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좀
글 : 힐러리 로스너 사진 : 피터 에식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소나무좀이 창궐해 미국 서부가 황폐화됐다. 이제 소나무좀은 캐나다 동부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2013년 10월 쌀쌀한 어느 날 아침, 다이애나 식스는 미국 몬태나 주 남서부에 있는 빅홀 밸리의 소나무 숲 끝자락에 자신의 자동차를 세웠다. 눈 덮인 산봉우리들 아래로는 각기 다른 네 가지 색을 띤 로지풀소나무들이 산비탈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 나무들은 소나무좀이 휩쓸고 간 대학살의 연대를 보여준다. 몸통과 가지만 남아 있는 회색 나무들은 2009년에 죽은 것들이다. 아직 솔잎이 붙어 있는 연붉은색 나무들은 2011년에, 좀 더 짙은 적갈색 나무들은 2012년에 죽었다. 미국 몬태나대학교의 곤충학자인 식스는 건강해 보이는 녹색 나무들도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중 4분이 1 정도는 이미 죽은 나무들이다.
식스는 도끼를 쥐고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더니 에메랄드 빛과 주황빛 로지폴소나무들이 뒤섞여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식스가 도끼날로 녹색 나무 한 그루의 껍질을 살살 벗겨내자 허연 속살이 드러났다. 속살 표면에는 가느다란 홈들이 파여 있고 그 안에 참깨씨만 한 크기의 검은 유충들이 박혀 있었다. 겉으로는 잘 자라고 있는 듯 보였지만 영양소들을 운반하는 껍질 밑의 섬유층, 즉 체관부가 바짝 말라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식스는 역시나 건강해 보이는 또 다른 나무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체관부가 초록색이 감도는 분홍색을 띠고 유들유들해서 나무가 여전히 수분을 머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나무에서도 조금 전 관찰한 것과 같은 가느다란 홈들이 뚜렷이 보였다. 식스는 홈의 크기와 유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나무가 소나무좀의 공격을 받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