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밝아오는 심해
과학자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획기적인 방법으로 심해 열수구의 기이한 세계를 촬영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영상을 잡아낼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대형 아이맥스 카메라와 4400와트짜리 조명을 준비해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다음, 조명 스위치를 켰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그러자 '검은 연기 굴뚝'이라는 별명을 가진 열수구의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심 3500m 지점에 있는 이 열수구는 대서양 해저 마그마에 의해 350°c로 가열된 물을 분출한다. 이 뜨거운 물기둥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 금속 황화물 결정이 침전돼 광물질 굴뚝이 형성되고 이 굴뚝은 박테리아 등 여러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저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잠수정의 창을 통해 내다보는 것은 손전등으로 우주를 비춰보는 것과 마찬가지라 보이는 게 많지 않다. 그러나 고감도 영화용 조명 장비를 장착하면 잠수정은 심해용 허블 망원경이라도 된 것처럼 바닷속을 환히 비춰준다. 뾰족하게 솟아 흔들거리는 황화물 굴뚝(오른쪽)이나 먹이를 찾아 해류 사이를 훑고 다니는 가시투성이 브리싱기드 불가사리(맨 오른쪽)처럼 기이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몇 과학자들이 미 국립과학재단 및 스티븐 로 프로덕션과 함께 열수구의 풍부한 생태계를 유례없이 상세하게 촬영해 아이맥스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이곳의 생태계는 지구의 초기 생명체에 관한 단서를 제공할지 모른다. 칠흑같이 어두운 심해의 열수구에서는 생물들이 화학합성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박테리아나 원시세균과 같은 미생물들은 열수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변형시켜 몸을 살찌운다. 대서양 중앙 해령에 있는 열수구 지대에서는 반투명 새우떼(오른쪽)가 이러한 미생물들을 먹고 산다. 리미카리스 엑소쿨라타, 혹은 '눈 없는 리프트 새우'라고 불리는 이 새우는 눈자루와 수정체가 없다. 그러나 생물학자 신디 밴 도버는 이 새우의 등에서 인간의 눈에 있는 감광색소와 유사한 로돕신이 함유된 반사엽을 찾아냈다. 이 새우들이 사물을 볼 수는 없어도 빛의 밝기를 감지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캄캄한 곳에 빛이 있을까? 놀랍게도 열수구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물에서 적외선 파장의 빛이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과 달리 새우들은 이 빛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빛을 이용해 먹이가 풍부한 굴뚝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물이 뜨거울수록 '밝게' 보일 테니 몸이 익지 않도록 조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럿거스대학의 러츠와 그의 동료들은 대서양 중앙 해령을 따라 자리잡은 로스트 시티와 스네이크 피트, 트랜스애틀랜틱 지오트래버스(TAG)의 열수구 지대를 고해상도 필름으로 촬영함으로써 몇 년 전 동태평양 해팽(海膨, 길게 융기한 해저 지형)에서 시작한 탐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열수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과학 지식의 증진을 목적으로 이 일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