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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로 오염된 인체

글 : 데이비드 유잉 덩컨 사진 : 피터 에식

현대 화학의 발전으로 농작물의 해충을 없애거나 카펫에서 얼룩을 제거하기가 쉬워졌을 뿐 아니라 생명을 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도처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은 심각한 부작용도 낳았다. 여러 경로로 몸 속에 흡수된 화합물들이 배출되지 않고 수십 년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이 글의 필자인 내가 직접 실험대상이 되어 진행 중인 이번 실험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는 지금 한 스웨덴인 화학자와 전화 통화 중이다. 그는 내게 대부분의 제품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인 난연제(難燃劑)에 대해 설명해 준다. 침대 매트리스나 카펫, TV 본체, 전자회로판, 자동차에 쓰이는 난연제는 미국에서만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인명을 구한다. 그러나 이 물질은 있어서는 안 될 곳에도 존재한다. 바로 우리 몸 속이다.

스톡홀름대학교의 오케 베리만은 내 혈액 속에 있는 난연성 화합물인 PBDE(폴리브롬화 디페닐에테르) 수치를 측정한 화학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다. 쥐의 경우, 다량의 PBDE는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키고 생식 및 신경 장애를 일으키며 신경계의 발달을 저해한다. 그러나 PBDE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너무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혈중농도가 매우 높군요.” 베리만은 스웨덴어 억양이 살짝 섞인 영어로 말한다.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독물질인 PBDE의 내 혈중농도는 미국인 소집단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 결과보다 10배 높고 스웨덴인 평균치보다 200배나 높다. 또 다른 유해물질인 PBDE 변종의 측정치도 이에 못지않게 높다. 베리만은 내 혈중농도가 이 변종 화학물을 만드는 공장 노동자만큼이나 높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내 몸 속의 화학성분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나는 음식과 물, 들이마신 공기, 그리고 피부에 닿은 물건들을 통해 내 몸에 들어온 320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이 물질들은 내가 그저 살아서 생활한다는 것만으로 내 몸 속에 은밀하게 축적된 것들이다. 수십 년 전에 노출되었을 DDT(살충제)와 PCB(폴리염화비페닐) 같은 오래된 화학물질과 납, 수은, 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 신종 살충제와 플라스틱 성분, 그리고 현대 생활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기적’의 화합물들, 이를테면 샴푸의 향을 내는 물질,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물질, 방수나 방화 섬유 같은 것들이 내 몸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검사 비용은 대부분 개인이 부담하기에 너무 비쌀 뿐더러 체내에 축적된 극소량의 물질을 탐지하는 전문 기술을 갖춘 연구소도 몇 곳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에서 약 1만 5000달러의 검사 비용을 지원했다. 나는 미국인들이 살아가면서 몸 속에 축적되는 화학물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 들어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다. 또한 우리 모두의 체내에 떠돌아다니는 ‘체내 화학 축적물’의 득과 실, 즉 이들 물질의 위험성과 혜택, 아직 밝혀지지 않은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 결과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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