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개혁이 불러온 혼란과 굶주림
토지 개혁이 시작되자 백인들은 농장을 잃었고 흑인들은 일터를 잃었다. 남아프리카의 대부분을 먹여 살렸던 짐바브웨가 자립할 수단마저 잃어 버린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삼대가 함께 사는 스톤턴 일가 사람들은 짐바브웨에 거주하는 백인들이다. 이들은 지금 수도 하라레에 있는 한 안전한 가옥의 조그만 거실에 모여 있다. 자기네 농장에서 갑작스레 쫓겨난 게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옷 가방과 종이 상자들에 둘러싸인 채 그저 눈만 껌뻑이고 있다. 이들은 지금 짐바브웨를 떠나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어느 화요일 오후, 고급 레저용 차량 행렬이 카체레 농장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다가왔다. 검은 차창 안에는 젊은 그레이스 무가베 대통령 영부인과 그 측근들이 타고 있다고 농장 일꾼들이 알려왔다. 영부인은 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깔끔하게 가꾸어진 들판에서는 옥수수·콩·밀·감자가 커다란 온실에서는 암스테르담 꽃 시장에 수출할 장미가 자라고 있었다. 몇 주 후, 스톤턴 일가의 정원은 쇠막대와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이 뒷문을 부수고 들어와 집 안을 약탈하는 동안, 70대 후반에 접어든 제임스와 마거릿은 경찰에 신고를 한 후 딸 앤젤라와 어린 두 손녀 케이틀린과 새러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욕실 밖으로 나온 스톤턴 식구들은 침입자들이 약탈하고 난 뒤 두고 간 가재도구들이 잔디밭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스톤턴가 사람들은 이렇게 전한다. 침입자들이 아이들을 쇠지레로 위협하며 세 시간 내에 농장을 떠날 것을 자신들에게 명령했으나 경찰은 시종 수수방관할 따름이었다. 더구나 침입자들은 나중에 경찰을 경찰서까지 태워다주기까지 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백인들이 지난 세기 대부분 동안 살아왔던 농장을 강제로 무상몰수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스톤턴 일가가 그 막바지 혼란에 휘말려든 것이다. 올해 초에는 백인이 소유했던 4500군데의 농장 중 겨우 200군데 정도만이 농장다운 기능을 하고 있었다. 2000년의 어느 운명적인 날에 백인 농장주들에 대한 이런 막판 공세가 시작됐다. 그날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새 헌법을 국민 투표에 부쳤다가 패했다. 무가베는 첫 번째 패배이기도 한 이 불쾌한 패배의 원인이 새로 생긴 야당을 지원한 백인들 때문이라며 백인들을 비난했다. 그는 농장주들이 농장의 흑인 일꾼들을 동원해 반대표를 던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무가베가 이끄는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국민연합애국전선(ZANU-PF) 당원 수천 명이 농장을 접수하러 나섰다. 백인 농장주 10명과 흑인 농장 일꾼 27명이 살해됐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거나 고문을 당하거나 체포되었다. 토지개혁은 격렬한 양상을 띠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작년 상업용 밀 생산량은 재작년에 비해 52%나 감소했고, 상업용 가축 수도 1999년의 130만 마리에서 작년에는 20만 마리로 줄었다. 한편 가뭄으로 흑인 공동 경작지의 곡물 생산은 참담할 만큼 흉작이었다. 전통적으로 이 경작지들은 짐바브웨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올해 옥수수 생산량은 필요량에 비해 70%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짐바브웨 인구 12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굶주릴 위험에 놓여 있다. 게다가 무가베의 측근들은 반대 세력 지역에 식량이 배급되는 것을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