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를 쫓는 사람들
새로운 부류의 과학자들이 우주의 탄생 과정을 밝히기 위한 혁명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별도 없고, 은하도 없고, 그리고 빛도 없는 우주를 상상해보라. 보이지 않는 물질의 바다에 원시가스들만이 어둠 속에 뒤엉켜 있는 우주를. 빅뱅(대폭발)의 눈부신 섬광이 있고 나서 대략 40만 년 뒤부터 우주는 거의 5억 년간 암흑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그 모든 것을 바꿔 놓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별과 은하뿐 아니라 행성과 인간, 베고니아와 도마뱀까지도 탄생시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우주론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이 수수께끼에 대한 새로운 단서들이 여러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론가들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최초의 별들과 은하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를 추적해왔다. 천문학자들은 거대한 첨단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들여다보며 최초의 은하들을 찾아 시간 여행을 하고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영상들을 통하여 놀랄 만큼 다양한 은하들을 발견해왔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새로 태어난 별들의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회전불꽃 모양의 은하에서부터 수십억 년 전에 탄생한 붉은색 별들로 타오르는 찌그러진 럭비공 모양의 은하, 그리고 다른 은하와 충돌해 흩어진 별들이 꼬리처럼 길게 늘어선 모양의 은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은하들이 존재한다. 1세기도 채 안 되는 불과 1923년 이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인 우리은하밖에 몰랐으며, 우리은하에는 1억 개 정도의 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하늘에 보이는 흐릿한 덩어리들 중 일부는 우리은하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들은 중력에 의해 별, 가스, 먼지가 한데 뭉쳐진 독립적인 은하들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은하에 1000억 개 이상의 별들이 있으며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에 이르는 은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천체물리학자인 카를로스 프렝크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그것은 주로 은하 생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에 비견할 만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젊은 천체물리학자 톰 에이블은 최초의 별의 탄생 과정을 자신이 알아냈다고 생각한다. 작년 4월 어느 날 오후, 멕시코의 코수멜 섬에 있는 한 호텔 수영장 옆에 앉아 있던 그는 바텐더가 믹서로 피냐콜라다를 바삐 만들어대는 소리도 의식하지 못한 채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영상들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영상들은 별이 어떻게 탄생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몇 분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간 그는 은하의 기원에 대한 사상 최대의 학술 회의에 참석해 그의 동료들에게 그 영상들을 발표했다. 에이블은 최초의 별이 오늘날의 우주보다 더 신비롭긴 했지만 훨씬 단순했던 약 140억 년 전의 우주에서 탄생했다고 믿고 있다. 또한 오늘날보다 크기는 더 작았고 밀도는 더 컸던 그때의 우주는 칠흑같이 어두웠는데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고 소량의 리튬을 함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그는 동료인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마이클 L. 노먼과 옥스퍼드대학의 그레그 L. 브라이언과 함께 이런 가스들에서 별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초의 별이 탄생하게 된 첫 번째 단계는 중력에 의해 모인 가스들이 성운들을 형성하는 것이다. 가스가 식으면서 성운들은 수축하는데 그 중심부에서 태양보다 작은 덩어리로 뭉쳐지게 된다. 이 덩어리 둘레에 주변 가스들이 쌓이면서 수축이 더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 성운은 태양의 100배 정도 되는 거대한 질량으로 커진다. 이와 같은 과정이 시작된 후 수백만 년이 지나 강도 높은 압축은 드디어 별을 탄생시켰다. 그러고는 빛이 있었다. 에이블이 오늘날 은하의 축소판인 마이크로 은하라고 부르는 다른 가스 구름들에서도 똑같은 별 생성 과정이 시작됐다. 곧이어 거대한 별들로부터 나온 광선이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이 별들은 강렬하게 타올랐다가 불과 몇 백만 년이 지나서는 초신성(super-nova)이라 불리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이 최초의 별들은 비록 수명은 짧았지만 우주에 변화를 가져왔고 미래의 은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주위 가스들의 온도를 높이고 그들에게 자외선을 쏟아냈으며 폭발할 때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와 같은 중원소(重元素)들을 최초로 만들어냄으로써 우주와 차세대 별들의 씨를 우주공간에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