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우주가 아니다. 아직은.
글 : 에린 버거 사진 : 매켄지 캘리, 커샌드라 클로스
인류가 다른 천체로 진출하거나 달에 정착지를 건설하는 일에 도전하려면 많은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점점 더 현실감 넘치며 극적이고 복잡한 경험을 선사하는 모의 우주여행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우주에서 죽음은 언제나 불과 몇 밀리미터 거리에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잠기지 않은 기압 조절실, 헬멧에 난 균열, 헐거워진 나사 하나만으로도 파멸로 이어진다. 비상 상황에서는 실수할 틈도, 우왕좌왕할 여유도 없다. 우주 비행사들이 엄격한 규율과 행동 수칙이 몸에 밸 때까지 훈련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폴란드 피와에 있는 한 거대한 공항 격납고에서 모의 우주 임무에 참여하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에게도 이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
지난가을의 어느 날, 6인으로 구성된 한 팀의 대원 세 명이 우주복을 단단히 잠근 채 비좁은 인공 달 기지의 출입문을 빠져나왔다. 방공호처럼 생긴 이 거주 기지는 룬아레스 연구 기지에 완벽하게 구현된 280m² 규모의 인공 달 표면과 인접해 있었다. 폴란드의 이 과학 시설은 대원들이 달 남극에서의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완전히 밀폐돼 있었으며 칠흑같이 어두웠다.
이 특수한 실험장은 현재 세계 곳곳에 설치된 여러 시설 중 하나로 우주 비행사가 우주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모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원들은 흔히 이런 형태의 실험을 ‘우주 아날로그’라고 부른다. 이번 경우 대원들은 선외 활동(EVA)을 하러 나가던 참이었다. 광물이 풍부한 월면토를 재현하고자 암석과 자갈을 섞어 놓은 지형에서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이 대원들은 훨씬 더 큰 규모의 실험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현재 ‘세계 최대 아날로그(WBA)’라고 불리는 야심 찬 국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 과학 연구 현장에서 총 16개의 서로 다른 우주 아날로그 참여자들이 동시에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룬아레스의 대원들도 이 참여자들에 속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그저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유형의 우주 임무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임무들이 태양계 전역의 여러 곳, 특히 인류의 다음 두 목적지인 달과 화성에서 전개될 때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도 검증하려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한 팀의 우주 비행사를 달 궤도뿐 아니라 유인 탐사 역사상 가장 먼 곳까지 보내며 우주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028년, 아르테미스 계획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 표면 탐사를 이끌 전망이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우주 기관이나 민간 우주 기업에 의해 화성 유인 탐사가 시작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외계 행성 거주, 과학 연구, 지구 밖 자원 채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새롭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의 성패는 새롭게 개척자가 될 우주 비행사들이 장기간 우주 항해에서 마주할 이런저런 과제들에 얼마나 완벽하게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사소통 오류나 원활한 조율의 실패는 단순히 대원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연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번의 실패로 프로그램이 상당히 지체될 수 있습니다.” 미국 클렘슨대학교의 조직심리학자 마리사 셔플러는 경고한다. 그녀는 NASA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지상 모의실험에 참여해왔다.
이 대목에서 WBA의 가치를 알 수 있다. WBA라는 구상은 수년 전 영국에 거주하는 물리학 연구원 재스 퓨어월이 떠올렸다. 퓨어월은 많은 국가가 우주 계획을 통해 자체적인 우주 아날로그를 운영하며 미래의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여행의 어려움과 도전 과제들에 대비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우주 비행사가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험해볼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동시에 그녀는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우주 아날로그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우주 기관과 민간 기업, 학계 연구원들이 실제 우주선 발사에 앞서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시험해볼 수 있는 공동의 장이 마련된 사실에 주목했다. 퓨어월은 긴밀하게 조율된 검증 과정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이 “이런 연구 공백 중 일부를 실제로 메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퓨어월은 소규모 자원봉사자 팀과 함께 지상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공개 모집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원자가 약 500명에 달한 것이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 자격 심사를 거쳤는데 심사의 부분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압박감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는 우주에서 필연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또 하나의 자질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룬아레스 팀이 월면 보행에 나선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대원들의 헬멧 무전기로 경보가 울렸다. 진행 상황을 추적 관찰하던 대원 한 명이 누군가의 생체 신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이다. 의료 담당관 도미나 스태머스와 과학 담당관 니콜 볼라도는 세 번째 대원 ‘에마’가 달 표면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마는 우주복을 입은 시험용 마네킹이었다.
