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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국립공원

적막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광활한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국립공원. 거친 야생성과 억제되지 않는 장엄함이 서려 있는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만나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적막한 풍경을 좋아한다면 미국 알래스카 주 동남부의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이 제격이다. 규모까지 큰 곳을 원한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스위스를 통째로 옮겨놓아도 자리가 남을 정도니 말이다. 이곳에서 사람 한 명쯤은 그야말로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코퍼센터 부근에 위치한 이 국립공원의 관리소는 앵커리지에서 자동차로 그냥 달리면 네 시간, 도로변 경치를 즐기며 달리면 다섯 시간 거리에 있다. 관리소에서 만난 안내소장 게리 캔들라리아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공원 이용료나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 수를 정확히 집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국립공원의 주요 관심사는 생태계 보호에 있죠. 방문객 수는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그가 설명했다. 어림짐작으로 매년 약 3~6만 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최대로 잡아 6만이라고 해도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에 있는 그레이트스모키 산맥 국립공원의 여름 주말 방문객 수와 비슷한 정도다. 또한 이곳을 둘러보려면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달리 자동차는 포기하고 하늘로 가야 한다. "너무 넓어서 제대로 보려면 항공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캔들라리아가 말했다. 코퍼센터에서 약간 북서쪽 위에 위치한 글렌앨런에서 전세비행기를 운행하는 린 엘리스도 공원의 규모에 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간혹 몇 시간이면 공원을 전부 둘러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해주죠. '글쎄요. 한 번 급유하면 시속 25km로 네 시간 반 동안 날 수 있는 내 비행기로도 한 번에 다 보기는 불가능하지요.'" 지당하신 말씀이다. 530만ha의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국립공원은 크기가 옐로스톤의 6배 정도로, 미국 국립공원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또한 캐나다의 클루에인 국립공원과 이에 접해 있는 타첸시니-앨섹 국립공원, 바로 근처에 있는 미국의 글레이셔 만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과 더불어 유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지구 최대 규모의 자연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랭걸-세인트일라이어스 국립공원에서는 네 개의 거대한 산맥이 만난다. 북쪽으로는 알래스카 산맥의 가장자리가, 공원 중심에는 세인트일라이어스 산맥과 환태평양화산대의 일부인 랭걸 산맥이, 그리고 남서쪽으로는 알래스카 만과 마주한 채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을 세운 추개치 산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가 데날리(알래스카 주 북부에 위치한 매킨리 산의 인디언식 이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세인트일라이어스 산(해발 5489m)이다. 높이 4317m인 랭걸 산은 아직도 화산활동중이어서 얼어붙은 산 정상 위로 수백m씩 연기 기둥이 치솟곤 한다. 이곳은 온통 얼음투성이다. 습한 해양성 공기가 바닷가에 위치한 산맥에 부딪히면서 연평균 최대 15m까지 눈을 뿌리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규모의 빙하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세인트일라이어스 산맥의 기슭에는 북미 최대의 산록빙하인 맬러스피나가 미국 델라웨어 주(5294km2)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면적을 뒤덮고 있으며, 랭걸 산맥 북쪽으로는 극지방을 제외한 서반구에서 가장 긴 곡빙하라는 너베이즈너 빙하가 흐르고 있다. 회색 바위, 푸른 얼음, 중중첩첩의 봉우리와 계곡들, 미 법령으로 보호받는 390만ha의 대지. 단일 국립공원으로 미 국립야생보호시스템(NWPS)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놀라울 정도의 거대함과 원시성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과소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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