리카삼목 숲의 96%가 베어져 나갔다) 작은 것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줄어드는 생물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