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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정체는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사랑과 강박증이 생화학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사랑의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인들은 질투의 신과 큐피트의 화살 이야기를 지어 냈다. 그러나 우리가 신화나 마법의 영역이라고 느끼곤 하는 사랑의 본질을 과학이 파헤침으로써 문화 속에 녹아 있는 고전적 사랑의 공식에 수정이 가해질지도 모른다. 사랑이 뇌의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지, 어떤 뇌 화학물질이 관여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욕정에 관한 한 아마도 최고 권위자일 것이다. 60세의 나이에도 비단결 같은 담황색 머리와 날씬한 몸매에서 성적인 자신감이 풍겨 난다. 러트거스대학교 교수인 그녀는 여름이면 푸르른 나무들이 울창하고 손을 잡은 연인들로 가득한 뉴욕 시 센트럴파크 부근의 아파트에서 산다. 피셔는 자신의 경력 대부분을 정욕, 로맨스, 애착, 그리고 이런 감정들의 기복 등 사랑의 온갖 형태에 대한 생화학적 반응을 연구하는 데 할애했다. 다리를 가볍게 꼬고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그녀는 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얘기하듯 사랑의 부침에 대해 매우 진솔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여자는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 결정할 때 무의식적으로 오르가슴을 따집니다. 만일 남자가 성급하고 거칠어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남자가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낮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죠. 과학자들은 상대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여성의 오르가슴이 적절한 배우자와 부적절한 배우자를 구별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십 년간 피셔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MRI(자기공명영상) 장치로 사랑의 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동료 교수인 아서 애런, 루시 브라운과 함께 피셔는 열렬히 사랑에 빠진 지 평균 7개월이 지난 피험자들을 모집했다. MRI 기계에 들어간 피험자에게는 불특정인의 사진 한 장과 애인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피험자가 연인 사진을 볼 땐 보상과 욕구를 관장하는 뇌의 복측피개영역과 미상핵의 활동성이 증가했다. 그러나 피셔를 흥분시킨 건 사랑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찾은 것보다 그에 관련된 뇌 화학물질의 이동경로를 알아 낸 것이었다. 사랑을 하면 미상핵의 활동성이 커지는 이유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기들이 미상핵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셔는 도파민을 체내에서 분비되는 사랑의 묘약으로 여겼다. 적정 수준으로 분비될 경우 도파민은 격렬한 에너지와 흥분, 또렷한 주의력, 그리고 보상 받고자 하는 욕구를 생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면 밤을 꼬박 샐 수 있고, 새벽 해돋이를 볼 수도 있고, 경주도 할 수 있으며, 보통 때 같으면 경사가 너무 급해 엄두도 못 낼 슬로프에서 스키를 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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