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글을 지배하는가?
콩고 이투리 삼림지대의 음부티 피그미족은 가혹한 내전과 그에 따른 혼란스런 여파를 견뎌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토지 쟁탈전을 수반한 평화는 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사냥 우림은 빛이 가득한 곳이다. 이는 의외의 사실이다. 우리가 보아 온 수많은 책과 영화들에서 묘사된 우림의 모습은 어둡고 음침하며 단색으로 이루어진 그런 곳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정글 속 세계는 이와는 다르게 외계에서 온 듯한 광채로 빛난다. 나는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가 놀라서 고개를 들고는 일순간 눈부시게 하얗게 변한 숲을 쳐다보았다. 내 주위는 거의 빙하와 같은 청명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 걸음 더 가자 정글은 금속성 색채로 변했다. 사방은 나뭇잎 그림자들로 가려져 어두웠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으며 화살에 맞은 피묻은 원숭이 가죽이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소름끼치는 은백색에 잠겨 있었다. 언젠가 나는 안개 자욱한 이투리 강 둑에서 숲 사이로 새어든 석양빛에 덤불들이 초자연적인 불덩이들처럼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들 사이로 한 줄기 내려오는 석양빛이 이글거리고, 젖은 잎새들 위에는 붉은 빛줄기가 용암 방울이 튄 듯 흩뿌려져 있었다. 우림이 생물다양성의 귀중한 보고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옛날 유리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영묘하고 환각적인 우림의 다채로운 빛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정글은 물에 탄 남색 잉크로 헹군 것처럼 파랗다. 무사 얌부카의 반짝이는 눈은 담청색으로 물들었다. 그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들은 별빛처럼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음부티 피그미다. 다부진 근육질에 체구가 작은 그는 무화과 나무 뿌리 뒤에서 창을 쥔 채 웅크린 자세로 다이커영양을 습격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서구식 이름인 '블루다이커'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동물 역시 청회색이다.) 이런 장면은 피그미족 사이에서 100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전통이다. 이 몰이꾼들은 요들조로 노래하며 다이커영양을 앞으로 몰아 숲을 통과한다. 무사는 발끝에 힘을 주고 있다가 한 녀석의 목을 베기 위해 튀어나갈 태세다. 나무 위 원숭이들도 조용히 움직임을 멈춘다. 어딘가에서 새들이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장면을 20번, 아니 30번은 봐왔다. 무사와 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정글을 함께 여행했다. 피그미들은 대부분의 인류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만 한 다이커영양을 그물로 유인하고, 일부 덩굴 식물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축구공을 만들며, 고통과 갑작스런 죽음을 그저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등의 습성 말이다. 물론 이 모두가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즐겁게 한, 황홀함의 차원을 넘어서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 것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빛이었다. 음부티만이 알고 있는 신비로운 색채의 왕국 말이다. 그 빛이 또 변한다. 무사의 입가에 번지는 잔혹한 미소마저도 옥색을 띠는 것 같다. 몰이꾼들은 마치 다이아몬드조차 태워버릴 정도로 밝게 빛나는 곳을 지나 다가간다. 나는 눈이 부셔 고개를 숙이고 분명 내 손인 듯한 형체를 쳐다보았다.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 정글 속에서는 피부가 거의 반투명하다. 유령의 손 같다. 나는 가만히 숨을 죽인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눈 뜰 때도 이러하리라. 이사벨라 로셀리니라면 고칠 수 있는 도로 (이곳을 안다면) 음부티족의 땅에 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들을 따라 나서야 한다. 이투리 삼림지대라 불리는 그곳은 6만km2 규모의 온실 같은 곳이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콩고 동부의 야생을 가로질러 개미들처럼 줄지어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대체로 깡마른 체구에, 허리에는 잭나이프를 차고 있으며, 피로에 지친 몽롱한 눈으로 쌀자루와 사금자루, 여성용 속옷과 총알, 산양과 관(棺), 휘발유통과 코카콜라 박스로 휘어진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간다. 