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탕 고원 답사기
동트기 두 시간 전에 나는 텐트의 지퍼를 내리고 밖을 내다봤다. 내 헤드램프에서 나오는 빛이 15cm나 쌓인 눈을 환하게 비춘다. 눈이 아직 내리기 전인 어젯밤, 나와 동료 세 명은 오늘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작정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해가 떠올라 굳었던 땅이 진창으로 변하기 전에 장비를 잔뜩 실은 우리의 알루미늄 손수레를 가능한 한 멀리 끌고 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땅이 녹는 게 문제가 아니다. 눈 덮인 땅 위로 손수레를 끄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오히려 흔들리지 않고 일에 매진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나는 따뜻한 침낭에서 빠져나와 차가운 바지를 껴입는 동안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30일 예정으로 티베트 북부에 있는 창탕 고원을 횡단하는 트레킹 5일째를 맞고 있다. 광활한 고산 초원지대인 창탕 고원은 인적이 드물어 300km가 넘는 여정에서 사람이라고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이곳은 평균고도 약 5000m의 황량한 고지대로, 피부가 가죽처럼 질긴 티베트 서부의 유목민 드록파족조차도 발을 들여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다. 또한 짐승들은 사람에 익숙하지 않아서 트레킹 이틀째 되던 날은 늑대 한 마리가 15m 앞까지 접근해 20분 가량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동틀 무렵, 우리는 각자 허리춤에 댄 복대에 묶은 손수레를 끄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하얀 눈 위에 바퀴 자국이 깊게 팬다. 우리는 평평한 초원지대를 뒤로 하고 토제캉그리 산 북쪽에 자리잡은 높이 6000m짜리 이름 모를 봉우리의 기슭으로 손수레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환해지면서 스노핀치(되새류)가 지저귀며 아침을 알리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깃털처럼 스며나온다. 우리 뒤에서는 비스듬히 비치는 햇살이 눈 덮인 구릉들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앞에서는 이른 아침 햇살이 얼음처럼 차가운 안개를 뚫고 퍼져 나와 보라·초록·노랑·빨강의 긴 띠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평무지개죠. 높은 산악지대나 극지방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게일런이 말했다. 사진작가이자 산악인으로 유명한 게일런 로웰은 친구들 사이에서 야생에 관한 만물박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장학습을 나온 교수처럼 결빙 다각형, 즉 뒤쥐가 지나간 자리처럼 쌓아 올려진 흙더미가 기하학적인 형태로 얼어붙은 것을 보더니 짤막한 강의를 했다. 상쾌했던 그날 아침 우리 중 누구도 이번 탐사가 게일런의 마지막 원정이 되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 한 달 후 그는 아내 바버라와 함께 비행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슬픈 나날을 보내던 우리는 이번 탐사가 게일런을 포함해 우리의 생애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다는 데 위안을 삼았다. 2002년 5월 27일, 중국의 시짱(티베트) 자치구 수도인 라싸에서 우리의 여정은 시작됐다. 콘래드 앵커, 지미 친, 게일런, 그리고 나는 4륜구동차와 이중 바퀴가 달린 트럭을 한 대씩 빌리고 연료 6통을 샀다. 우리는 티베트인 운전기사 2명, 요리사 1명, 정부 공인 안내원 1명과 함께 북쪽으로 닷새를 달렸다. 처음 이틀간은 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렸고 그 뒤 사흘간은 우리를 앞서 간 몇 안 되는 자동차들이 남긴 희미한 바퀴 자국을 따라 갔다. 결국에는 그 바퀴 자국마저 진창 속으로 사라져버린 지점에 이르렀고 우리의 트럭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우리는 야생동물 보호의 사명을 띠고 창탕 고원에 왔다. 치루라고도 불리는 티베트영양 무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매년 멀리 떨어진 쿤룬 산맥 어딘가에 있는 새끼 낳는 장소, 즉 번식지로 이동하는 암컷들을 따라 북쪽으로 갈 예정이었다. 창탕 고원에는 한때 티베트 전역에 널리 퍼져 있던 야생동물 가운데 많은 종들이 아직도 서식하고 있다. 야생 야크, 키앙(티베트 야생 당나귀), 티베트 불곰, 티베트 아르갈리양, 티베트 가젤을 포함해서 밀렵꾼들의 추적대상인 치루도 티베트 내에 있는 서식지 네 곳 중에서 이곳에 가장 많다(124쪽 부록 기사 참조). 1983년 중국 정부는 창탕(티베트어로 '북부 평원'이라는 뜻) 고원의 일부인 49만㎢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우리의 임무는 치루 번식지를 필름과 비디오에 담는 일이다. 그러면 야생동물보호협회 소속의 명망 있는 야생생물학자 조지 섈러와 그의 동료들이 우리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치루 번식지를 보호구역에 포함시키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