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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대륙횡단 고속도로

'트란스오세아니카(Transoceanica).' 건설 예정인 대륙횡단 고속도로의 줄임말로 요즘 페루에서 유행하는 단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어느 무더운 날 오후, 트럭 한 대가 아마존에 있는 허술한 일차선 다리로 털털거리며 다가간다. 트럭이 속도를 늦추자 뒤쪽에서 일어난 미세한 붉은 흙먼지가 트럭 쪽으로 날아와 꼭대기에 타고 있는 승객 17명을 뒤덮는다. 이 트럭은 쿠스코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마존 강 유역까지 연료를 운반하는 탱크로리지만 탱크 위쪽이 납작하고 가장자리에는 낮은 나무 난간이 달려 있다. 탱크 옆면에 커다랗게 쓰여진 '위험-가연성 물질'이라는 경고문 바로 위쪽에 앉아 있는 승객들은 흙먼지 때문에 두 눈을 감은 채 잠시 숨을 멈춘다. 마리 루스 게라와 그녀의 아들 알렉스(14)도 이들 틈에 섞여 있다. 알렉스는 신이 난 듯했지만 메리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았다. 홀몸으로 자식을 키우고 있는 보육원 교사인 메리는 현재 거주하는 열대우림 지역의 푸에르토말도나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안데스 산맥 위의 쿠스코까지 왔다. 친척들을 만나러 가 있던 알렉스를 데려올 겸 한 달간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비행기에는 관광객들과 비교적 여유 있는 현지 주민들이 탑승해 있었고 비행 시간은 37분이 걸렸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항공료가 올라 그녀는 알렉스와 함께 비행기를 탈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화물 운송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구불구불한 좁은 흙길을 달리는 트럭 꼭대기에 앉아 72시간 동안 해발 4750m 높이의 고개를 넘어 습한 열대우림 지역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것이다. 가파르고 굴곡이 심한 안데스 산맥에서 푸른 평원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아마존 강 유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기억에 남을 만한 장관이 펼쳐진다. 트럭 운전사가 점심 식사를 위해 리베르타드라는 마을에 차를 세웠다. 나는 메리와 알렉스를 비롯한 승객 몇 명과 함께 근처 개울에서 수영을 했다. 흙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물 밖으로 나오자 큰부리새 한 마리가 근처 들판 위를 이리저리 날다가 숲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도로변에 있는 두 식당 중 한 곳에서 파카(아구티쥐)를 팔고 있었다. 파카는 튀겨 먹으면 맛이 기막힌 커다란 설치류다. 또 다른 트럭 한 대가 마을을 질주하며 지나가자 먼지가 일어 우리가 먹고 있던 음식 위에 내려앉았다. 메리가 역겨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차가 우리 옆에 멈추어 섰을 때 나는 트럭의 로고를 손으로 가리켰다. '트란스오세아니카(Transoceanica).' 건설 예정인 대륙횡단 고속도로의 줄임말로 요즘 페루에서 유행하는 단어다. 메리가 얇은 종이 냅킨으로 이마를 닦아내며 말했다. "저 고속도로가 얼른 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많은 선진국 사람들처럼 나는 도로가 나지 않은 장소에 매력을 느낀다. 지구상에 도로가 없는 곳은 이제 극소수에 불과하다. 큰부리새 같은 멋진 동물들은 이런 장소들에서만 살 수 있다. 의식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구의 운명 자체가 도로를 건설하지 않고 자연을 보존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을 잇는 판아메리카 고속도로가 20세기 남아메리카의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 구축 사업이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동서간 도로인 트란스오세아니카를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사람들이 '대륙횡단 고속도로'라고 말하면 특정한 도로 하나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모두가 동의하는 바와 같이 이 도로의 동쪽 구간은 브라질을 통과할 예정이다. 이 남아메리카의 경제대국은 이미 많은 도로를 건설했으며 고속도로 두세 개로 대서양과 안데스 산맥을 연결할 준비가 돼 있다. 안데스 산맥 서쪽의 미래는 더 불확실하다. 페루는 간선도로 두 개를 구상하고 있지만 세 번째 도로까지 만들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세부사항은 아직 하나도 확정된 것이 없다. '대륙횡단 고속도로'가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어떤 것을 암시하지만 페루인들에게는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성배(聖杯)와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이 공공건설사업은 수십 년 동안 논의만 이뤄졌을 뿐 진전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페루인들이 도로 건설에 냉담하다는 말은 아니다.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만큼 국민들의 도로에 대한 관심을 잘 알고 있는 인물도 드물다. 톨레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2001년 8월에 그의 행정부는 가장 적합한 도로 노선을 결정하기 위한 입지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즉시 소동이 벌어졌다. 티티카카 호 옆에 있는 푸노 주의 주민들과 이들과 경쟁 관계인 쿠스코 주의 주민들이 입지조사로 자신들의 주에 도로가 들어설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3만 명의 시위대가 하루 동안 쿠스코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켰다. 한편 푸노에서는 고속도로 건설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했으며 국회의원 두 명을 인질로 잡았다. 얼마 후 교통부 장관 루이스 창은 궁극적으로 한 개뿐 아니라 여러 개의 노선이 건설될 것이라고 말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리고 실제로 점진적인 도로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거대한 고개들의 대부분은 아직 손길이 닿지 않고 있으며, 이 고개들의 개선사업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쿠스코와 푸노의 주민들은 한 가지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두 주의 동부와 연결되는 고속도로 노선이 마드레데디오스 주의 거대한 아마존 지역을 곧바로 통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환경주의자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페루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마드레데디오스 주의 서부 산악지역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종과 서식지가 있으며 광활한 운무림이 있어 그 아래쪽에는 원시 상태의 자연이 보존돼 있다. 푸른 초목이 무성하고 습기가 많은 이 지역에는 금강앵무류, 테이퍼, 그리고 외부 세계와 접촉한 적이 없는 여러 토착 부족이 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 최고의 도로는 강이었다. 수천 년 동안 강은 이곳 사람들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장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였다. 물론 고속도로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인간의 주거 양식을 바꾸고 자연 서식지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질병을 전파하며 문화충돌의 무대를 마련해준다. 마드레데디오스를 통과하는 비포장 도로는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우리가 탄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브라울리오 키스페 게바라(35)의 승객들 중에는 도시로 이주하는 가난한 고산지대 주민들이 많다. 현재 일거리가 있는 곳은 아마존 지역이다. 바로 마호가니 벌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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