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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미핥기 보호 작전

글 : 벤 골드파브 사진 : 페르난도 파치올레

사라져가는 브라질의 열대 초원에서 큰개미핥기들이 개발 활동으로 인해 날로 위험해지는 도로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환경 보호 활동가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이 상징적인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다.

 
브라질 중서부에서 큰개미핥기 한 마리가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 습지인 판타나우를 느릿느릿 걷고 있다. 지난 10년간 산불, 서식지 감소, 차량 충돌 등으로 인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이 종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가 브라질의 야생동물에 관한 소설을 썼다면 그 소설 속 주인공은 아마 ‘제인’과 흡사했을 것이다. 태어난 지 고작 3년 된 이 큰개미핥기는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제인이 태어나기 전 형제 중 한 마리는 퓨마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이며 또 다른 형제는 차에 치여 죽었다. 이빨이 없는 관 모양의 주둥이에 풍성한 꼬리를 지닌 제인은 숲 대신 브라질 서부의 한 목장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개미핥기들이 개의 공격이나 살충제 노출 등 인간과 관련된 위협 요소들을 피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제인이 한 살 때 녀석의 어미 또한 인근의 고속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죽었다. 1년 뒤에는 제인이 태어난 목장의 주인이 목장에 있던 유칼립투스를 베어내면서 제인은 귀중한 은신처를 잃고 말았다. 제인은 통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겨가면서 겨우 목숨을 부지했고 자신을 고아로 만든 것도 모자라 활동 영역까지 제한해버린 고속도로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다.

큰개미핥기는 개미총과 흰개미집 사이를 느릿느릿 오가며 50cm 길이의 끈적끈적한 혀로 곤충을 핥아먹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로망을 갖춘 국가다. 이는 곧 개미핥기들이 때때로 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떠돌이 생활 방식은 급변하는 제인의 고향 생태계 ‘세하두’에서 위험한 일이 됐다. 열대 초원 세하두는 농업 열풍으로 인해 변모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세하두 서식지의 약 3만 3200km²가 대두와 옥수수, 유칼립투스, 기타 상업용 작물 재배지로 대체됐다. 무분별한 개발 활동은 고속도로 건설 및 트럭 통행량의 증가를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개미핥기가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 생물학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아르노 데스비에즈는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을 “브라질에서 큰개미핥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데스비에즈가 만든 ‘큰개미핥기 보전 프로그램’은 제인을 비롯해 많은 개미핥기들을 추적 및 연구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브라질에서 확인되는 개미핥기 개체수 감소와 일부 개체군의 멸종 가능성은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데스비에즈와 그의 동료들은 개미핥기 로드킬 사고가 운전자에게도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면서 진전을 이뤄냈다. 큰개미핥기는 몸무게가 45kg을 웃돌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개미핥기 종과 비교해 몸집이 다섯 배 이상 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차량 운전자들이 이 거대한 동물과 충돌했을 때 종종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데스비에즈는 개미핥기와 다른 대형 포유류가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돕는 것은 공공 안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브라질 도로 당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고속도로 재설계 작업을 추진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모두에게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개미핥기를 구하는 일이 아닌 인간의 생명과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데스비에즈는 말한다.

큰개미핥기는 빈치목에 속한다. 빈치목 공룡이 멸종한 직후 남아메리카에서 출현한 포유류의 한 상목이다. 자연에서의 수명이 약 15년에 이르는 큰개미핥기는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함으로써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녀석들은 하루에 약 3만 마리의 곤충을 먹어 치울 수 있다. 암컷의 경우 새끼에게 매우 헌신적인데 6개월 동안 한 마리의 새끼를 품으며 새끼가 태어난 후에는 6개월 동안 배낭처럼 등에 업고 다니곤 한다.

사실 데스비에즈의 첫 번째 관심사는 왕아르마딜로였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에 들어 그는 브라질 도로변에 희귀하고 은밀한 아르마딜로 대신 개미핥기의 사체가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결국 2017년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데스비에즈와 소규모 순찰대는 3년 동안 브라질의 도로 네 곳을 8만km 넘게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모든 동물 사체를 셌다. 총 1만 2000마리의 동물이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여기에는 카이만과 카피바라, 게잡이여우 그리고 큰개미핥기 766마리가 포함돼 있었다. 더구나 이 놀라운 수치조차 실제 피해 규모보다 낮게 잡힌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미핥기 사체의 약 25%를 청소동물들이 물고 가버리는 데다 차에 치인 개미핥기의 절반 이상이 비틀거리며 갓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죽는 탓에 조사원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스비에즈 팀은 참혹한 실태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렴풋이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들은 로드킬을 당한 개미핥기 수를 집계하는 것 말고도 살아 있는 개미핥기들의 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세하두 전역에 걸쳐 녀석들을 추적했다. 추적기를 단 개미핥기들은 주로 포장도로 위를 태평하게 돌아다녔지만 아주 드물게는 숲이 우거진 시냇가를 따라 교량이나 소들의 통행로로 이동한 뒤 이를 이용해 고속도로 아래를 안전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데스비에즈가 이 실질적인 지하 통로 안에 설치해놓은 관찰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데스비에즈는 만약 고속도로 당국이 양옆에 울타리가 쳐진 통로를 더 많이 설치해 개미핥기들을 그 입구로 유도할 수 있다면 이 종의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동물 친화적인 기반 시설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야생동물 이동 통로와 도로변 울타리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퓨마부터 싱가포르의 천산갑 등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도움이 돼왔으며 이러한 시설이 로드킬 사고를 크게 줄이고 단절된 서식지들을 다시 연결해준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브라질 남동부 상파울루주의 많은 고속도로에는 아메리칸테이퍼와 퓨마, 카피바라, 기타 동물들을 위한 지하 통로가 갖춰져 있다. 또한 이 나라의 대서양 연안 숲에는 생태 육교가 설치된 덕에 황금사자타마린들이 차량 통행량이 많은 4차선 도로 위를 뛰놀 수 있다. 하지만 데스비에즈 팀이 개미핥기를 위한 이동 통로 건설을 제안하기 위해 브라질 남서부 마투그로수두술주의 고속도로 당국과 처음 접촉했을 때 당국은 지하 통로와 울타리를 만드는 데 수백만 브라질 헤알을 투자할 의향이 딱히 없었다.