부상의 성격이 불분명했기 때문에 대원들은 에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그녀를 기압 조절실 안으로 끌어다 옮겨야 했다. 스태머스와 볼라도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훈련을 반복적으로 받은 터였다. 볼라도가 배낭에서 가벼운 접이식 들것을 꺼냈다. 두 우주 비행사는 힘을 합쳐 일련의 끈을 엮어 들것을 조립하려 애썼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듯했다.
“거주 기지 통신실, 여기는 선외 활동 1팀이다. 우리가 고리 몇 개를 잘못 파악했다. 이 들것을 고리로 올바르게 감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가?” 스태머스가 기지로 무전을 보냈다.
지난 30년 동안 적극적인 우주 계획은 캄브리아기 대폭발 같은 급성장을 겪었다. 오늘날 NASA의 인간 연구 프로그램은 약 10곳의 우주 아날로그 실험 시설에 관여하고 있다. 이 시설들에서는 저중력 환경, 멀미, 우주 방사선 노출 등의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전 세계의 우주 기관과 민간 기업들도 대양부터 지하 용암 동굴, 남극 대륙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 모의실험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모의실험은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을 수행한다. 바로 인간의 사소한 실수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대형 참사로 번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례로 2013년에 이탈리아 출신의 우주 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나와 선외 활동을 하던 중 헬멧 안에서 물이 새는 일을 겪었고 결국 시야가 흐려진 상태에서 촉감에 의지한 채 더듬더듬 짚으며 기압 조절실로 돌아와야 했다. NASA의 사고 보고서를 통해 이런저런 의사소통 오류 중에서도 선외 활동 초반에 지상 관제사들이 감지기가 고장 났다는 파르미타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복해서 나타나는 잠재적인 우려사항을 무시하는 경향은 ‘일탈의 일반화’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사고방식은 수십 년에 걸쳐 NASA의 중대한 비극들을 초래했다. 1986년 챌린저호는 발사 당시 낮은 기온에서 밀봉 부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폭발했고 2003년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은 발사 단계에서 발포 단열재에 강타당한 뒤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공중 분해됐다. 두 사례 모두 사전에 문제가 보고됐으나 용인할 수 있는 위험으로 간주됐다.
우주 탐사의 문제는 언제나 해결해야 할 새로운 사안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연구를 다 수행하기에는 시간이나 실제로 우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무가 충분하지 않죠.” NASA의 인간 연구 프로그램에서 우주 아날로그 및 우주 비행 관련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있는 과학자 브랜던 베시는 말한다.
독립적인 우주 아날로그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례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이동식 시선 추적 기술을 활용해 격리된 거주 기지에 장기간 머무는 우주 비행사의 시각적 수행 능력 변화와 그에 따른 인지적 부하를 분석했다. 외계 천체를 탐사할 인력 확대를 목표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무릎 아래 의족을 착용한 대원 한 명을 포함한 우주 아날로그 대원들의 활동을 측정했다.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실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들이 간과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NASA의 자체적인 모의실험이 장기 우주여행 중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어떻게 잘못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 NASA의 지원을 받아 202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연구진은 대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리 같은 익숙한 작업에는 능숙해지는 반면 창의적 사고와 예기치 못한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은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힘든 시기에 무엇보다 집단의 결속력이 어떻게 더 큰 성공을 낳을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NASA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모의실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욱 주시하게 됐다. “나는 고립 및 격리 모의실험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에게 임무에 몰입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죠.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행동이 실제 임무에서 볼 법한 행동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마음가짐 말이에요.” 베시는 설명한다.
