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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

아무리 발돋움을 해도 키가 30cm도 안 되는 미어캣은 무리 지어 살며 어떤 녀석들은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들을 돌보기도 한다. 이들이 어떻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으로 가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미어캣은 낮에 활동해서 관찰 대상으로는 아주 이상적이다. 녀석들은 맹금류와 포유류가 좋아하는 먹이감이라 우리가 관찰해온 미어캣 무리들 중에서도 매년 다 자란 놈들의 절반 이상이 희생됐다. 그래서인지 녀석들은 어떤 대상의 위협 여부를 금세 알아차리고 위험하지 않으면 무시해버린다. 인내심을 가지고 서서히 접근한다면 녀석들은 대개 사람들을 위험하지 않은 존재로 여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칼라하리 사막의 쌀쌀한 아침, 우리가 미어캣의 굴 옆에 앉아 있을 때면 녀석들은 매서운 새벽 바람을 피해 우리 등 뒤로 숨곤 했다. 근처에 나무 둥치 같은 것이 없으면 사람에게 익숙해진 녀석들은 우리 등을 타고 올라가 어깨나 머리 위에서 돌아가며 망을 보기도 했다. 우리에 대한 녀석들의 신뢰가 커지면 커질수록 녀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우리는 유전자 분석을 위해 녀석들의 피부와 털 샘플을 채집했고, 성호르몬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배설물을 모았으며, 체중을 재기 위해 삶은 달걀을 미끼로 전자저울 위에 올라서게 유인했다. 1993년부터 5년 간 진행된 미어캣 연구는 포유류의 협동사회 진화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나의 믿음에서 비롯됐다. 진화론에 따르면 한 개체의 성공은 대개 양육하는 새끼들의 수로 판단된다. 하지만 미어캣들 중에는 자기 새끼를 기르는 대신 다른 미어캣들의 새끼들을 양육하는 데 생의 일부나 평생을 바치는 녀석들도 있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이런 행동은 극히 소수의 포유동물에게서만 관찰된다. 그 중에서도 미어캣은 협력하는 정도와 일을 분담하는 데에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미어캣의 독특한 양육체계는 인간사회를 포함한 협동사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의문들을 불러일으킨다. 다 자란 미어캣들이 무리에서 떠나 독자적으로 새끼를 키우지 않고 왜 부모 곁에 계속 머무는 걸까? 왜 위험을 무릅쓰며 다른 미어캣의 새끼들을 양육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붓는 걸까? 같은 무리에 속한 녀석들끼리 어떻게 책임을 분담하고 할 일을 조정하는 걸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구성원들이 각자 할 일을 완수하도록 관리하는 걸까?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덩치 큰 유인원류 중에서도 미어캣처럼 협력하는 정도가 광범위한 경우는 드물다. 인간 협동의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됐을 텐데 생존을 위해 자신의 무리에 의존하는 미어캣을 연구해보면 협동 사회의 진화에 대한 일면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어캣 연구는 자연재해가 닥치기 전 까지는 착실히 진행됐다. 그런데 연구가 시작된 지 2년 만에 칼라하리 사막에 불규칙적으로 내리던 비가 뚝 그쳐 공원 내에 남아 있던 풀들이 고사해버렸다. 회오리바람이 강바닥을 휩쓸며 지나갔고 스프링복과 누떼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풀을 찾아 모래언덕 지대로 떠났다. 처음에는 미어캣들도 모래를 파헤쳐 딱정벌레와 전갈을 찾아먹으며 버텼으나 상황이 악화되자 녀석들은 자신의 영역 곳곳에 파놓은 도피굴에서 점점 더 멀리까지 가서 먹이를 찾아 헤매야 했고 파수꾼을 세우지 않고 보내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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