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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새로 쓴 등정

글 : 프레디 윌킨슨 사진 : 산드로 그로멘-하예스 외 2명

전원이 네팔인으로 구성된 한 원정대가 민족적 자긍심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다.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를 겨울철에 등정한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공개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밍마 걀제 셰르파(33)는 요동치는 헤드램프 불빛을 바로 몇 발짝 앞에 비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는 너무 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툼한 오리털 겉옷 밑에 오리털 재킷을 하나 더 입고 긴 내의를 두 겹이나 껴입은 상태로 산소통에 의존해 호흡을 하고 있으니 그는 당연히 괜찮아야 할 터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제껏 등정했던 모든 봉우리들에서 그가 겪었던 그 어떤 눈보라와 차디찬 강풍도 지금의 추위와는 비할 바가 못 됐다. 그야말로 혹독하게 살을 에는 별세계의 추위였다.
 
짐꾼들이 카라코람산맥 한가운데에 있는 고드윈 오스틴 빙하에서 K2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있다. 이곳은 등반 중간중간에 물자를 보급하는 지점 겸 휴식 장소로 이용되지만 혹독한 환경 때문에 이곳에서의 생활은 고된 경우가 많다. 
SANDRO GROMEN-HAYES
그는 자신의 몸이 점점 기능을 상실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오른발이었다. 찌르는 듯한 통증에 이어 타는 듯이 화끈거리더니 결국에는 감각이 사라졌다. 이는 중증 동상의 전조 증상이었다. 그의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말단 부위를 포기하고 핵심 장기로 혈액을 우선적으로 공급해 체온을 높이고 있다는 징후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모든 증상이 산소 결핍으로 인해 환각이 보이고 폐에서 체액 저류 현상이 나타나며 사람의 자기보존 본능을 앗아가는 8000m 이상의 고지대, 이른바 죽음의 지대를 미처 통과하기도 전에 일어났다.

밍마 G.(그의 별칭)는 순간적으로 하산을 결심하고 무전기를 켰다. “다와 텐진? 다와 텐진?” 그의 호출에도 무전기에서는 윙윙대는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는 위쪽으로 몇몇 동료들이 내뿜는 옅은 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낮은 경사의 눈밭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모두가 눈앞의 목표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거나 각자 너무 힘든 나머지 응답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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