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뱅크의 약탈자
글 : 캐런 랭 사진 : 마이클 멜포드
도굴꾼들이 웨스트뱅크의 유적지들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천년의 세월 동안 이스라엘 헤브론 시 남서쪽, 경사가 완만한 올리브 언덕에는 비잔틴 제국의 보석 같은 도시 키르베트 타와스의 옛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교회당에는 우아한 바실리카식 기둥들이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바닥을 내려다보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2000년에 일어난 제2차 인티파다로 이곳은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에 맞서 싸우면서, 웨스트뱅크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이스라엘 정부는 거미줄처럼 곳곳에 검문소를 세운 뒤 이 지역을 봉쇄해버렸다. 이스라엘에 직장을 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입이 금지되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든 돈을 구하러 다녔다. 얼마 후 키르베트 타와스에 삽을 든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도굴꾼들은 분수나 저수지를 있는 대로 무자비하게 파헤치며 비잔틴 시대의 동전이나 점토 램프, 유리팔찌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뭐든 찾아다녔다. 그 와중에 건물기둥을 쓰러뜨리고, 이곳저곳을 벌집처럼 쑤셔놓는 바람에 벽과 출입구의 흔적이 희미해져버렸다. 한때 귀중한 고고학적 유산이자 필수 관광코스였던 이곳이 이제는 구멍투성이 달 표면처럼 망가져 버렸다. 현지에서 이맘(이슬람 종교지도자)으로 활동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아부 모흐레즈는 도굴꾼들에게 사정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가슴만 칠 뿐이다. “도굴꾼들이 완전히 망쳐놓았어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제2차 인티파다가 일어난 후, 도굴꾼들은 키르베트타와스뿐 아니라 웨스트뱅크(오른쪽 지도)에 밀집해 있는 수많은 문화유적지도 덮쳤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유물 밀거래 문제 전문가인 모라그 커셀에 따르면 이곳에 일자리도 거의 없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당국이 단속도 제대로 안 하는 데다 강 건너 이스라엘 지역에서 골동품 수요가 많다는 점 때문에 도굴 행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