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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동물의 왕국

남아프리카에서는 각국의 야생생물 보호지역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국경 공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생태계를 복원하고 관광업을 활성화시켜 지역사회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br> 나아가 전쟁으로 분열된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국경을 초월해 야생보호지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인 1938년에 포르투갈 생물학자 고메즈 데 소자가 그런 계획의 논리를 밝힌 적이 있다. 1990년에는 세계야생생물기금 남아공 지부의 회장이었던 대부호 사업가 안톤 루퍼트가 조아킴 시자노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나 이러한 통합에 관한 논의를 했으며, 시자노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이자 그는 넬슨 만델라를 후견인으로 하는 평화공원재단 설립에 착수했다. 약 3년 전, 당시의 재단 전무이사 존 행크스가 초국경 공원 계획을 처음 보여줬을 때 나는 그 구상의 규모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것은 진정 케이프타운에서 카이로까지 생태계를 잇겠다는 꿈이었다. 현재 평화공원재단에서 행크스의 후임자로 일하고 있는 공원계획전문가 빌렘 반 리트는 관련된 모든 세부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금 불을 꺼놓은 방 안에서 모잠비크 고위 관리들에게 인공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컴퓨터 모델들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하자-크루거-하나레주 초국경 공원의 일부가 될 모잠비크 영토인 쿠타다 16은 크루거 공원에 인접한 거대한 땅이다. 현재의 쿠타다 16 복원 구상은 이곳을 용도가 다른 세 구역 즉 관광구역, 야생구역, 자원활용구역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가장 많은 구역은 사냥이 허용될 자원활용구역으로, 크루거 공원의 관리인들은 사냥꾼들이 공원 동쪽 끝에 숨어서 지나가는 대형 동물들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나머지 두 구역이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되지요." 남아공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반 리트의 말이다. 그러나 반 리트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모잠비크 당국에 맡기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들은 남아공이 큰형 노릇을 하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 초국경 공원을 "크루거 공원의 확장"이라고 말하는 남아공 사람들이 있었고, 생태 제국주의라는 소리도 들려왔던 것이다. 관리 능력면에서도 두 나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잠비크에는 사실상 자연보호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인 데 반해 남아공의 교육 받은 계층은 유럽제 손가방에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고 다니는 철저한 도시인들이다. 활주로에서 쿠타다 16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모잠비크 삼림·야생생물위원회의 야생생물부 책임자인 알리토 쿠코가 이런 말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초국경 공원을 설립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요. 그것도 최고위층에서 말입니다. 이 계획은 반드시 성사될 거예요." 그리고 재원도 문제가 아니다. 세계은행과 독일, 미국 등지에서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려고 줄을 서 있고 오히려 이미 책정된 기금이 아직 사용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마푸토에서 북쪽으로 날아가 먼저 쿠타다 16의 남단에 있는 매신저 댐에 들렀다. 소도시 매신저는 새 공원의 모잠비크측 관리본부가 들어설 곳이다. 매신저 댐은 대형 관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됐지만 모잠비크의 다른 많은 것들처럼 이 계획도 내전으로 중단된 상태다. 반 리트는 댐 뒤쪽에 있는 호수가 쿠타다 16의 주요 관광명소들 중 한 곳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미 호수 안쪽으로 길게 들어와 있는 땅들은 가장 먼저 들어설 일부 숙박시설 부지로 임대권이 경매에 붙여질 만큼 노른자위 땅으로 부상했다. 매신저의 북쪽은 그저 관목 숲이다. 움푹 팬 지역과 루봄보 구릉지대(상가어로는 낮다고 해서 '콧잔등'이라고 말함)에서 흘러 내리는 개울이 군데군데 보이는 이 처녀림에는 유문암으로 이루어진 단층선들을 따라 솟아나는 물길 옆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서로 얽혀 있다. 이곳에는 대형 동물들이 너무 없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울창한 숲이 많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경관을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답니다." 반 리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쿠타다 16의 상공을 비행한 4시간 동안 사람 사는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인간의 영향력이 미미한 지역이다. 마침내 우리는 공원 예정지인 림포포의 동쪽 경계에 도착했다. 바로 러드야드 키플링의 단편 동화 '코끼리의 어린이'에서 묘사한 "주변이 열병 치료용 나무들로 둘러싸인, 기름이 떠있는 듯한 거대한 초록빛 림포포강"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길이 없다. 현재 이 강은 토사로 꽉 막혀 있고 나무들은 물론이고 오래전부터 강변에 서식해온 관엽식물 다수가 지난해 발생한 엄청난 위력의 홍수에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반 리트는 이 강을 잘 안다. 6주 동안 카약을 타고 이 강을 따라 바다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강을 반쯤 내려갔을 때 바로 이곳에서 잠베지 상어들과 악어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상어 한 마리가 카약의 앞머리를 이빨로 덥석 물더니 세차게 흔들어댔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 바람에 뚫린 배의 구멍을 테이프로 막고 계속 노를 저었다고 한다. 쿠타다 16에 사는 1만2천 명 주민 대부분은 강둑의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들은 보호지가 조성되면 창출될 일자리의 첫번째 수혜자가 될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크루거의 울타리가 모두 철거되면 이들은 거주지에 코끼리 진입을 막게 될 전기 울타리 설치 공사부터 하게 될 것이다. 이 울타리에 전력을 공급하게 될 태양열 집열판은 지역주민들의 전력 공급까지도 담당하게 된다. 가장 간단한 등식을 떠올려봤을 때 모잠비크에는 공간이, 크루거에는 동물들, 특히 코끼리들이 있다. 사실 크루거 공원은 코끼리가 지나치게 많아지자 초국경 공원 설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크루거 공원의 상황은 모잠비크의 야생생물보호구역과는 여러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잠비크의 공원들이 관리 부실로 몸살을 앓아온 반면 크루거의 관리 상태는 아프리카의 공원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최근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직원 수가 4분의 1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러나 이들에게도 부끄러움을 느낄 만큼 뼈아픈 경험이 있다.