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두뇌 사이
몸과 마음의 관계는 오랜 철학적 성찰의 대상이다. 첨단기술로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구한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들은 과연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과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으로 대별되는 몸과 마음에 대한 두 철학적 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코리나 앨러밀로(28)가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의 의료원 수술실에서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그녀의 뺨 밑에 베개 하나를 받혀 놓았고 머리는 완전히 고정되도록 이마를 강철 고정대로 죄었다. 20대 후반인 코리나는 의료 보조원으로 일한다. 진한 갈색의 눈동자에 짙은 눈썹과 둥근 얼굴을 지닌 정겨운 인상이다. 살균 처리한 파란 종이 텐트 너머로 두 외과 전문의가 코리나의 뇌 가운데에 있는 받침 접시만한 부위를 놓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자개처럼 반짝이는 이 부위가 심장 박동에 맞춰 부드럽게 고동친다. 뇌 표면에 드러난 가는 동맥들이 현재 황급히 진찰 중인 부위로 혈액을 공급한다. 언어 구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뇌의 왼쪽 전두엽(前頭葉) 중 일부다. 환부의 가장자리에는 종양의 탁한 검은색 테두리가 다가오는 돌풍처럼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의사들은 코리나의 언어 구사력은 보존하면서 종양만 제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의사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마취 후 두피와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고 밑에 있는 보호막(뇌막)은 접어 올린 상태다. 뇌에는 통각수용체가 없으므로 만져도 된다. "자, 정신차려 보세요." 종이 텐트 밑, 코리나 곁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의사가 말한다. "모든 게 잘 돼 가고 있어요. 뭐라고 말 좀 해 볼래요?" 마취로 의식이 희미한 코리나가 대답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린다. "안녕하세요." 코리나가 속삭이듯 답한다. 코리나의 검붉은 종양은 외과 전문의 어깨 너머로 일반인이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주변 조직도 마찬가지로 상태가 나빠 보인다. 코리나의 뇌는 헬멧처럼 생긴 1.4㎏의 지방과 단백질 덩어리이며, 세척용 스펀지처럼 주름이 접혀 있고 표면은 응고유처럼 생겼다. 코리나의 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체다. 코리나 자신보다 더욱 아름답다. 왜냐하면 뇌는 그녀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자아를 느끼게 해 주며, 존재에 대해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체에 불과한 이것이 어떻게 정신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 고깃덩이가 어떻게 의사의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할 능력을 주는 것일까? 과연 어떤 숭고한 과정을 통해 전기화학적 에너지가 변환되어 수술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그녀의 희망으로 바뀌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사고와 감정과 행동의 근원인 뇌를 시각화하는 강력한 신기술들이 뇌의 본질과 뇌가 만들어 내는 정신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