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에 사는 군대개미
협동심으로 뭉쳐진 군대개미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먹잇감을 제압한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한자로 '개미 의(蟻)' 자는 '벌레 충(蟲)' 변에 '옳을 의(義)'를 붙인 것이다. 이타적이고 협동정신이 투철한 개미는 자기가 속한 군집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전쟁에 나선다. 평생 개미를 관찰해 온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이 이번 호부터 연재될 개미에 대한 기사를 소개한다. 개미는 인간과 함께 이 땅의 지배자다. 지구 전역에 자그마치 1경 마리의 개미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녀석들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인류의 체중을 모두 더한 것과 거의 비슷하다. 녀석들은 눈 덮인 산봉우리와 극지방만 빼고 지구 도처에 깔려 있다. 개미들은 땅 속은 물론이고 나무 꼭대기에서도 다른 곤충과 무척추동물들을 포식하고 작은 사체들을 처리하는 청소부들이다. 지구에는 1만 2000종의 개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곤충종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녀석들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전체 곤충의 무게보다 10배는 족히 더 나간다. 약 70년 전 내가 워싱턴 DC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있을 때 나는 개미라는 이 놀라운 피조물에 처음으로 마음이 이끌렸다. 프랭크 벅을 비롯한 야생탐험가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나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락크릭 공원의 숲풀로 탐험을 떠났다. 특히 개미가 흥미로웠던 것은 1934년 본지 8월 호에 실린 윌리엄 M. 만의 기사 '야만과 문명의 개미, 그들을 추적하다' 때문이었다. 윌리엄 만은 국립동물원의 원장이기도 했으니 내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개미학 연구의 계보는 수십 년 뒤에 마크 모펫으로 이어졌다. 모펫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내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번 호에 실린 그의 획기적인 사진들은 군대개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미는 어디서나 볼 수 있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미의 매우 독특한 사회적 행동이다. 한 해의 대부분 기간동안 개미 군집을 이루는 것은 암컷들로 여왕개미는 군집을 위해 생식하고, 생식력 없는 일개미들은 모든 노동을 담당한다. 하지만 수컷의 경우 단지 여왕개미의 수정만을 위해 존재하며 녀석들이 사육되는 기간은 매우 짧다. 개미들의 의사소통 체계는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은 청각과 시각을 사용하지만 개미는 주로 페로몬에 의존한다. 페로몬이란 각 개미 개체가 분비하는 화학물질로 같은 무리의 동료 개미들이 이 분비물의 냄새를 맡거나 맛을 봄으로써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개미의 뇌 무게는 인간 뇌의 100만 분의 1도 안 된다. 따라서 개미가 10~20가지 정도의 신호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인간의 언어와 달리 개미의 메시지는 본능적인 것이다. 이 경이로운 작은 피조물은 1억 40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다. 군대개미와 가위개미처럼 개미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사회조직을 이루고 있는 개미 군집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야생의 장관 중 하나를 이룬다. 개미는 공룡보다 오래 생존했다. 그리고 인류가 멸망한다 할지라도 개미는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