마치 족쇄를 채운 죄수들이 걸어가듯 발을 질질 끌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이들은 콩고의 '톨레카' 상인들이다. "계속 가기 위해서는 약을 먹어야 해요." 캄발레 비발야라는 한 여윈 상인이 말한다. 내가 비발야를 만난 것은 그가 이투리에서 500km 떨어진 곳의 금광으로 거대한 싸구려 플라스틱제 신발 꾸러미를 싣고 갈 때였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이부프로펜을 복용하고 잠을 깨기 위해서 인도신을 복용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약 없이는 도저히 갈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다가 죽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되자 그는 행운을 빌며 정중하게 악수를 한다. 나는 물집투성이인 그의 손에서 묻어 나온 피를 내 바지에 문질러 닦는다. 지구상에서 콩고만큼 비참하게 낙오되어 산업화 이전의 폐허 상태로 퇴보한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때 '자이르'라 불렸던 콩고는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의 실정으로 인해 헐벗고 굶주리게 되었고, 그 후 6년 이상 지속된 무정부상태와 내란으로 경제 기반이 파괴되었다. 중앙 아프리카의 대국이며 땅 면적이 거의 서유럽만 한 콩고는 오늘날 부지불식간에 전멸 후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와일드이스트 지방에 걸쳐 있는 도로들만큼 콩고에서 퇴보한 곳도 없으리라. 어떤 단어들로 이 도로들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진흙탕과 마구 자란 덤불이 도로들을 한 가득 메우고 있고, 겨우 한 명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진 곳도 많이 있다. 이런 모습의 도로들이 아마존 다음으로 드넓은 열대우림 사이로 수백 킬로미터 뻗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나무들이 지붕에서도 자라고 있는 마을들, 마야 유적처럼 황폐화된 공장들, 버려진 커피 농장들로 가득한 곳을 가로지른다. 이들은 곧 도로 아닌 도로, 게릴라들의 '호치민루트'인 것이다. 정글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이 도로 끝에서 엿볼 수 있는 음부티족은 소심하고 과묵하며 조심성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목격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가 파괴되고 포장되어 시장으로 실려 가는 광경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피그미들 역시 콩고의 자전거 대열에 실려 가는 알루미늄 냄비나 담배, 옷가지 등을 탐낸다. 그러나 그 대가로 많은 양의 목재와 야생고기, 황금이 같은 길을 통해서 빠져 나간다. 이는 파렴치한 장사꾼들이 피그미들로부터 사취한 천연 자원들이다. 음부티족이 농장에서 일하거나 숲에서 얻은 산물들을 곡물이나 금속 도구들과 맞바꾸는, 봉건제도와 유사한 거래도 사라져 가고 있다. "그들은 잘 속아요." 길가의 한 상인이 도로 주변에 사는 피그미들을 가리켜 말한다. "아이들처럼요." 사실상 음부티족은 독립을 얻어 가고 있다. 이는 곧, 벨기에가 식민시대에 건설한 아프리카 횡단 도로를 지나는 무리들이 콩고의 동부 야생지대에 사는 음부티족의 모든 것을 앗아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무리란 누더기 순례자들, 러시아 무기 거래상으로부터 공급 받은 헐렁한 군복을 입은 어린 소년군인들, 짙은 붉은색 드레스를 차려 입고 톨레카 상인들의 자전거에 올라타고 가는 매춘부들, 내전 때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들을 찾아 퀭한 눈으로 헤매고 다니는 난민들, 벌목꾼과 광부들, 행상인들, 폭력과 대량 살육으로 몸에 피와 치약 자국이 묻어 있는 민병들을 말한다. 새벽에 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국경 마을인 베니를 벗어난다. 운전사의 이름은 윌리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인지 그의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 그의 반사 신경, 아니 균형 감각은 정말이지 예술이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11시간 동안이나 고통스럽게 달려 우리는 이투리 깊숙한 곳까지 갔다. 고개를 떨구고 땀을 흘리며 나비 떼 사이로 느릿하게 걸어가는 상인들의 대열을 지나쳐 갔다. 악취가 진동하는 습지가 길을 가로막았다. 정말이지 지상 최악의 길이었다. "아,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우리의 상황을 안다면!" 쉬려고 잠시 들른 선교관의 이탈리아 성직자가 내게 말했다. 콩고의 혼란기를 이겨 낸 생존자인 그 사제의 말에 따르면, 매혹적인 세계적 영화 배우이자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이기도 한 로셀리니는 아프리카 자연 보호와 자선사업에 돈을 기부한다고 한다. 