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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핵심지역: 중국의 헝돤 산맥

티베트 고원 동부의 고산지대에는 주민들의 종교적 믿음 덕분에 아직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고 희귀한 생물종들이 풍부하다. 그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순례여행을 떠나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플라잉릴리가 있는 계곡에서 빠져 나와 궁가산으로 올라가 하이루오거우 빙하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도달했다. 빙하까지 가는 산길은 아직 공사중이었지만 사람들은 이미 이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공식 행사에 참석하러 온 듯이 정장 차림이었다. 남자들은 양복에 잘 닦은 구두를 신었고, 여자들은 편안한 바지에 스웨터를 걸쳐 입고 예쁜 샌들을 신고 있다. 머리는 완벽하게 손질했고 립스틱을 바른 입술과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반짝거렸다. 그런데 빙하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장정 두 사람이 드는 막대 2개에 의자를 매단 가마를 타고 갔다. 산길을 몇 km 더 오르자 가마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구두나 샌들을 신은 채 얼음 위를 가만가만 걸어보다 미끄러지면 깔깔대며 즐거워했다. 또 가만히 멈춰 서서 나지막한 구름에 가렸다 보였다 하는 길고 좁게 뻗은 빙하를 보며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산길 초입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숲에서 채취한 버섯·허브·약초 따위를 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다른 나라 국립공원에서는 이런 식물 채취가 금지돼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인 교수는 그런 조치에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식물들은 건강에 매우 유익합니다. 개중에는 재배해도 되는 것들이 있지만, 자연산이라야만 효능을 발휘하는 것들도 있거든요. 어느 정도 채취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모든 관습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겁니다."
빙하에 다녀 온 다음날은 차를 타고 근처의 한 티베트 마을에 들렀다. 22년 전 인 교수는 유명한 영국인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1907년에 채집했다는 침엽수를 찾기 위해 이 지역을 도보로 탐사한 적이 있다. 그는 청두 생물학연구소에 보관돼 있는 문서에서 희귀한 침엽수인 가문비나무속(屬) 식물(Picea likiangensis var. montigena)에 대한 윌슨의 기록은 찾았으나, 당시 그의 동료들 중에서는 숲에서 그 나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980년 도보 탐사 때 인 교수는 그곳 현(縣)의 젊은 토지개발 국장이던 천 마오린과 함께 다녔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이곳의 모든 언덕과 계곡을 샅샅이 뒤졌죠"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계곡 위 산등성이에 숲이 좀 남아 있었는데, 얼마 지나자 나무들이 잘려나갔고, 지금은 잡목과 어린 상록수만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가지런히 심어놓은 계곡은 푸르게 보였다. 결국 인 교수와 천은 라오 위 린 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것일지도 모르는 윌슨의 나무를 발견했다. 그때 그들은 나무를 촬영했는데, 그 사진을 보니까 천이 크고 웅장한 원추형 나무 줄기를 가리키며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서며 인 교수는 "나무를 보자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났어요. 몇 년 동안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이 계곡에서 찾아냈으니까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그 나무를 내게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발견 당시의 장면을 재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현의 부지사가 된 천도 데리고 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걱정이 앞섰다. 그 나무를 베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을의 거리가 1.5km밖에 안 되는데도 커다란 침엽수는 통 눈에 띄질 않았다.
차가 멈추자 두 사람은 시무룩한 얼굴로 나무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비좁은 길을 걸어 올라갔다. 몇 분 후 인 교수가 내려오더니 내게 손짓 하며 "정말 없어요. 나무가 사라졌어요. 그게 있던 자리를 보여드릴게요"라고 외쳤다. 울타리가 쳐 있는 마당 몇 군데를 지나자 그가 나지막한 담 하나를 가리켰다. "보세요. 나무 밑동은 아직 남아 있어요. 이제는 담의 일부가 됐지만요." 인 교수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정말 마음 아픈 일"이라고 애통해했다. 그러고는 가만히 있다가, 나무는 땅 주인인 노파가 자신과 남편의 관을 짜려고 자른 것 같다고 말했다. 89세의 쪼글쪼글한 이 할머니의 남편은 몇 해 전 사망했다. 인 교수와 지체 높은 부지사인 천이 외국인까지 대동하고 나무를 보러 왔다고 하니까 겁에 질린 그 할머니는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열어주지 않았다.
인 교수가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젓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여기 좀 보세요" 하고 말했다. 그 귀한 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어린 침엽수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열매가 맺힐 때까지 기다려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저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것들이 틀림없을 거예요." 이웃집 마당에는 50cm 가량 되는 어린 침엽수 열두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이웃집 소년이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지 밖으로 나왔다가 그 귀한 어린 나무들 사이에 서게 되었다. 인 교수가 소년의 손을 잡더니 "이 나무들도 너처럼 어리단다. 그러니 네가 나무들을 아끼고 잘 보살펴줘야 한다"며 당부를 했다. 천은 아이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엄포를 놓는다. "만일, 이 어린 나무 중에서 하나라도 해치기만 해봐라. 네 녀석을 찾아내서 그냥 ···." 그가 채 말을 잇지 못하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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