지상 연구에는 이를테면 중력처럼 몇 가지 확실한 한계점이 있으며 아직까지 모든 시험 시나리오에 적용되는 널리 인정된 공식 지침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NASA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주 탐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좋으니까요.” 베시는 말한다.
모든 대원이 자연광 부족으로 인한 영향도 체감하기 시작했다. 대원 중 한 명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커샌드라 클로스는 임무가 진행될수록 자신들이 불과 몇 시간 전에 했던 일이 며칠 전의 일처럼 느껴지는가 하면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일은 방금 일어난 일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원들은 힘을 모은 덕에 실제로 인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만큼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초기에 혼란이 빚어진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우주 아날로그에서 비상 대응 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퓨어월이 찾기를 바랐던 그런 기회였다. “일종의 허점들을 찾는 거예요.” 어떤 유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일을 두고 퓨어월이 말한다.
에밀리 아폴로니오는 그런 순간들이 결국 그녀가 차세대 우주 비행사들을 상대로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계없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폴로니오는 미국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인터스텔라 퍼포먼스 랩스’의 설립자로 이 회사는 WBA 참여자의 상당수를 앞장서서 모집했다. 아폴로니오가 특히 중요하게 꼽는 한 가지 기준은 “이 사람은 지도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초기 지원자 집단을 추리기 위해 그녀의 팀은 지원자 약 500명의 서류를 심사해 일련의 집단 면접에 참여시킬 후보 200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그중 약 70명이 3개월에 걸쳐 가상 및 대면 팀워크 구축 훈련에 참가했다.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폴로니오의 팀은 무엇보다 적응력과 공동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대원들을 찾았다.
WBA는 각 거주 기지에서 나타나는 팀워크를 넘어 행성 간 임무 통제소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시험하기도 했다. 지구 밖의 기지망 전체가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비영리 민간 과학 단체 ‘오스트리아 우주 포럼’에 있는 하나의 중앙 사령부와 보조를 맞춰 움직였다. 사령부에 소속된 약 40명의 운영자는 16곳의 현장 각각에 있는 더 작은 규모의 임무 통제 팀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빈 본부의 팀은 각 거주 기지의 과학 실험을 점검하고, 일일 기상 정보를 공유하고, 임무 일지를 수집하고, 대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비슷한 아날로그 기지끼리 화상 채팅으로 연결시켜줬다. 또한 이 팀은 실제 우주 임무 통제소가 태양계 전역으로 파견된 사람들과 연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가동돼야 하는 것처럼 그날그날의 일을 철저하게 기록했다.
“핵심 요점 중 하나는 여섯 개 대륙에 걸쳐 함께 일하기 위해 엄청난 신뢰를 구축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우주 탐사는 여러 나라와 문화, 학문, 때로는 세대까지도 아우르는 팀 스포츠입니다.” 행성 간 조율을 총괄한 오스트리아 우주 포럼의 게르노트 그뢰머 소장은 말한다.
인류가 달 표면에서 보낸 시간은 도합 12일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폴로 계획을 통해 이뤄진 여섯 차례의 달 착륙 임무는 모두 시간 단위까지 철저하게 통제됐으며 지상 요원들과의 거의 끊임없는 소통하에 진행됐다. WBA 중앙 임무 지원 본부에 있는 그뢰머와 다른 관계자들이 볼 때 미래의 심우주 탐사 대원들에게 자율성이 늘어나면서 참가자들은 우주 탐사의 중요한 측면이 될 부분을 미리 탐색해볼 기회를 얻었다. 바로 착륙 이후 자신만의 행로를 개척할 수 있는 자유다.
