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보호법 제정, 그 후 50년
글 : 엘리자베스 콜버트 사진 : 마이클 멜포드
1964년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은 다음 세대에게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남겨주기 위해” 야생보호법을 승인했다. 과연 야생보호법이 그 목적을 달성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프레드 라빈은 나무 한 그루를 찾고 있다. 하늘이 짙고 푸르른 더없이 맑고 화창한 날이다. 달력상으로는 초봄이지만 미국 뉴햄프셔 주 중앙에 자리한 샌드위치 산맥 야생보호구역에는 1m 정도 눈이 쌓여 있다. 얇은 얼음층이 눈밭을 덮고 있어 발 아래의 땅이 반짝인다.
우리는 높이 치솟은 갖가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다. 라빈은 특정한 나무 한 그루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정해진 길을 벗어났다. 라빈은 설피를 신은 채 기억을 더듬으며 가파른 지역을 오른다. 마침내 그가 찾던 나무를 발견했다. 눈높이 정도에 길고 깊은 상처가 나 있는 레지노사소나무다. 라빈은 이 상처는 곰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 흔적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들어가다가 우리는 죽은 너도밤나무를 발견했는 데 아까 본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상처가 나 있다. 이번에는 도가머리딱따구리의 짓이다. 조금 더 들어가니 빈터가 나온다.
“보이죠. 자연 상태로 둬도 벌목은 이뤄진답니다.” 라빈이 말했다. 이 빈터는 마치 쓰러진 거인처럼 우리 앞에 누워 있는 거대한 가문비나무가 죽으면서 생긴 것이다. 라빈은 스키 폴로 말코손바닥사슴이 뜯어먹은 발삼나무의 묘묙을 가리킨다.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람 발자국은 전혀 보지 못했는데, 라빈은 이 사실에 즐거워했다.
샌드위치 산맥 야생보호구역은 140km²로 별로 크지 않으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 약 7000만 명이 차로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 내에 거주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곳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야생보호법이 남긴 유산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적합한 곳이다. 라빈을 따라 숲을 돌아보면서 나는 인간이 끊임없이 야생에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와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야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