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얼음이 그립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결빙기간이 짧아졌다. 캐나다 와푸스크 국립공원에 사는 하얀 곰들은 지구온난화의 열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북극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드슨 만에 추위가 찾아오고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10월이 된 것이다. 북극곰들은 바위투성이 서부 해안을 따라가면서 염습지(鹽濕地)를 지나 처칠 곶을 향해 북으로 간다. 바야흐로 얼음이 녹는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의 긴 단식을 깨는 사냥철이 시작되었다. 여름 내내 곰들은 '걸어다니는 동면' 상태였다. 굴 속에서 자다가 이따금씩 나와 늪투성이의 광활한 저지대인 와푸스크 국립공원을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몸 속에 축적해 놓은 지방으로 버티면서. 이제 곧 허드슨 만의 가장자리를 따라 얼음이 얼 것이다. 곰들은 북쪽으로 가면 얼음이 있고 주식인 반달무늬물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걸어다녀도 될 정도로 얼음이 두껍게 어는 11월이 되면 수많은 수곰과 새끼 배지 않은 암곰들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간다. 물범들이 숨을 쉬려고 파 놓은 얼음 구멍을 찾아 방심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지 냄새를 맡으려는 것이다. 새끼를 밴 200마리가량의 암곰들은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와푸스크는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와푸스크의 절반 이상이 토탄(식물과 수목이 두껍게 퇴적하여 물과 섞이면서 생화학적으로 분해되어 생성된 석탄의 일종) 습지입니다. 두께가 3.6m나 되는 토탄층도 있습니다." 와푸스크 관리인 캠 엘리엇는 말한다. "북극곰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굴로 완벽하지요. 암컷들이 이곳에 파 놓은 굴은 1200개가 넘습니다. 세계 최대의 산실용 굴 집합지인 셈이죠." 크리족 말로 '흰 곰'이라는 뜻의 와푸스크는 육지와 얼음이 공존하기 때문에 북극곰이 살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그러나 1만 1475㎢ 규모의 이 공원(강원도 면적과 비슷)에는 다른 동물들도 살고 있다. "이곳은 북극수림대와 광활한 툰드라가 교차하는 지역입니다." 북극곰을 연구하는 앨버타대학의 생물학 교수 앤드루 드로세이는 말한다. "북극곰, 흑곰, 가끔 보이는 회색곰, 무스, 순록, 붉은여우, 북극여우, 또 앞바다의 흰돌고래 등등.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한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곳의 생물다양성은 실로 엄청납니다." 북방올빼미, 긴꼬리올빼미, 흰올빼미, 흰매, 매 등 약 200종의 새들이 이곳에서 번식하거나 이곳을 거쳐 이동한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와푸스크는 그야말로 노다지다. 그러나 연간 1만 5000여 명의 관광객은 와푸스크 서쪽에 있는 처칠 마을에 머문다. 1996년 공원이 처음 조성된 이후 정작 와푸스크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은 1년에 고작 100여 명에 불과하다. 곰들과 새끼 기르는 굴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그 밖에 다른 이유도 있다. 엘리엇은 말한다. "와푸스크와 처칠은 인접해 있지만 서로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다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처칠 곶 서쪽의 해안 지대인 처칠 지역은 기반암 바로 위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기반암이 지표 훨씬 아래쪽에 있는 남쪽의 와푸스크보다 지질이 더 단단하다. 처칠 지역은 운전도 가능할 뿐 아니라 마을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땅이 단단하기 때문에 실제로 마을이 들어섰다. 이 지역은 약 8000년 전 마지막 대륙빙상이 사라진 이후 기반암이 계속 융기하여 형성된 땅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늦게 형성된 육지에 속한다. 처칠 지역과 달리 와푸스크에는 수많은 호수와 웅덩이가 있다. 어딜 가나 습지투성이다. 토탄 습지는 사람이 발을 잘못 디디면 바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게다가 여름철이면 동물을 무는 곤충 떼가 습지를 뒤덮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