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동물
글 : 케빈 크래직 사진 : 데이비드 리트슈와거
눈 없는 거미, 반투명한 노래기, 175살 된 가재 등 평생을 암흑 속에서 사는 동굴동물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들도 많지만 그들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동굴동물은 생매장된 채로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노래기, 거미, 벌레, 동굴영원, 눈 없는 물고기 등 동굴 안에서만 일생을 보내는 ‘진(眞)동굴성’ 동물은 영겁의 암흑과 극심한 기아, 독가스, 끝없이 이어지는 암석의 미궁들 속을 돌아다니고 짝짓기하며 사냥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진화하는 가운데 멀리 퍼져나가지 못하고 보통 한 동굴 내지 동굴 내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개체만이 살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언제,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됐을까? 어떻게 살아남으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 걸까?전 세계 동굴의 90% 정도가 눈에 띄지 않는 입구로 인해 아직까지 미발견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탐사가 꽤 이뤄진 동굴이라 해도 진동굴성 동물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숨는 데 귀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약 7700종도 전체 진동굴성 동물종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진동굴성 동물은 산소량이 적고 공기가 정체된 막다른 굴 속에서 먹을 것 없이 몇 달씩 견뎌야 하기 때문에 대개 신진대사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이렇게 느리게 살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셸타 동굴에 서식하는 가잿과의 갑각류 오르코넥테스 아우스트랄리스는 100년을 산 후에 번식을 하고 최장 175년까지 사는 듯하다. 진동굴성 동물 상당수가 유독 길고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리마다 암석 지형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축축한 표면에도 잘 붙을 수 있는 뾰족뾰족한 발들이 달려 있다. 자외선으로부터 표피 조직을 보호하는 색소와 눈은 퇴화했다. 눈 없는 눈구멍에 지방을 저장하는 종도 있다. 많은 종이 시각 대신 정교한 부속지와 발달된 신경중추로 기압이나 온도 변화, 소리, 냄새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동굴생물학의 시초는 오늘날의 슬로베니아 지역 동굴들에서 길이 30cm의 동굴영원이 최초로 발견된 17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동굴영원은 진동굴성 동물로 알려진 최초의 동물로, 지금도 이들 동물 중 가장 큰 종에 속한다. 이 동물을 처음 발견한 현지인들은 새끼 용으로 생각했다. 그후 미국 텍사스 주의 광대한 에드워즈 대수층 같은 곳에서 동굴영원과 눈이 퇴화된 어류종 수십 마리가 발견됐다. 이 대수층과 연결돼 수압에 의해 분출되는 우물들에서 이들 동물이 간혹 수면 위로 튀어올랐던 것이다.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지역에서 30여 종의 새로운 무척추동물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좁은 면적치고 이례적으로 많은 수다. 모두 아직까지 특징 묘사도, 이름도 안 붙여진 상태다. 동굴들도 새로 발견됐다. 총 255개로 최종 집계됐지만 몇 달에 한 개꼴로 계속 발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