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글 : 케네스 브라우어 사진 : 플립 니클린
과학자들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한때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녀석들의 서식지를 연구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멕시코 아카풀코 항에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들 사이로 해양 조사선 ‘퍼시픽스톰’ 호가 눈에 띈다. 한때 미국 서부 연안을 누비던 트롤선이었던 이 검은 배는 이제 조사선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얀 요트들을 비롯해 아카풀코 항에는 더 크고 화려한 배들도 많았지만, 뱃머리가 검고 높은 길이 26m의 평범한 트롤선이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누군가 이 모든 배들 중 대왕고래를 쫓아 한 달간 항해할 배를 고르라고 했어도 망설이지 않고 이 배를 선택했을 것이다. 플립 니클린과 함께 장비를 들고 트롤선의 사다리로 올라 선실에 짐을 부리고 나자 앞으로 시작될 항해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떴다.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침울해질 때마다, 인공 조명 아래서 먹고 살기 위해 몇 달이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마다, 나는 가능한 빨리 바다로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퍼시픽스톰 호 취재에 선뜻 나섰다. 출항 예정일이 1월 3일이라 세 가지 새해 결심도 했다. 첫째, 동승한 연구원들과 잘 지내기. 둘째, 글을 장황하게 쓰는 습관 버리기. 셋째, 허만 멜빌의 <모비딕> 인용이나 비유는 이제 그만하기.
우리가 흰 고래를 추적 중이라는 얘기를 했던가?
우리는 정말로 흰 고래를 찾고 싶었다. 우리가 추적 중인 북태평양 동부의 대왕고래 개체군은 대부분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여름을 보내고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그 무리 중에는 아마도 알비노인 듯한 대왕고래가 한 마리 있다. 넉 달 전 샌타바버라 연안에서 퍼시픽스톰 호에 달린 고무 보트를 타고 녀석에게 접근해 위성 추적장치를 부착했지만 몇 주 뒤 녀석의 4172번 장치는 송신이 중단됐고 녀석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태양의 주기에 따라 작동하는 극궤도 인공위성 TIROS N으로는 녀석을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지만, 녀석은 우리가 중앙아메리카 연안에서 만나보고 싶었던 고래들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