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능
글 : 피터 밀러 사진 : 피터 밀러
개미 한 마리나 벌 한 마리는 똑똑하지 않을지라도, 그 집단은 똑똑하다. 우리는 ‘집단지능’ 연구를 통해 트럭 노선 결정에서 전투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시스템 관리에 관한 영감을 얻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나는 늘 개미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녀석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열을 맞춰 부엌 조리대를 가로질러 갔다. 나는 녀석들이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어디로 가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대열을 이루어 행진하고, 정교한 집을 짓고 대규모 습격을 단행하며, 또 그 밖에 온갖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오산이었다. 개미는 영리한 엔지니어도, 건축가나 전사도 아니다. 적어도 각각의 개체로 보면 말이다. 녀석들 대부분은 다음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개미 한 마리가 무슨 일을 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 얼마나 서투른지 놀랄 겁니다.” 생물학자 데보라 M. 고든은 말한다.
그렇다면 무려 1만 2000종이나 되는 개미들이 지구상에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녀석들이 1억 4000만 년 동안 무언가 습득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개미가 영리한 건 아니에요.” 고든은 말한다. “개미 군집이 영리한 거죠.” 개미 군집은 개미 한 마리로서는 불가능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가령 먹이가 가장 풍부한 곳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거나 일꾼들에게 각기 다른 임무를 부여하거나 영역을 지킨다든가 하는 일 말이다. 개미는 한 마리 한 마리 흩어져 있을 때는 그저 작디작은 어리보기에 지나지 않지만 집단을 이룰 때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환경에 반응한다. 이른바 집단지능이다.
집단지능의 원천을 규명해 나가다 보면 자연계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떻게 한 마리 한 마리의 단순한 행동이 집단의 복잡한 행위를 이루는 걸까? 서로 의견이 다른 꿀벌 수백 마리가 어떻게 새 집을 고르는 것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걸까? 청어떼가 마치 하나의 은빛 유기체처럼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집단 내 어떤 개체도 ‘큰 그림’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제각기 집단의 성공에 기여한다. 이런 개체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집단의 능력은 전문가인 생물학자들에게조차 불가사의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지난 수십 년 사이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해답을 내놓고 있다.
개미 군집을 설명하는 한 가지 열쇠는 리더가 없다는 사실이다. 병정개미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도, 일개미들을 관리하는 감독관도 없다. 여왕벌이 하는 일이라곤 알을 낳는 것뿐이다. 50만 마리나 모인 개미 군집이 특별한 지휘체계 없이도 무리 없이 굴러간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그렇다. 경험을 통해 단순한 법칙을 습득한 개미들끼리 수많은 상호작용을 한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자기조직화(외부의 의도적인 간섭 없이 집단이 스스로 구조를 갖추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라고 부른다.
작업 배분 문제를 살펴보자.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지대에서 데보라 고든이 연구한 수확개미 군집의 경우 매일 아침이면 식량을 구해올 일꾼을 몇이나 보낼지 계산했다. 상황에 따라 일개미의 수는 달라진다. 먹이를 구하러 나갔던 일꾼들이 맛있는 열매가 무더기로 쌓인 곳을 발견했는가? 그렇다면 노다지를 집에 끌고 올 일꾼이 더 필요할 것이다. 간밤에 폭풍우로 보금자리가 무너졌는가? 집을 보수할 일꾼을 더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개미 한 마리가 하루는 집을 짓고 다음 날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휘관도 없는데 군집은 어떻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는 걸까? 고든이 한 가지 학설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