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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혁명

스스로 마오이스트라 칭하는 반군들은 네팔의 국왕에 맞서 잔인한 '인민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거사를 치른다는 흥분으로 격앙되어 있는 마오이스트들은 반란이 가져온 끔찍한 결과를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이 경제개혁 대신 선택한 전쟁으로 인해 정작 고통 받는 것은 평화를 갈구하는 인민들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네팔 서부의 햇볕 드는 언덕배기에 란주 동지가 서 있다. 그녀는 지금 하룻밤 사이에 12명도 넘는 경찰들을 죽이게 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19세의 네팔 소녀치고는 건장한 체격의 란주는 군복 차림을 하고 있고 검은 생머리는 이마 위로 착 달라붙게 빗어 넘겼다. 잔혹한 전술로 왕국 전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온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 반군)의 일원인 그녀는 지난 3년간 이곳 산악지대를 누비고 다녔다. 란주는 2002년 9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남쪽으로 80km 떨어진 신드훌리에서 벌어졌던 습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녀가 소속된 부대가 경찰서를 포위한 것은 자정 직전. 동료 반군 몇 명이 사살된 것을 목격한 후 그녀는 일렬로 늘어선 경찰들과 교전을 벌였다. "경찰들은 항복하지 않고 계속 총을 쏘아댔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반자동 소총으로 16명 내지 17명에 이르는 경찰을 사살했다고 주장한다. 총 49명의 경찰과 21명의 반군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교전을 회상하면서 감정이 격해진 란주를 동료 반군이 진정시키고는 말한다. "우린 무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죽이지 않아요. 항복한 군인과 경찰에게 화환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나 란주의 눈빛은 여전히 적의에 가득 차 있다. 네팔 동부에서 태어난 그녀는 정부 보안군에게 시달리다가 15세 때 반군조직에 가담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현역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반군과 내통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나 같은 여자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곤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독립적 태도를 가리키며 말한다. "대부분의 네팔 여성들은 억압받고 있습니다. 많은 수가 봄베이에서 매춘부 신세로 전락하거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립니다. 이런 관행은 바뀌어야 합니다." 란주 가까이에 있던 다른 여성들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타고난 지도자로,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교사나 경찰관이 됐을지도 모른다. 네팔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란주와 같은 젊은이들이 서로를 죽이는 데 이토록 열심이니 말이다. 갸넨드라 국왕이 12년간 지속된 정당정치를 종식시키고 절대권력을 재장악한 지금,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 2월 정부군의 지원을 받은 국왕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카트만두의 국제공항을 폐쇄하는 한편 전화망과 이메일을 차단하고 정치인들을 가택연금시켰다. 이 모든 조치는 마오이스트 반군들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한 것들이었다. 반군들은 이에 대응해 전국적인 파업을 선언하고 폭력시위를 계속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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