나는 너무 지쳐서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로셀리니라면 우리 도로를 고쳐 줄 거예요." 그는 계속 말한다. "만일 그녀가 이 도로를 안다면 말이지요." 그의 눈은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아쉬운 듯이 그는 자신의 파스타 요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론 그녀가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바보 천치들의 왕' 외국 자본으로 찍어 내는 콩고 인권 관련 계간지인 '피그미족의 메아리' 한 권을 읽고 있던 중 다음과 같은 머리기사가 눈에 띄었다. "MLC가 이투리 피그미들을 잡아먹은 증거를 지우려 한다." MLC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반군 조직일 것으로 추정되는 콩고해방운동을 가리킨다. 그 조직의 지도자는 장-피에르 벰바라는 땅딸막한 상인이다. 2002년 콩고 평화협정에 따라 그는 약체 과도정부의 4명의 부통령 중 하나가 되었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의 대외 명성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병사들이 피그미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내부적인 권력 다툼으로 빚어진 콩고의 내전은 6년간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3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대통령 한 명이 암살되었고 나라는 적어도 6개의 주변국들로부터 언제 침략당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그들 대다수는 기아와 질병으로 죽었다.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재앙이었다. 그러나 결국 방송을 들끓게 한 것은 콩고에서 벌어진 식인 행위였다. 콩고에 관한 주요 머리기사가 등장할 때마다 기자들은 식인 행위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입에 담기도 무서운 이 풍습에 대한 강한 관심이 전쟁의 본질을 호도한다. 인종 간에 뿌리 깊이 사무친 원한과 황금, 다이아몬드, 목재, 콜탄(첨단 전자 제품 생산에 쓰이는 광물) 등 광대한 양의 자원들이 전쟁을 일으킨 근본 원인들인데도 말이다. 아직도 마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콩고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늪지대의 안개와도 같이 주위에 퍼져 있다. 축구팀들이 주술사들을 출전시켜 상대편에게 주술을 걸어서 이기려고 한다. 창녀들은 자신을 매혹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줄 주문들을 위해 많은 돈을 서슴지 않고 낸다. 콩고의 와일드이스트 지방에서는 이러한 주술이 마치 호수 깊은 곳에 갇혀 있던 화산가스처럼 폭발적이고 위험한 힘을 지니고 있다. 2002년 후반, '바보 천치들의 왕'으로 불렸던 사령관의 지휘 하에 반군들은 이투리 삼림지대에서 맹렬한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마을을 약탈하고 여자들과 어린 소녀들을 강간했으며 주민들을 죽였다. 그러나 정작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사람에게 잡아먹힌 피그미들에 대한 소문이었다. 전 세계 언론에서 자주 언급된 음부티인 아무자티 은졸리는 반군들이 그의 가족을 도살하고 모닥불에 구워 "인육에 소금을 뿌려 먹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콩고 동부에서 은졸리를 수소문했지만 찾아 내지는 못했다. 그를 비롯한 다른 '식인 행위 목격자들'은 반군 첩보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어 수도로 연행되었다. 삼엄한 감시 하에 고급 호텔 로비로 황급히 소집된 방송보도팀 앞에서 은졸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말을 더듬으며 자기 주장을 철회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진술을 믿지 않는다. 여러 명의 콩고인들이 나에게 말했듯, "피그미족은 인간 이하의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들을 잡아먹어도 된다." "식인 행위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고대 부족 관습이기도 하고 현대 사회의 테러 수단이기도 합니다." 1만 6000명의 유엔 평화유지군과 함께 콩고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인권운동가는 말한다. "그러나 피그미족만을 표적으로 습격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죠. 현지 군인들 사이에서는, 피그미들의 인육을 먹으면 정글에서 살아남는 그들의 독특한 능력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는 설이 퍼져 있어요. 눈이 밝아진다거나, 길 찾는 기술이 좋아진다거나 등등 말이죠." 베니에 머물던 어느 날 밤 나는 어두컴컴하고 무너져 가는 한 호텔에 들렀다. 거기서 나는 에디손 문길리마 소령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식인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문길리마는 나를 환대해 주었다. 