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 울리는 적색 경보
오랜 동안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유럽의 겨울 휴양지 알프스. 이제 실제로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올 2월 이탈리아의 토리노 근교 산악지대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TV는 알프스의 단골 주제인 하이디, 요들송, 구멍이 숭숭 난 치즈를 재방영하면서 여전히 건재한 대자연의 웅장함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환상에 불과하다. 유럽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알프스 산맥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집중 개발되었으며, 오늘날에도 19만 1000km2 중 불과 17%만이 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가용 면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골짜기마다 온갖 시설이 뒤죽박죽 모여 있다. 공장, 철로, 호텔, 주택, 교회, 스키 리프트, 농장, 주차장, 목재 집하장, 상점, 식당, 옷가게 등 갖가지 시설이 구불구불 이어진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몰려 있는 것이다. TV 화면에 비친 알프스는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알프스 지역에는 약 14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 중 3분의 2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네덜란드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도 있다. 그러나 알프스 하면 떠오르는 상투적이고 감상적인 이미지를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제재소, 기중기, 전선을 못 본 체한다. 국제알프스보존협회 이사장인 안드레아 거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알프스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수염이 텁수룩한 할아버지가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죠." 그는 스위스의 태양열 집에 앉아 비꼬듯이 말했다. "우리 스위스 사람들은 초콜릿과 치즈를 만들면서 늘 행복에 겹답니다." 그러나 그런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다. 한스 기슬러가 예전에 태어났더라면 전형적인 알프스 할아버지로 늙어 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위스의 젊은 조각가 한스는 5년 전 리멘슈탈덴의 한적한 산골에 있는 자신의 농장을 떠나 한창 번성하는 소도시 알트도르프로 갔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고향 마을에서 16km 내려간 알트도르프에서 한스는 나무, 금속과 씨름하며 재능을 살려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알트도르프에는 유명한 것이 많다. 전설(윌리엄 텔이 아들의 머리에 놓인 사과를 쏜 곳), 산업(메르크 제약회사), 그리고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을 꾸준히 유치하는 관광업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기슬러처럼 알트도르프를 굽어보는 알프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 마치 도끼로 창공의 한 조각을 베어 내 만든 듯 눈부신 설산 알프스 말이다. 내가 한스를 찾아갔을 때 그는 7m나 되는 100년 된 세쿼이아나무로 작품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나무는 뿌리가 너무 뻗어 나가서 주변 집들의 기반까지 위협할 정도여서 최근 시 당국이 베어 버렸다. 우리는 한스가 거대한 조각 재료를 옮겨 놓은 언덕 위에 서서 마을을 내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알트도르프로 왔어요." 한스가 설명했다. "하지만 산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만일 한스가 50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가족 농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농장에서 냄비나 기념품을 만들고, 가끔 관광객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예술가 기질을 충족시키며 살았을 것이다. 관광업 덕분에 알프스 지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자 한스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근근이 먹고사는 것으로 만족했던 조상들과 달리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단번에 도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한스는 시간만 나면, 특히 수확철이면 형제들을 도우러 고향에 간다. 낫이 내는 소리는 "나의 육체와 영혼을 울리는 음악"이라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