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네트워킹이 스포츠로 여겨지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20대 젊은이들이 100만 달러상당의 거래를 좌지우지하며, 마음을 털어놓는 상대가 정신과 주치의인 곳. 투자자와 기술자들이 오로지 첨단기술을 담보로 운을 시험하는 도박장.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위치한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나름대로 최고라고 자부하는 첨단기술자들이 성공을 향한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위험을 담보로 번창하는 곳이다. 스탠퍼드대학 공학부의 프레드릭 터먼 교수가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라는 두 학생을 지도했던 1933년 이래 실리콘밸리는 인재·아이디어·발명품에 승부를 거는 도박장이 됐다. 터먼의 두 제자는 후에 첨단기술 기업의 선두주자인 휴렛팩커드를 설립했다.이들의 뒤를 이어 최고의 인재들이 전 세계에서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이곳 지적 자본의 원천은 명문 대학인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다. 실리콘밸리는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일인자들의 본거지이자 휴렛과 팩커드처럼 되고자 하는 수백 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꿈을 키우는 요람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퐁'이 개발됐으며, 잉크젯 프린터·비디오 녹화기·마우스·PC를 비롯해 지금 같은 정보화 시대에 너무 흔해져 버린 많은 제품들이 구현됐다. 실리콘밸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400대 부자들 가운데 43명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어림잡아 1840억 달러(약 240조 원).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일같이 백만장자가 60명씩 탄생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닷컴' 열풍이 대박 경제를 선도하면서 평범한 비서들까지 스톡 옵션을 팔아 최고급 스포츠카 포르쉐를 몰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초반부터 경기가 하락하면서 첨단기술 주식이 많은 나스닥 지수는 최고였던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이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닷컴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시스코나 인텔, 휴렛팩커드처럼 건실한 기업들조차 인원감축과 수익감소 등 어려운 속사정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마치 항우울제라도 복용하고 있는 듯 여전히 낙관적이다. "우린 이런 현상을 기술 낙관주의라고 부르죠."새너제이주립대학 인류학과 교수인 잰 잉글리시-루크의 말이다. "기회 중독증 같은 건데, 기회를 한번 잡아보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애당초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