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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산호 낙원

태평양의 다른 지역에서는 식용으로 남획되고 있는 코코넛 크랩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채 때묻지 않은 이곳 피닉스 제도에서 번성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제비갈매기떼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면서 캔턴 섬 위를 맴돌고 있었다. 캔턴 환초의 나즈막한 모래 언덕 너머로 남태평양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하늘은 열대 지방의 거대한 구름이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황금빛, 붉은 빛, 흰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침 6시 30분, 생물학자 데이비드 오버라와 산기타 망구바이, 메리 제인 애덤스, 다이빙 대장 캣 홀로웨이와 나는 부드럽게 출렁이는 잠수 보트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스쿠버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야." 데이비드가 말했다. "여기에 있기를 기대해봅시다." 나는 스쿠버 장비의 호흡 장치를 입에 물고 수중 카메라를 손에 든 채 몸을 뒤로 젖혀 초호(礁湖)의 좁은 입구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일행도 따라 들어왔고 우리는 수심 20m 바닥까지 내려갔다. 아침 햇살이 물속을 뚫고 들어와 노랑, 초록, 자줏빛 산호들을 환하게 비추었다. 쥐가오리 한 마리와 녹색바다거북 한 마리가 신기하다는 듯이 우리 주변을 얼쩡댔다. 그때 바닷물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마치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를 연상시켰다. 처음에는 거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던 해류의 흐름이 강해지면서 우리가 뿜어낸 공기 방울도 점차 비스듬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닷물의 흐름은 점점 강해졌고 보름달이 뜰 때 가장 거세지는 썰물로 인해 바닷물이 환초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평화롭고 고요하던 바다 속이 요란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조류에 자극을 받은 약 5000마리의 태평양긴코앵무고기(Hipposcarus longiceps) 떼가 우리 쪽으로 몰려와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초호 입구의 해저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거세진 해류 때문에 우리가 내뿜는 공기 방울은 이제 옆으로 흘러가다시피 하고 머리카락과 잠수복은 정신 없이 휘날렸다. 붙들고 있던 암석을 놓쳤다면 곧바로 먼바다로 쓸려가버렸을 것이다. 몸길이가 30cm 정도 되는 태평양긴코앵무고기떼가 빽빽하게 무리를 지어서 더욱 빨리 헤엄쳐 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까지 와서 보고 싶었던 모습으로, 태평양긴코앵무고기가 썰물이 지는 조류에서 가끔씩 벌이는 산란 장면이었다. 무리 중 몇 놈이 더 빨리 헤엄치면서 몸을 흔들어대자 이에 자극을 받은 무리 전체가 소용돌이 치듯 빙글빙글 위로 치솟으면서 마치 불꽃놀이라도 펼치듯 황홀하게 난자와 정자를 뿜어댔다. 녀석들이 뿜어낸 난자와 정자 구름의 농도가 상당히 진해 물속을 밝게 비추던 햇빛을 차단시켜 바다 속이 뿌옇게 변했다. 물고기들은 수면 위를 향해 나선형으로 헤엄치면서 10~15초 간격으로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러한 산란 의식은 거의 한 시간 동안 계속됐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해류를 이용해 수정란을 포식자의 위협이 적은 먼바다로 떠내려보내기 위해서다. 해저에서 관찰 중이던 내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거대한 쥐가오리 한 마리가 어쩐 일인지 해류에도 불구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마술처럼 한곳에 머문 채 태연히 태평양긴코앵무고기의 난자와 정자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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