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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조종자

글 : 칼 지머 사진 : 아난드 바머

자연의 끔찍한 모습을 목격하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무당벌레가 좀비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움과 슬픔이 교차한다.

 

대개 무당벌레는 정교하고 탐욕스런 포식자다. 무당벌레 한 마리는 일생 동안 수천 마리의 진딧물을 먹어치운다.

 

또한 무당벌레는 대부분의 적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녀석들의 붉고 검은 반구형 껍질은 사람 눈에는 귀여워 보이지만, 실은 무당벌레를 노리는 포식자들에게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표시다. 새나 다른 동물이 공격을 가하면 무당벌레는 다리 관절에서 독이 든 피를 흘린다. 포식자는 쓰디쓴 피 맛에 무당벌레를 바로 뱉어버린다. 포식자들은 붉고 검은 겉날개를 피해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듯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안전한 포식자인 무당벌레는 곤충으로서 완벽한 삶을 사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살아 있는 무당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는 말벌이다.

 

이런 말벌의 일종인 기생 말벌(Dinocampus coccinellae)은 아이스크림에 뿌리는 작은 과자만큼 크기가 작다. 암컷 말벌은 알을 낳을 준비가 되면 무당벌레 근처에 내려앉아 배 부위에 잽싸게 침을 찔러 넣고 알과 화학물질 혼합물을 주입한다. 알이 부화하면 유충은 숙주의 몸을 채우고 있는 체액을 먹는다.

 

유충이 무당벌레를 조금씩 먹어치우고 있는데도 무당벌레의 겉모습은 그전과 똑같다. 녀석은 계속해서 되는 대로 진딧물을 공격한다. 하지만 무당벌레가 잡은 먹이를 소화시키면 몸속에 있는 기생 동물은 그 영양분을 먹고 성장한다. 약 3주 후에 말벌 유충은 크기가 꽤 커져서 숙주를 떠나 성체가 될 준비가 끝난다. 유충은 무당벌레의 외골격 틈새로 꿈틀거리며 빠져나온다.

 

마침내 무당벌레의 몸은 기생 동물로부터 벗어났지만 녀석의 정신은 여전히 무언가에 홀려 있다. 말벌 유충이 무당벌레의 배쪽에서 자신을 고치로 감싸는 동안 무당벌레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말벌의 관점에서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고치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생 말벌은 지극히 취약한 상태다. 그래서 풀잠자리 유충이나 다른 곤충들의 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포식자가 접근하면 무당벌레가 다리들을 마구 휘둘러 위협해 물리칠 것이다. 말하자면 무당벌레가 기생 동물의 경호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 자란 말벌이 아래턱뼈로 고치에 구멍을 내서 기어 나와 날아갈 때까지 무당벌레는 일주일간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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