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복제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지 보여주는 그런 실례다. 썰렁한 모잠비크를 보고 나면 크루거 공원은 거의 문화충격으로 다가온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공원은 해마다 1백만여 명의 관광객을 25개의 호텔과 무수한 야영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민간업자들을 대상으로 경매에 붙인 호텔 부지들 중에서 모잠비크 국경에 위치한 느와네트시는 계약금이 1백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이 돈은 국립공원의 재원으로 들어가며 잔금은 수입에 비례해 할부로 지불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쿠타다 16이 크루거에 연결되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크루거는 남아공의 다른 국립공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다른 공원들 대부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공원에는 총연장 1천km에 달하는 도로가 포장돼 있는데, 이는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전국 포장도로를 합친 것보다 긴 거리다. 크루거 공원의 본부는 스쿠쿠자에 있다. 이곳에는 공원의 부시벨트(가시나무들이 많고 비가 적은 고도 800~1,200m의 지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 요소, 즉 불·물·코끼리를 조절하고자 애쓰는 생태학자들이 여러 명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원 관리인들은 이 세 요소들에 대한 기존 정책의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들은 인위적인 산불이 자연적인 산불보다 더 뜨거워 야생생물 서식지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삼림을 일부러 태우는 정책을 포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태운 지역 자체가 때로는 심각한 침식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한편 '동물 식수' 계획에 따라 팠던 우물들 역시 지금은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졸속 정책으로 만들어진 이 400개의 우물들은 계절에 따른 동물의 이동을 교란시키고 물에 덜 의존하는 동물들이 누리던 자연적인 경쟁우위를 잃게 만들었다. 이 숲의 세번째 구성 요소는 아프리카코끼리(록소돈타 아프리카나)다. 코끼리의 수는 자체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약 100년 내에는 그렇다. 물소나 임팔라 같은 종들과 이들의 포식자들은 이 지역의 특징인 우기와 건기가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주기에 따라 개체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반면, 코끼리들은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기 때문에 번식만 계속하다가 자신들의 영역이 황폐해진 후에야 수가 줄어든다. 때문에 크루거의 관리인들은 1994년까지 거의 30년 간 해마다 코끼리들을 선별해 도태시켰다. 그러나 남아공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동물 권익보호 단체들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1994년 논란이 분분했던 그 정책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 이후로 코끼리 수는 9천 마리까지 늘어났으며 증가 속도가 둔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효과적인 피임법 개발은 아직도 요원하고 다른 소규모 보호지들도 포화상태여서 쿠타다 16은 크루거 공원의 코끼리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구원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울타리가 철거되면 많은 수의 코끼리들로 하여금 경계선을 넘어가게 만드는 문제가 생태계의 미지수로 남아 있다. 코끼리 전문가 이언 화이트는 처음에는 몇 마리만, 그것도 대부분 수컷들이 스스로 경계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끼리 일가는 저마다 고유의 행동 반경이 있으며 그 영역들이 서로 겹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코끼리들에게만 맡겨둔다면 쿠타다 16으로 이동하는 일은 아주 서서히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모두가 예상일 뿐입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요." 현재 수립된 크루거 공원의 코끼리 이전 계획은 코끼리 가족들이 헤어지지 않도록 잘 구별해 1천 마리를 옮겨놓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시도된 코끼리 이전 계획 중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로서, 놀랄 만한 위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운송 경비는 코끼리 한 마리당 1천~2천5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말까지 우선 250마리가 트럭으로 수송될 예정이다. 모잠비크에 도착한 코끼리들은 처음에는 전기 울타리로 둘러싸인 적응 구역 안에서 살게 된다. "코끼리들은 전기 울타리에 극도로 민감하지요. 전기 충격을 조금도 견디지 못합니다. 한두 마리가 충격을 받고 나면 한 마리도 울타리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48시간쯤 경과한 후 코끼리들이 안정을 회복하면 가만히 울타리를 열어놓아 코끼리 자신이 원하는 때에 알아서 나가도록 할 겁니다." 화이트의 설명이다. 한편 크루거 공원 관리인들은 처음에는 코끼리들이 본능적으로 예전 행동 반경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 울타리를 그냥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이트는 일단 울타리가 제거되면 다른 동물들도 자발적으로 서서히 경계를 넘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영양들, 다음에는 영양의 포식자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크루거 공원의 물소 다수가 결핵에 걸려 있고 현재 그 질병이 사자들에게로 전염되고 있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옮겨지는 코끼리들은 중점관리 대상이 될 텐데, 고기를 얻으려는 주민들이나 상아 밀매꾼들에 의해 밀렵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 코끼리 이주는 중단될 것이다. 밀렵을 방지하는 길은 전처럼 경비대원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이 아닌 다른 방법들을 통해 야생동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역사회에 납득시키는 일이다. 이런 지역사회적 요소야말로 초국경 자연보호구역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짐바브웨로 이 나라의 '자원보호 공유지 프로그램(CAMPFIRE)'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CAMPFIRE는 그 동안 대체로 무시해왔던 자연보호의 두 가지 기본 사항을 실제로 인정한 최초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 두 가지는 아프리카 야생동물 대부분이 사실상 사냥감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 지역주민들이 생태관광이든 사파리든 야생동물들이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이들을 전멸시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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