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바다표범
어부들에게는 바다의 늑대, 반(反)모피운동가에게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동물인 이 사랑스러운 바다표범이 또다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나는 수중세계를 떠다니고 있다. 위로는 얼음들이 넘실대고 아래로는 컴컴한 협곡들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만의 겨울 왕국이다. 햇살이 수면을 뚫고 들어오지만 음침한 심해 속에서 그 자취를 잃고 만다. 하프바다표범들이 시야에 나타난다. 얼마나 빠른지 신출귀몰한 모습이 어뢰 같다. 녀석들은 뒷발 지느러미를 부채처럼 폈다 접었다 하며 우아하고 힘차게 저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몇 마리가 다가오더니 볼록 튀어나온 까만 눈으로 나를 살핀다. 한 녀석이 몸을 비틀며 등에 난 하프 모양의 얼룩 무늬를 자랑한다. 이들의 이름은 이 반점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나는 수면 위 부빙(浮氷)들 사이로 올라간다. 암컷들은 마르가리타(칵테일의 일종) 슬러시 같은 얼음물 속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며 얼음 가장자리 너머로 새끼들이 무사한지 내다본다. 때는 3월 중순, 하프바다표범이 가장 많은 때다. 녀석들은 북극해에서 남쪽으로 3200km를 이동해 와 세인트로렌스 만과 래브라도 및 뉴펀들랜드 근해에서 봄을 난다. 녀석들의 일생에서 짝짓기, 출산, 털갈이 같은 주요 사건들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난다. '그린란드의 얼음 애호가'라는 뜻의 학명(Pagophilus groenlandicus)을 가진 하프바다표범의 봄철 서식지를 보기 위해 나는 이곳에 왔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40년 전, 캐나다의 바다표범 사냥꾼들과 동물보호단체들 간에 새끼 하프바다표범 사냥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복슬복슬한 하얀 털에 애처로워 보이는 까만 눈동자를 가진 하프바다표범 새끼는 바다표범잡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마구잡이식 개발로 잘못된 모든 것의 상징이 되었다. 거의 20년에 걸친 격렬한 항의 끝에, 유럽경제공동체(EEC)는 환경운동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1983년 '화이트코트(생후 3~14일 정도 된 하프바다표범)'라 부르는 새끼의 희고 폭신한 털가죽을 비롯해 모든 하프바다표범 관련 상품의 수입을 금함으로써 바다표범 산업계를 크게 위축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많은 이들에게 이 싸움은 거기서 끝난 것이었다. 자연의 승리로 말이다. 그러나 다시 모피가 유행하고 있고 화이트코트 새끼는 비록 캐나다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보다 큰 새끼들의 사냥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5년 동안 지금만큼 하프바다표범이 많이 포획된 적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