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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스포츠, 축구

세계 각국을 하나로 묶어 주기도 하고 갈라 놓기도 하는 월드컵의 우승을 놓고 이번 달 독일에서 32개 국이 각축을 벌인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서두·로버트 쿠버 전 인류가 함께 즐기는 게임은 전쟁과 축구, 이 두 가지뿐인 것 같다. 전쟁은 어쩌면 공상의 영역에 가깝고 축구는 현실의 영역에 더 가깝지만, 둘 다 마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어떤 집약된 리비도 원천에서 분출되는 것처럼 어느 곳에나 있고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어쩌면 이 둘은 동일한 게임에서 변형된 형태들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초기 진화 시대에 똑같은 선수들이 똑같은 경기장, 다시 말해 부족의 모든 남자들이 자연의 모든 공간에서 벌인 어떤 일반적인 활동이 근대 산업시대에 와서 전쟁과 축구의 형태로 의례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둘은 공통 분모가 많다. 축구 코치들은 '전쟁을 선포'하고, 전장의 전장의 전략가들은 축구에서 쓰는 전술과 용어를 사용한다.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폭력이 축구 경기장까지 침범하고, 더 나아가 관중석과 경기장 밖까지 확산된다. 병사들은 같은 색 군복을 맞춰 입고 전장에 나가고 축구팬들은 '부대'로 불린다. 축구의 강렬하고도 불가사의한 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큰 경기들의 매력, 다른 모든 스포츠를 압도하는 축구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설명하는 말들은 많다. 축구 경기에는 극적인 요소가 있다. 미식축구의 하프타임에 벌어지는 치어리더들의 현란한 응원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죄와 속죄, 미덕의 시험, 경기 패턴과 단합의 추구, 서로 다른 성격의 경기를 펼치는 두 팀의 충돌, 이런 보이지 않는 드라마가 축구 경기 동안 펼쳐진다. 흔히들 축구를 그리스 비극에 견주거나 일종의 결말 없는 도덕극으로 보기도 한다. 아마도 득점하기가 어렵다는 것(그래서 근소한 차로 승리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심지어 현저한 실력차를 보이는 팀들이라 하더라도 말이다)이 이런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의 언제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알 수 없다. 그 때까진 사정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횡포 아래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경기에 몰입하면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리듬을 유지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압박하고, 모든 기량을 유지하며, 쉴새없이 바뀌는 경기 패턴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관중들도 이 모든 것을 함께 경험한다. 비록 선수들보다는 덜 고단하지만 말이다. 경기가 끝나면 남는 건 하나다. 그건 경기 기록이 아닌, 바로 선수들의 인상적인 몸동작이다. 코너킥, 슛, 골, 선방을 제외하고,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통계 기록으로 남기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려고 하는 것은 높이 살 만하지만 녹화 필름을 다시 재생해 봐도 누가 골을 넣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는 다소 무모하다.) 그리고 이런 통계들은 경기 자체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로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가 조금 전에 상대편 진영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 수비수를 끌어들이고 수비 대형을 흩뜨리면서 조금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슛을 가능케 한 바로 그 선수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선수 자신조차도 말이다. 이는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각각의 경기는 하나의 이야기다. 이중적 의미를 지닌 사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완전히 주관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내가 아는 경기 중에 공수의 패턴이나 경기의 흐름, 혹은 예상 결과나 경기에 대한 이해와 같은 막연한 것들에 경기의 승부가 크게 좌지우지된 적은 없다. 그것들은 모두 착각일지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축구는 아주 단순한 경기다. 마치 꿈 같은, 거의 아이들의 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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