브라질 야생동물보전연구소 산하에서 운영되는 큰개미핥기 보전 프로그램은 ‘인간의 안전’을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는 모든 교통 계획 전문가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사슴의 차량 충돌 사고 한 건당 병원비, 차량 수리비 등 사회적 비용이 평균 8000달러 이상 발생하는 미국의 경우 야생동물 이동 통로가 현명한 투자라는 사실을 연구 결과가 뒷받침한다. 일례로 와이오밍주에서 노새사슴과 가지뿔영양의 이동 통로를 따라 설치한 육교와 지하 통로, 울타리망은 수많은 충돌 사고를 예방한 것으로 확인돼 20년 안에 이 시설들을 짓는 데 든 비용을 모두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에서만 해마다 약 20명의 운전자가 개미핥기나 아메리칸테이퍼, 기타 동물과의 충돌로 사망하는 브라질을 대상으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데스비에즈와 그의 동료들은 마투그로수두술주에서 개미핥기 로드킬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따라 울타리를 설치하면 10년 안에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큰개미핥기 보전 프로그램은 이 문제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로드킬’이라는 단어도 ‘충돌’로 세심하게 바꿨다. 충돌이라는 단어에 인간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험이 더 잘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로 무장한 데스비에즈와 그의 동료들은 더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세하두와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 습지 판타나우를 가로지르는 BR-262번 고속도로에서 그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 악명 높은 2차선 도로에는 짓뭉개진 동물 사체가 도처에 널려 있어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려왔지만 현재 이 고속 통행로의 안전성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브라질 교통 및 기반 시설부와 민간 도급업체들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BR-262번 고속도로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로드킬 사고 다발 지역에 170km에 걸쳐 울타리를 설치하고 야생동물 지하 통로 10곳을 신설하며 기존의 교량과 배수로 수십 개를 동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작업이 포함된 사업이었다. 짖는원숭이와 다른 영장류들이 수관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밧줄을 엮어 만든 새로운 공중 다리 일곱 개도 설치할 예정이다. ‘죽음의 고속도로’ 개조 작업을 설계한 기업 ‘비아파우나’의 설립자이자 본 협회의 탐험가인 도로 생태학자 페르난다 아브라는 “이 프로젝트가 브라질의 모든 고속도로에 대한 기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말한다. 아브라는 이 계획이 최근 자국에 생태 통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의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 자극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야생동물 통로와 울타리가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라 해도 그것만으로 큰개미핥기를 구할 수는 없다. 이러한 시설들로 산업형 농업이 세하두를 잠식하는 것을 막을 수도, 개나 산불 같은 다른 위협 요소들로부터 야생동물들을 보호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일부 위험한 도로는 끝끝내 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다. 2023년 12월,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의 울타리 없는 지방 도로 중 한 곳에서 암컷 개미핥기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죽은 어미의 털을 꼭 붙잡고 있던 무력한 어린 새끼의 모습은 이 비극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죽음의 문턱에 있던 새끼는 CETAS-벨루오리존치로 옮겨졌다. 이곳은 개미핥기를 돌볼 장비들을 갖춘 재활 시설로 이러한 시설은 브라질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새끼 개미핥기는 이 시설에서 ‘칼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수의사이자 재활 치료사인 에리카 프로코피오의 보살핌을 받았다. 칼리의 앞날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칼리는 수의사들이 제조한 비타민, 약물, 산양유와 반려동물 건식 사료를 섞은 특별한 혼합제를 받아먹으며 잘 버텨냈고 마침내 야외 방목장을 거쳐 자연으로 방사됐다. 프로코피오와 그녀의 동료들은 칼리가 자연에서 무사히 번성하고 번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량 충돌 사고로 고아가 된 ‘제인’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았다. 2025년 11월, 제인은 벌목된 유칼립투스 숲을 벗어나 어두운 밤에 어미의 목숨을 앗아갔던 바로 그 고속도로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제인은 무사히 도로를 건넜으며 언젠가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키울 빈터를 찾아 북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올봄까지 제인은 약 30km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가 빽빽하게 깔린 세상에서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성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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