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글 : T. D. 올먼 사진 : 스티븐 윌크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1964년부터 1973년까지 200만t이 넘는 폭탄을 라오스에 퍼부었다. 9년 동안 8분에 한 번꼴로 폭격한 셈이다. 라오스는 어떻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며칠 동안 나는 라오스의 ‘항아리 평원’을 돌아다녔다. 사상 유례없이 엄청난 폭격을 당한 라오스 사람들에게 끈질기게삶을 이어가며 미래를 꾸려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고, 은유적인 대상을 발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던 터였다. 그러다 마침내 시엥쿠앙 주의 주도인 폰사완의 중심가에서 내가 찾던 것을 발견했다. 미군이 라오스를 공습하며 투하한 폭탄들의 탄피 더미, 즉 쓸데없이 퍼부은 엄청난 공중 폭격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이 고철 더미 바로 너머에 최신 현금인출기가 보였다. 밝은 파란색에 은은한 광택이 나는 흰색이 섞인 이 매력적인 기계와 비교하면 이제 거의 잊혀진 전쟁의 잔해인 녹슨 탄피 더미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탄피 더미를 살펴본 후 나는 현금인출기로 가서 현금카드를 넣고 100만 킵을 인출했다. 현금인출기에서 쏟아져 나온 5만 킵짜리 지폐들은 폭탄의 시대가 가고 자본의 시대가 도래한 라오스에 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때 이곳 시엥쿠앙 주에서는 아이들이 해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다.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폭격을 피해 동굴과 터널 속에 숨어 살았다. 하지만 현재 폰사완은 보행자들에게 길을 건너는 시간이 몇 초가 남았는지 보여주는 디지털 신호등이 여럿 있을 정도로 번화하다. 은행, 식당,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가득한 시장, 운동화 매장을 찾는다면 굳이 길을 건널 필요도 없다. 항아리 평원에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고고학자들도 아직까지 궁금해 하는 거대한 돌 항아리들이 있다. 이것들과 함께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이어진 미군의 폭격 뒤 그대로 남아 있는 잔해들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홍보 전략의 일환이 됐다. 내가 본 폭탄 탄피 더미도 현지 관광사무소 건물 앞에 전시돼 있다.
항아리 평원은 물결치듯 이어지는 언덕들과 평평한 초원으로 이뤄져 어떤 곳은 마치 거대한 골프장 같다. 이곳의 모래 벙커들은 폭탄이 떨어져서 생겼다. 떨어진 폭탄 중 수백만 개가 폭발했지만 불발탄도 수백만 개가 있어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사업 수완을 발휘해 불발탄에서 값비싼 금속을 채취해 돈을 버는 라오스 사람들은 특히나 위험에 처해 있다.
‘숟가락과 팔찌를 만드는 펫 나삐아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반나피아 마을에 있는 펫 나삐아의 집에 붙은 광고 문구다. 펫은 주워온 탄피에서 나온 알루미늄과 현지에서 수거한 쇠붙이들을 집 뒷마당에 마련한 주조소에서 녹인 다음 틀에 부어 폭탄 모양의 열쇠고리도 만들고 각종 식사 도구도 만든다. 현지 식당들에서는 모두 전쟁 때 나온 고철로 만든 숟가락과 포크, 젓가락을 사용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