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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빙해의 거인 바다코끼리

이누이트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서양바다코끼리. 좀처럼 포착하기 힘든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새끼를 돌보는 어미 바다코끼리의 정겨운 모습, 거대한 송곳니로 힘겨루기를 하는 수컷들, 북극곰과 사투를 벌이는 광경 등이 펼쳐지는 시원한 빙해로 가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북극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캐나다의 폭스 해분(海盆). 육지에서는 둔하기만 하던 대서양바다코끼리들이 바다에서는 우아하고 능란하게 바뀌어버린다. 눈깜짝할 새에 휙 지나가버리는 녀석들의 모습을 여간해선 포착하기 힘들 정도다. 촬영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바다코끼리를 카메라에 담으려던 나의 첫 시도는 장비의 오작동과 악천후로 실패하고 말았다. 1994년에는 네 차례나 북극을 찾았지만 촬영할 수 있었던 날은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準州)의 이글룰리크를 찾았을 때는 바다가 푸른 유리처럼 잔잔한 날이 꽤 있었다. 자칫하면 사나운 해류에 휩쓸려 서로 부딪쳐 깨지는 부빙(浮氷)들 사이로 보트가 처박힐 수도 있었지만, 두 명의 이누이트족 안내인들이 7m짜리 보트를 능숙한 솜씨로 다뤄 그런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북극곰들이 바다코끼리떼를 공격하는 장면과 어미 바다코끼리들이 태어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된 새끼들을 정성껏 돌보는 흔치 않은 광경을 건질 수 있었다. 대서양바다코끼리는 수심 100m 아래까지 잠수해 해저에서 먹이를 잡으며 길게는 12분까지 버틸 수 있다. 몸무게가 평균 1천kg인 이 녀석들의 식욕은 엄청나다. 뻣뻣한 수염으로 대합이나 갑각류를 찾아내면 입에 물고 연한 속살을 빨아먹는다. 인간을 비롯해 범고래와 북극곰 같은 포식자들이 이들을 공격해오지만 그들도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바다코끼리가 1m쯤 되는 송곳니를 휘두르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북극곰들도 다 자란 녀석들은 좀처럼 건드리지 않는다. 한편 우리는 늘 북극곰을 경계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번은 느닷없이 나타난 거대한 흰곰 때문에 카메라를 움켜쥐고 300m 떨어진 텐트를 향해 냅다 달렸는데, 곰은 나를 그냥 지나치고 바다코끼리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돌진해 한 마리를 물어 죽였다. 대서양바다코끼리는 지난 수세기 동안 상선들에 의해 마구 남획되는 바람에 심각할 정도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바다코끼리의 지방은 기름으로, 송곳니는 상아로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서양바다코끼리의 수는 대략 1만~5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이는 20만 마리가 넘는 태평양바다코끼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다행히 1972년에 제정된 미국 해양포유동물보호법 덕택에 대서양바다코끼리 수가 늘고 있다. 이누이트족에게는 사냥을 허용하는데 가구당 1년에 네 마리로 제한하고 있다. 대서양바다코끼리는 이누이트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기는 식용으로, 가죽과 뼈는 옷·집·연장·무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잡은 바다코끼리는 복부를 도려낸 뒤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겨울에 별미로 즐긴다. 나는 이 음식을 정중히 거절하고 컵라면과 초콜릿바를 먹으며 경이로운 광경들을 마음껏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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