그는 작업복을 입고 표범 가죽 망토를 둘렀으며, 콩고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털 파카를 걸친 채 별빛 아래 간이 의자에 앉았다. 그의 대답은 꽤 철학적이었다. 주물숭배는 오래전부터 콩고의 전쟁과 역사를 함께 해 왔다고 문길리마는 말해 주었다. 주술에는 좋은 주술과 나쁜 주술이 있는데 이는 각 병사들의 순수성에 따라 달라진다. MLC가 피그미들을 잡아먹었다는 설에 대해 그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마이마이족이 적군의 머리를 베어 승리의 깃발 삼아 행진을 벌이는 정도죠." (이것은 절제된 표현이다. 최근 한 인권 문서에 따르면 한 마이마이족의 족장은 '갓난 아기를 햇볕에 말려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문길리마는 사진첩 하나를 꺼내 놓는다. 겉표지에는 '추억'이라는 글자가 우아하게 금장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소름끼치는 장면들과 피비린내나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다와('마력'을 뜻하는 스와힐리 어)'의 증거로 문길리마는 내게 사진 한 장을 주었다. 후에 불빛 아래서 그 사진을 들여다본다. 정복 차림의 문길리마 앞쪽으로 흰 개 한 마리가 지나간다. 원근법이 독특하다. 문길리마의 몸이 반으로 줄어들어 마치 개의 등에 올라타 있는 사악한 난쟁이처럼 보인다. 세상 물정에 밝은 콩고인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마침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는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에요." 탐색 무사가 꿀나무를 발견했다. 이것은 경사로운 일이다. 이 때는 모든 사냥이 중지된다. 음부티족의 야생꿀 탐색전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된다.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꿀은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이투리 남부에서 벌꿀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화밀의 주요 공급원인 꽃이 피고 지는 주기에 따른다. 6월에 본격적으로 꿀 생산이 시작되는데 이 때 나오는 것이 백밀(白蜜)이다. 백밀은 거의 투명하고 백포도주와 같은 청량감을 준다. 8월 중에는 꿀이 어두운 색을 띤다. 이 흑밀(黑蜜)은 진하고 따뜻하며 열대 꽃의 짙은 향기를 낸다. "우리는 꿀이라면 다 좋아해요." 무사가 당연한 말을 한다. (달콤한 꿀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고는 덩굴식물로 50m가량 되는 줄을 만들어서 해야 할 일을 한다. 무사와 사냥꾼 졸리는 피그미족의 평균신장보다도 작은 키로 미끄러운 거목을 타고 20m가량 올라가서 나무 줄기를 도끼로 찍어 구멍을 낸다. 여자들은 장작과 잎으로 만든 훈연 바구니를 밧줄에 달아 올려 보낸다. 몇 분 안에 기대에 찬 작은 탄성 속에 벌집이 황금 덩어리와도 같은 모습으로 내려온다. 금세 그곳의 모든 이들이 달콤한 꿀로 배를 채우고는 당분이 주는 에너지를 만끽한다. 남자들은 서로 고함을 지르며 입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야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더 큰 소리로 웃는다. 10m 정도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들 어딘가에서 5~6세쯤 되는 아이들이 꿀을 몸 사방에 묻히고 군데군데 벌에 쏘인 모습으로 재잘거리고 있다. 우림에서 처음으로 꿀을 맛보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체험이다.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입에 대자마자 그 맛이 뇌신경으로 바로 전달된다. 그 달콤한 향은 이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어딘가에 존재하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구강점막에서 혈관으로 바로 스며들면서 꿀은 농축된 에너지를 몸 전체에 퍼뜨리고 그것이 품은 온기를 아낌없이 내뿜는다. 이 때 나는 속으로 외친다. "바로 이 맛이야!" 지구대 햇볕에 그은 모습의 미국 생물학자 존 하트는 부카부 마을의 한 베란다에 앉아서 냅킨 위에 아프리카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대륙의 중심부를 가르는 단층선 하나를 그린다. 이게 바로 알베르틴 지구대이다. 3000만 년 전 아라비아 반도가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어긋나기 시작한 아프리카 지구대의 최서단에 위치한 알베르틴 지구대는 콩고의 동쪽 경계를 따라 펼쳐져 있으며,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콩고를 갈라 놓는 맑고 거대한 호수들을 품고 있다. 하트의 말에 따르면 이 지구대는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콩고)와 그런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들(르완다, 부룬디) 사이에서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지역이다. 