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빙원 트레킹
길은 가파르고 썰매는 무거운데 천지가 온통 흰색이라 사방을 분간하기조차 힘들었다. 파타고니아 남부 빙원의 전형적인 날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의 악천후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극과 그린란드를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큰 빙하 지역인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의 드넓은 파타고니아 빙원을 지배하는 자연의 위력을 설명하기에 "날씨"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빈약한 말이다. 바람에 밀려 쓰러지고, 눈 속에 산 채로 파묻힐 지경이니 말이다. 빙무(氷霧) 때문에 며칠씩 앞을 분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곳을 찾은 사람은 자신의 미약함과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지금껏 물품을 재보급 받지 않고 남부 빙원을 가로질러 탐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도는 했었지만 대개가 악천후로 인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기자인 토마스 울리히와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위성사진과 휴대용 GPS(지구위치파악시스템) 장치를 이용하여 위험한 크레바스를 우회하고 눈보라치는 봉우리를 넘어 거의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서 그 길을 따라 가기로 한 것이다. 산악인인 토마스의 숙련된 기술과 극지 탐험가인 내 기술을 합쳐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늦겨울에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날씨는 더 춥고 어둡겠지만 크레바스 사이에 눈이 쌓여 생긴 설교(雪橋)가 더 단단해지고 바람도 예측하기가 쉬운 기간이기 때문이다. 2003년 8월 24일, 앞으로 67일간 생존하는 데 필요한 식량과 물품을 네 척의 카약에 넉넉히 싣고 앞으로 겪게 될 미래에 대해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며 칠레의 토르텔 마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험난한 일정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