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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의 신비

글 : 더글러스 H. 채드윅 사진 : 플립 니클린

공중제비와 마법 같은 노래로 유명한 바다의 재주꾼 혹등고래. 그들의 수중 생활에 관한 비밀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가장 덩치 큰 동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때를 기억하는가? 1960~70년대 상업 포경이 성행해 대형 고래류를 남획하자 이 신비로운 동물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이제는 겨울에 하와이의 마우이 섬과 라나이 섬 사이에 있는 아우아우 해협에 가면 떼 지어 다니는 ‘거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45톤이나 되는 혹등고래들이 여기저기서 솟구쳐 오르며 물을 뿜어 대고 지느러미나 꼬리로 물을 철썩철썩 쳐 댄다. 꼬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날 정도로 공중 12m까지 치솟아 올랐다 물 속으로 첨벙 떨어질 때면 그 소리가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린다.


한때 혹등고래는 전 세계에 몇 천 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1960년대 들어 국제적인 고래사냥 금지조치가 발효되면서 개체 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혹등고래 개체 수 조사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치밀한 혹등고래개체수조사(SPLASH) 3개년 사업이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혹등고래 수만 최소 1만 마리에서 많게는 2만 5000마리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고래들 중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가 11월 말에서 5월 사이에 하와이 연안으로 몰려온다. 특히 이곳 아우아우 해협과 3550km2에 이르는 하와이 국립혹등고래보호수역 곳곳에서 녀석들을 볼 수 있다. 혹등고래가 햇살을 받으며 물보라를 일으킬 때마다 고래관광선에선 환호성이 터지지만 실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혹등고래들이 바다 속에 있다.


고래가 사람 눈에 띄는 경우는 대개 숨을 쉬기 위해 침침한 바다를 벗어나는 짧은 순간이다. 혹등고래는 다른 고래들보다 수면 위에서 활발하게 노는 편이지만 그래도 일생의 90% 정도를 바다 속에서 보낸다. 녀석들은 대체 그 밑에서 뭘 ‘하는’ 걸까? 고래는 과학자들이 추적하기에는 너무 거칠고 먼 바다까지 휘젓고 다닌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고래의 습성이 아직도 비밀에 싸여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우아우 해협의 맑고 따뜻한 바다에서 고래 일생의 중대사, 즉 구애와 출산에 대한 새로운 단서들을 수집하고 있다.


마우이 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교육연구재단인 ‘고래 트러스트’의 연구원들은 바다 속의 수컷 혹등고래들 중 일부가 그 유명한 ‘혹등고래의 노래’를 부르며 기묘하고 매혹적인 주문으로 바다를 가득 메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새끼 딸린 암컷들은 갓 태어난 어린 것들을 돌보며 지낸다. 영양 만점의 어미 젖을 먹는 새끼들은 하루에도 수십 킬로그램씩 몸무게가 불면서 쑥쑥 자라 생후 1년이 되면 몸길이가 두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혹등고래라고 다 이렇게 분주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서야 과학자들은 의외로 많은 녀석들이 딱히 어디로 가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새끼를 돌보지도 않으면서 그저 바다 속에서 빈둥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를 계속할수록 9~24m의 수심에서 시속 2~3km의 조류에 유유자적 몸을 맡기고 있는 혹등고래들이 더 많이 발견됐습니다.” 오랫동안 해양생물을 관찰해 온 사진작가 플립 니클린은 말한다. “해협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돌아다니는 고래 떼를 머리 속에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녀석들은 별로 먹는 것 같지도 않다. 대다수가 미국 알래스카 주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연안의 색이장(索餌場, 특정 야생생물의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4000km 이상을 헤엄쳐 왔고, 게다가 색이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일이 남았는데도 말이다. 고래들이 허기를 채우려고 가끔 연안을 떠나 먼 바다로 나가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혹등고래를 매일 관찰하는 사람들은 고래가 배변한 흔적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녀석들은 피하지방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고 몸 속에 지방을 몇 톤씩 저장할 수 있으면 한 번에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먼 거리를 여행하면서 먹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물 속에서 어슬렁거리는 고래들은 숨 쉬러 나오는 일도 별로 없다. 부산한 혹등고래들은 10~15분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서 몇 차례 숨을 쉬지만 지느러미 하나 까딱 않고 30분 동안 물 속에 버티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우린 이런 녀석들을 ‘숨을 참는 녀석들’ 이라 부르죠.” 니클린은  말한다. 녀석들은 겨울에 있을 더 중요한 행사를 위해 힘을 아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름 아닌 ‘로맨스’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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