더욱이 민족 분쟁이 격렬한 장소이기도 하다. 1994년 르완다에서 투치족을 대량학살했던 주범인 후투족이 콩고의 정글로 탈주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르완다군이 국경을 넘어 보복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하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구 통계학적 측면이다. 알베르틴 지구대를 따라 분포하는 인구의 밀도는 1km2당 600명이 넘는 데 반해 서쪽의 광활한 열대우림은 3명 이하에 그친다. "이 사람들은 어딘가로 가야 해요, 그렇지 않나요?" 농지로 개간한 부카부 주위의 언덕들 너머를 가리키며 그는 말한다. "여기는 아프리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광활한 열대우림이에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흘러 나갈 수 있도록 거주지역들을 군데군데 만들어 주는 겁니다." 하트는 뉴욕 브롱크스에 본부를 둔 야생생물보호협회에서 활동한다. 그는 2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음부티 사냥꾼들처럼 자만과 순진함이 묘하게 섞인 모습이었다. 그가 운전할 때 피그미족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을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하트의 목표는 콩고의 삼림을 소수 불법 벌목공장이나 이주자들, 밀렵꾼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피그미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생활을 지속케 하는 것이다. "이 전쟁은 견뎌 내기 힘들지요." 하트는 미지근한 맥주를 들이키면서 말한다. "그렇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기다려 보세요. 대형 목재회사들이 우림 지역에 공장을 지어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생각할 즈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진짜 약탈은 그때부터 시작될 겁니다." 미티에서 올려다보기 콩고 동부지방을 떠나기 전, 나는 차를 타고 미티로 향했다. 미티는 전형적인 와일드이스트 지방의 마을이다. 그곳의 도로는 도로라고 부르기도 우습다. 야생동물 고기를 팔고 있는 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손님들은 원숭이 사체의 꼬리를 자신들의 목에 둘러 손잡이 삼아 마치 여행가방인 양 걸고 다닌다. 흔히 볼 수 있는 끈으로 길을 막아 놓은 군 검문소가 보인다.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가진 12세짜리 소년이 차로 다가와 총구를 창문 안으로 들이밀고는, 지나가려면 '안전세' 1000달러를 내라고 한다. 우간다산 담배 한 개비면 바로 해결된다. 나는 데이비드 비심와를 만나러 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헬기를 보러 왔다. 서른 살 안팎의 비심와는 작은 체구의 열성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독학한 예술가이자 발명가이며, 콩고의 피그미들과 오랫동안 공생해 온 농부들인 바시족의 일원이다. 미티는 유일하게 삼림의 대부분이 사라져 마을이 된 곳이다. 여기서 트와족이라 불리는 피그미들은 농장 일꾼들이다.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전통 바시족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콩고 정글에서 비심와는 폐금속과 파이프, 전선 등을 이용해 실물 크기의 구형 실코스키 헬기 모형을 직접 만들었다. 잡지 사진에 실린 모양을 본떴다. 구멍투성이 도로 옆에 있는 그 헬기를 처음 보았을 때는 맨발의 농부 두 명이 동체의 그늘에 팔다리를 쭉 뻗고 드러누워 사탕수수 줄기를 빨고 있었다. "연구용으로 만든 거예요." 비심와가 설명한다. 나는 어이없어 하며 기체를 바라보았다. "비행술 연구죠." 그는 친절하게 덧붙인다. 마침내 나는 비행사가 누군지 물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조종도 직접 해야죠." 비심와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는 재작년에 딱 한 번 헬기를 시험 운행해 봤다고 한다. 어디선가 빌려 온 폴크스바겐 자동차의 엔진으로 작동시킨 날개가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는 바람에 근처의 가축들이 놀라 달아났다. 불행히도 헬기는 뜨지 않았다. 비심와는 몇 차례의 비행을 시도하다 가진 돈을 다 날렸다. 자동차 주인인 친구는 엔진을 회수해서 자기 차에 도로 끼워 넣었다. 비심와는 콩고의 소외된 지식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인생에서 절정기는 경비 일체를 지원 받아 일본에 가서 고릴라에 관한 책의 삽화를 그릴 때였다. 그게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는 수천 명의 다른 콩고 지식인들처럼 그도 낙후된 지역에 꼼짝 없이 갇혀 있다.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초라해진 모습으로 시골에 남겨진 이들은 과거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파였다. 