이는 미국 유타주에 있는 화성 사막 연구 기지(MDRS)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곳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매켄지 캘리를 포함해 우주 아날로그에 참여한 네 명의 우주 비행사가 한 팀을 이뤄서 붉은 행성을 가로질러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다. 어떤 날에는 두 명의 대원이 거주 기지를 빠져나와 탐사차를 타고 캐피톨리프 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완만하고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붉은 구릉들을 한 번에 최장 두세 시간씩 누비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우주복을 착용해보고 선택했으며 실험실에서 분석할 지질학적 시료를 채취하고 현장에서 비상 훈련을 반복 실시했다. MDRS 팀에게 이 모든 것은 전략상 중요한 일이었다. 달이나 화성에서 장기간 체류할 계획을 갖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은 응급 의학이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자원들을 공학적으로 관리하는 일처럼 더 다양한 일에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다양한 역할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될 것입니다. 성격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의견 차이도 생길 것이며 서로 가깝게 지내게 될 거예요. 의지할 사람은 그들뿐이니까요.” 캘리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이 팀의 결속력을 한층 더 중요하게 만든다. 어느 날 오후 이러한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캘리와 과학자 출신의 대원 슈리야 무수쿠는 사전에 계획된 일반 탐사를 위해 탐사차에 탑승해 있었다. ‘시 오브 쉘스’로 알려진 미탐사 지역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지와의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룬아레스의 의료 훈련과 달리 이것은 실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이동한 지 30분도 채 안 된 상태였지만 모래가 깊어진 데다 위치 추적 장치가 먹통이 되고 통신 연결도 끊긴 터라 기지로 돌아가는 길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 외딴곳에 우리밖에 없으며 결국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는 화성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일 테죠.” 무수쿠가 당시를 떠올리며 말한다.
캘리와 무수쿠는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완전한 합의를 바탕으로 움직이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두 사람은 탐사차를 멈추고 통신 장비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복귀 경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들이 택한 차선책은 고지대를 찾아가 기지 인근에서 노스리지를 찾는 것이었다. 노스리지는 줄무늬가 새겨진 돔 모양의 사막 지형이었다. “그걸 찾으면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무수쿠는 설명한다.
두 사람은 높은 암붕을 발견하고는 탐사차를 몰고 천천히 올라갔다. 약 2m 높이의 벼랑으로부터 1m 남짓 떨어진 그 꼭대기 지점에서 그들은 노스리지를 발견했다. 거의 동시에 통신 팀이 무전기로 연락을 해왔다. 무수쿠에 따르면 마지막 교신 이후 약 15분이 경과한 터라 통신 팀은 “상당히 당황한 상태”였다. 통신 팀과 계획 및 이동 경로를 상의한 뒤 무수쿠는 캘리가 길을 봐주는 가운데 좁은 암붕 위에서 약 16번이나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탐사차의 방향을 반대로 돌린 다음 타이어 자국을 따라 주로를 놓쳤던 지점까지 돌아왔다.
안전하게 기지로 복귀하고 난 뒤 탐사대와 임무 통제 팀은 사후 보고를 진행했다. 현장 경험을 통해 즉각적으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수색대 파견 절차와 관련해 더욱 구체적인 수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교훈이 있다면 팀워크를 강조하고자 하는 아폴로니오의 노력이 또 한 번 정당한 일로 확인됐다는 점일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지구 밖의 다른 우주 공간에 화성의 모의 시험장 역할을 할 실제 달 기지를 건설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심우주 생활의 세밀한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며칠이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모의실험이 NASA의 지원을 받은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든 민간단체에 의해 진행되든 인간은 탐사하는 곳 어디에나 인간적인 개성을 틀림없이 품고 갈 것이다. 지구에서도 지구 밖에서도 말이다.
우주 아날로그 기지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MDRS의 대원들은 마지막 남은 동결건조 식량 중 하나를 조리해 함께 먹었다. 한편 룬아레스 팀은 밤새 노래를 부르며 몇 달 전 개봉한 영화 <바비>의 인기에 착안해 ‘루나 바비(달나라 바비)’를 소재로 한 농담을 한참 동안 주고받으며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했다. 마지막 날, 이들은 생물실험실의 식물 조명이 내뿜는 자홍색 불빛 아래에 서서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센 뒤 문을 열고 환호성을 지르며 햇빛 속으로 걸어 나왔다.
이런 자잘한 사항들은 사소하게 보일지 몰라도 함께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대원들이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안 그들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어느 날 저녁, 캘리는 MDRS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 자신과 같은 누군가가 별들 사이에서 머물 날을 상상했다. 이것이 모의실험이든 아니든 미래가 가슴 벅차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