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국경
글 : 앤드루 커리 사진 : 로버트 클라크
로마 제국의 방벽은 제국의 종말을 알리는 시발점이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고고학자 클라우스 미하엘 휘센이 차를 타고 독일 바이에른 주에 있는 어느 비포장 벌목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왼쪽에 있는 수목한계선에 시선을 고정한다. 울창한 숲에서 친숙한 지형지물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갑자기 밴을 세우고 내리더니 잠시 멈춰 서서 5만분의 1 측지도를 들여다본다.
독일 고고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휘센은 길을 건너 울창한 덤불을 헤치며 걸어간다. 도로에서 약 45m 떨어진 지점에서 그는 높이 1m, 직경 2m가량의 야트막한 둔덕을 지나간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납작한 흰 돌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이 둔덕은 임상층을 따라 부자연스럽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약 2000년 전, 이 둔덕은 로마 제국을 외부 세계와 분리했던 경계선이었다. 이곳 독일에는 높이 3m에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렀던 방벽 중 이 야트막한 둔덕만 남아 있다.
당시 사람들은 로마에서 북쪽으로 1000km 떨어진 이 황량한 벌판에 세워져 있는 이 방벽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이곳의 방벽에는 회반죽을 바르고 칠을 해놓았어요. 모든 것이 네모반듯하고 정확했죠. 로마인들은 사물이 어떻게 배치돼야 하는지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휘센은 말한다. 다른 쪽으로 뻗어 있는 방벽을 측정하던 공학도들은 길이 50km의 한 구간에서 직선이 아닌 부분이 겨우 92cm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