이 불운한 지식인들은 콩고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전쟁 중에 나는 한 요리사를 만났다. 벨기에에서 유학한 그는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을 위한 공식 연회를 정성스레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는 때묻은 반바지에 닳아빠진 구두를 신고 길가에 늘어선 가판대에서 삶은 달걀을 팔고 있었다. 일찍이 나는 한 언어학자와 구멍 난 통나무 배를 타고 콩고 강을 건너면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작품들을 즐거이 낭송한 적도 있다. 무법지대인 콩고 동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허한 지역이다. 그런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불안정한 곳은 아무래도 이름이 잘못 붙여진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전쟁이 다시 일어나 콩고는 더 작은 분쟁 국가들로 쪼개질 것인가? 그럴 수 있다. 가능성은 미약하지만 평화가 지속되어 콩고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것인가? 가능한 얘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다. 2005년 6월로 예정되었던,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래 최초의 진정한 민주 투표가 최소한 6개월 뒤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유엔 전문가들은 반군과 강도, 민병, 군인을 비롯한 여러 살인자들을 포함해 10만 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아직 무기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또한 지구대를 따라 발생하는 인종적·정치적 분쟁은 단순히 대통령 선거 하나만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 아프리카의 중앙에 있는 이 나라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의 인내심과 낙천적 기질을 가지고, 숨죽이며 자신들의 미래를 지켜 보고 있다. 그들만의 숲 속 왕국에서 깨어난 피그미족은 아침 무렵의 어스름을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톨레카 사내들은 눈을 깜박이며 도로 위의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반군 한 명이 악몽을 꾼 것처럼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손을 뻗어 총을 집는다. 이들 모두는 그토록 꿈꿔온 세상을 이룰 수 있을까? 사냥을 마치며 하늘이 마치 빙하가 갈라지듯 두 동강 나고 있다.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울려 퍼지는 천둥 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숲을 때린다. 찬공기의 돌풍이 나뭇가지 사이를 휩쓸고 지나가자 잎사귀들이 축제 때 흩날리는 색종이 조각처럼 떨어진다. 무사는 실눈을 뜬 채 폭풍우를 향해 나지막이 중얼 댄다. "아, 아, 아아." 피그미족은 비를 싫어한다. 축축하고 끈끈해진 숲을 지나 다니기 불쾌할 뿐 아니라 습기로 인해 사냥 그물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다이커영양들은 덩굴식물을 엮어 만든 그물의 젖어 있는 올 사이사이로 몸을 뒤틀며 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무사는 그물을 감아 올리며 다른 사냥꾼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오두막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갑작스레 어두워진 정글에 묻힌 그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울린다. 암흑. 그것은 음부티족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봉한다. 숲이 주는 것은 해로울 리가 없다. 무사는 잎을 말아 만든 마리화나에 불을 붙인다. 극도로 피곤해진 몸을 풀기 위해서다. 그것을 아내 마유마에게 건넨다. 그녀는 죽은 다이커영양의 뒷굽을 쥐고 있다. 몸집이 자그맣다. 마치 보석 같다. 눈이 아직도 반짝인다. 뒷굽은 겨우 사람의 엄지손가락만 하다.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들은 마리화나를 피운다. 무사는 그의 굳은살 박힌 오른손으로 마유마의 쭈글쭈글한 왼손 가운데 손가락을 쥐고 있다.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그들은 오늘 밤 몽곤고 잎으로 지은 오두막에서 잠을 청할 것이다. 돔 형태의 천장이 있는 이 오두막은 이투리 삼림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이 집들은 짓자마자 썩기 시작해 결국에는 먼지 더미로 변한다. 피그미족은 정글이 생겨났을 때부터 이러한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글이 존재하는 한 계속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